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 [영화]

글 입력 2021.03.25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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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만들어진 시기는 1968년으로, 베트남전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반전시위와 민권운동이 함께 일어나던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영화는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있던 불안을 좀비를 통해 형상화하고 인물들을 통해 당시 중요히 여겨지던 가치를 비틀어 기존 사회를 비판한다. 극중 공포의 대상이 되는 좀비는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외계에서 오거나 혹은 우리가 쉽게 타자화한 대상들과는 다르다.

 

더구나 이 영화 속 좀비들은 위협적인 형태로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스멀스멀 다가오며 점진적으로 공포를 조성한다. 이러한 점은 현대의 공포가 어떻게 다가오는지, 그 대상이 얼마나 일상적일 수 있는지를 관객이 인지하게 만들며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공포의 거리를 좁혀낸다.


좀비와의 싸움을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으로 흑인 남성을 내세운 점은 특별하다. 당시는 흑인 배우가 백인 배우들 사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어려운 사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은 당시 만연했던 통념처럼 무지한 흑인으로 나오지 않으며 오히려 좀비라는 위기상황에 집 안의 인물들을 진두지휘하며 서사를 끌고 가는 주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벤의 이러한 면은 자신의 목숨 보전에만 급급한 백인 기성세대를 상징하는 인물, 해리와 대조시켜 해리를 비판의 자리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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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좀비를 피해 숨어들어온 집 안에는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집약해 있다. 흑인 남성 벤을 포함해 조니와 바바라 남매, 쿠퍼 가족, 커플 등은 기존 사회 속 관계들을 압축해서 보여주는데, 여기서 모든 관계가 파괴되어 가는 과정이 내부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은 흥미롭다.

 

영화 초반부, 묘비에서 좀비를 상대하다 죽은 조니는 후반부 좀비가 되어 나타나 바바라를 공격하고 남매의 관계를 무너뜨린다. 쿠퍼 가족의 경우, 해리의 딸이 좀비로 변해 아버지의 살을 뜯어 먹는 식육 행위가 전면에 드러나기도 한다. 딸은 그 모습을 본 어머니까지 모종삽으로 처참히 살해하는데, 이 장면은 특히 미국 사회가 신성하게 여기는 가족이라는 가치에 흠집을 낸다.

 

톰과 주디 커플 또한 주디가 톰을 따라갔던 결과로 인해 같이 죽음을 맞게 된다. 어떤 역경을 같이 극복해 나가는 데 있어 관계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 파멸의 실마리가 되어버린다는 점에서 영화는 서로 연대한 관계들이 어떻게 공포에 쉽게 감염되고 무너지는지 보여준다. 사회가 유지하고자 한 가치는 이렇게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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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파멸과 달리 서사를 이끌어가던 주도적인 역할의 벤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그 원인이 경찰이라는 점에서 우리를 무력하게 만든다.

 

좀비의 등장과 인물들의 대응 속 긴장의 상황이 후반부 경찰의 등장과 함께 다소 가볍게 전환된다. 경찰들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좀비를 처단해가고 심각하게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던 인물들과 달리 그 심각성이 옅어 보인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벤을 신중한 판단 없이 좀비로 가정해 바로 처치하는 행동에서 경찰이라는 권력의 폭력성이 드러나며 분별없이 좀비일 것이라 짐작하는 그 나태한 태도가 관객을 분노하게도, 한 편으로는 무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경찰의 모습은 당시 반전운동이 펼쳐짐에도 강경하게 참전을 택한 정부의 모습을 희화화하는 듯하며 그들의 선택이 정말 신중했을지 의심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같은 맥락에서, 해리를 죽이는 사람이 벤 이어야만 했던 것은 당시의 기득권과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기 위함이다. 반전과 해방을 외치던 젊은 세대, 더군다나 소수자였던 흑인인 벤이 해리의 죽음을 당기고 그러한 벤의 죽음에 공권력이 위치한 것은 당시 사회 속 관계 고리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결국 영화 속 인물들은 관계의 내부에서 좀비에 감염되어 죽거나 공권력에 의해 목숨을 잃어 모두 죽음을 맞는다.


이처럼 영화는 당시 사회에 만연하게 퍼진 불안과 공포심이 어떻게 인간을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주며 사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김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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