[Opinion] 결정하기 힘들 땐, 이 뮤지컬 넘버 [공연]

글 입력 2021.04.05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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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시작은 다분하게 음지로 가라앉아 있었다. 고민을 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고, 계속 그 결정을 피하기만 하다가 3월이 되었다. 그 사이에서 답을 얻기 위한 쪼가리 노력들을 펼쳐봤지만 내가 이렇게 수동적 인간이었나 싶었다. 그럴 때 힘이 되어 준 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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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키스>의 '알 수 없는 길', <햄릿 얼라이브>의 '사느냐 죽느냐'


 

몸이 멀어지면, 자연스레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지 않았나. 팬데믹으로 공연을 못 본 지 정말 오래되었고 이젠 인터파크 티켓 앱에 자주 들어가지 않아 자동 삭제가 될 정도가 되어 내가 불태웠던 취미 생활이 또 끝이 나나 싶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우연히 뮤지컬 넘버를 만나고 나의 마음이 아직 멀어진 건 아니구나 싶었다. 나의 기분을 표현하는 것 같은 공감대 하나만으로 수백 번을 돌려 들었다. 심지어 그 뮤지컬은 직접 본 적도 없으면서 그저 가사 하나하나에, 감정 하나하나에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림이 일어났다.

 

 

<더 라스트 키스>의 '알 수 없는 길'

 

 

 

1888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더 라스트 키스>의 주인공이 부르는 넘버다.

 

황태자 루돌프는 정략결혼, 측근들의 끊임없는 감시와 계략,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 아버지와 늘 곁을 떠나 여행을 하는 어머니에 지쳐 세상 모든 것에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지내는 상황으로 설정되어 있다. 루돌프 자신의 결정과 고민에 대해 잘 표현한 넘버인 '알 수 없는 길'의 가사는 누구나 들으면 공감을 할 이야기이다.

 

 

알 수 없는 길

옳고 그름 모든 게 흔들려

이젠 결정을 할때 더 늦기 전에 주사윌 던져

가슴 속에 외침 폭풍처럼 변하는 세상 속에

내가 원하는 사람 될 수 있나

 


사실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를 본 적이 없기에,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하지만, 이 넘버의 가사는 누구에게나 공감이 될 이야기며, 멜로디 또한 가슴을 울린다고 생각한다. 인생에 있어서 큰 결정을 해야할 때, 그 결정이 나를 좌지우지한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인생을 멀리서 바라보면 그 결정이 그리 무겁지 않은, 쉬운 결정이라고 볼 수 있어도, 이 상황에 놓인 우리 입장에선 머리가 아플 정도로 고민하고 괴로워하면서 결정을 하고 이겨내려고 노력한다. 결국엔 '알 수 없는 길'이니까.

 

 

내 안에 뛰는 뜨거운 심장

저 하늘을 찢고 오를래

뒤돌아 갈 수 없는 뜻 모를 이 길따라

단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

내 인생을 걸고서 찾아갈 수 있을까

 

 

추락한다고 해도, 두려움을 안고 결정을 해야 할 때이며, 우유부단함을 멈출 때이다. 전동석 루돌프의 깊은 목소리는 나 또한 하늘을 찢고 오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햄릿 얼라이브>의 '사느냐 죽느냐' 

 

 

 

사느냐 죽느냐에 대한 물음은 세기가 지나도 계속 된다. 이만큼 유명한 고민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햄릿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순간에 결정을 해야 하는 중압감과 결정에 따른 책임을 모두 져야 한다는 그 마음에 햄릿과 같은 고민들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이 넘버는 힘을 준다.


 

어디로 가나 

어떻게 해야 하나

운명의 길 걸어온 걸까

이 싸움의 끝은 어딜까

 

 

그 죽음이 이 길의 끝이 아니면

또 새로운 악몽이 시작되는가

알 수 있다면

운명이 나에게 다가와

심장을 헤쳐도 두렵진 않을 텐데

생각들이 날 머물게 해

 

 

결정을 미루면서 다양한 생각들이 나를 감쌀 때, 잡생각들에 빠져 결정을 하기 힘들다. 그런 순간, 먼저 도전하며 결정하는 이 넘버의 멜로디에 나도 함께 심장이 쿵쾅댄다.

 

 

일어서서 달려가야 해

멈추지 마 앞을 향해

두려워 마 빛을 향해

달려가

운명 날 막아도

난 웃으면서 맞겠어

 

 

계속해서 고조되는 흐름 속에서 멈추지 말라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되뇌는 햄릿의 자기 암시를 통해 나 또한 그렇게 자신감을 갖게 된다.


 

알 수 없는 끝이

나를 향해 다가오지만

이젠 마지막 순간을 향해

 

 

절정 '이젠 마지막 순간을 향해'를 외치는 홍광호 햄릿의 당당함이 묻어나는 굵은 목소리를 들으며 세상 온갖 에너지들이 함께 터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주인공의 방황과 고난, 선택 앞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은 시대가 달라져도, 각자 삶에서 '나'라는 주인공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적어도 우리 삶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선택 결정권자이므로. 나는 아직도 답을 내리진 못했다.

 

현재, 내게 일어난 일들을 모두 감당해내며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 안에 뜨거운 심장이 뛰고 있기에,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해내고 싶다. 이 넘버들은 뒤돌아 갈 수 없고 앞도 모르는 길이라 무섭기도 하지만, 도전은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북돋아 주었다.

 

정말 몇 달 동안 거의 이 넘버 위주로 수백 번을 돌려 들은 듯싶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과 함께 울기도 하고, 결정하고, 후회하기도 하고, 슬퍼했다. 하지만, 결국엔 좋은 결과가 나에게 다가왔다.

 

나의 어두운 시기를 이겨내게끔 함께 해준 넘버들이라 이렇게나마 소개해주고 싶었다. 결정을 미루고 있는 당신이라면,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는 당신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봐도 좋을 것 같다. 이젠 마지막 순간을 향해, 알 수 없는 길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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