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렁이는 불꽃과 함께 우리의 마음을 삼켜버리는 - 고흐, 영원의 문에서 [영화]

글 입력 2021.03.2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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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빈센트 반 고흐

 

글을 읽기 전 이 노래를 들은 후,

고흐의 감정을 함께 이해하고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고흐를 아끼고 사랑하며 애틋해하는 만큼, 그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와 책, 노래 등과 같은 다양한 방식과 시선으로 재해석되어 풀어져 나갔다. 나 또한 그들 중 하나이다. 왜 고흐를 좋아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유는 사실 명확하지 않다. 처음 그를 알았을 때부터 지금의 그는 우리에겐 너무나 유명했기에 그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참 많고 쉬웠다. 결국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나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그가 그저 좋고 편했다.
 
하지만 사소한 것조차 지나침 없이 하나하나 눈에 담아 그만의 찬란함으로 캔버스 위를 가득 채워나간 그에게 자연스레 눈길이 갔고, 순식간에 그의 반짝임에 휩쓸려 집어삼켜지고 말았다. 그렇게 매 순간 그만의 시선으로 일상 속 특별함을 발견해나가는 그가 계속 궁금해졌고, 좋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둘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나처럼 고흐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내가 사랑하는 반 고흐에 대한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느낄 수 있겠지만 반 고흐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새롭게 재해석했다. 고흐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고흐가 바라본 떠들썩한 세상을  이전과 다른 신선함과 매력을 갖고 함께 바라보게 해주며, 그가 가진 빛나는 고유성을 온전히 느끼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온전히 그를 향한 연출로 비로소 그를 느끼다.

 

 
나도 좀 어울리고 싶다. 함께 앉아 한잔 하며 무슨 대화든 나누고, 내게 담배 한 대 건네줬으면. 와인 한 잔이나 아니면 안부라도 물어줬으면. 그럼 대답하고 이야기 나눌 텐데. 그리고 가끔은 스케치를 그려 선물해 주면 받고 어딘가에 두겠지. 여자가 미소 지으며 물을 지도. ‘배고파요? 먹을 것 좀 드려요? 햄이나 치즈 아니면 과일?’

 


-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 그가 지닌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영화는 이어폰을 끼고 보시길 추천합니다. *
 
영화는 위에 나온 고흐의 독백과 함께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 시작 10분 후부터 고흐 혼자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떤 소리도 음악도 없이 오로지 그림 그리는 그의 모습만이 보인다. 그리고 이 부분이 이 영화의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줄리안 슈나벨’이라는 감독이 만들었다. 그는 감독이면서 캔버스에 깨진 접시를 붙여 그림을 그리는 ‘플레이트 페인팅’ 작업으로 특히 주목을 받은 신표현주의 화가이다. 그는 자신의 동료 화가 바스키아에 대해 다룬 영화 ‘바스키아’를 시작으로 영화감독으로 진출하게 되었는데, 그 또한 예술가이기 때문에 빈센트 반 고흐의 내면을 이해하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법을 활용해 이 영화를 창조해낸 것이라 생각된다.
 
이 영화의 가장 특이하면서 의견이 많이 갈리는 부분이 바로 카메라 연출이다. 실제로 당시 고흐가 살아가면서 주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시 캔버스에 재현해낸 것인지 느껴질 수 있도록, 그의 시선에 따라 움직이는, 조금은 빠르고 거친 느낌의 카메라 기법이 많이 활용됐다. 그렇기에 그 당시 고흐의 모습과 그의 일상을 곧이곧대로 내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해준다.
 
또한 고흐의 요동치는 감정선에 따라 주변이 흐릿하게 보여 지기도 하고, 생생한 주변 표현을 위한 다양한 효과를 연출해내는데,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처음 접했다면 집중하면 할수록 어지럽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어지러운 기법마저도 인간 고흐의 내면에 대해 깊이 있게 집중해서 표현한 것이기에 사람들에게 커다란 임펙트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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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그에 맞는 주변 소리, 음악, 화면의 색감, 반복되는 울림과 흔들리는 영상을 통해 그가 느꼈던 자연을 더 자세하게 느낄 수 있다. 어떨 땐 바람 소리와 함께 온몸으로 풀숲을 느끼는 그의 모습을 통해 내가 그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이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도 하고, 흙을 얼굴에 뿌려보며 머금는 장면에선 마치 흙이 우리 얼굴 위에 떨어지는 듯한 느낌과 내가 그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음악에 맞춰 함께 표현된 고흐의 감정선

 

 

 
영화에 담긴 음악은 인간이 어찌해볼 수조차 없는 거대한 자연을 고흐가 온몸으로 감싸 안으며 하나가 되는 그 벅찬 순간을 표현해낼 때 시작된다.
 
형용할 수 없는 자연과 작품을 향한 그의 요동치는 감정선 그리고 그것을 표현해낸 음악이란 삼박자가 함께하면서 고흐가 예술을 느끼고 표현해내는 그 순간에 우리도 함께 빨려 들어가 몰입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온전히 그가 그림에 집중했을 땐 음악은 아예 사라지고, 그의 세계 자체를 조용한 흑백 세상으로 바꿔버림으로써 우리도 함께 멈춰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그 속에서 그가 되어, 오직 작품을 위해 빠르게 풀숲을 헤쳐 나가기도 하고, 아주 조용히, 자연을 느끼며 느리게 걷기도 하고. 그렇게 원하는 그림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나아가고 나아가며 강렬한 의지를 보인다.
 
‘무엇이다’라고 표현할 길 없는 그의 그림에 대한 열정은 우리의 마음속에 큰 울림과 함께 성큼성큼 다가온다. 감히 따라 할 수조차 없는 그의 끝없는 열정과 진심은 불꽃처럼 타올라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텅 빈 마음을 들끓게 한다.
 
 
 
그에게 있어 예술이란 무엇일까?

 

 
“뭔진 모르지만 제 안에 뭔가가 있어요. 저만 볼 수 있는데 그게 때론 무서워요. 정신이 나가나 봐요. 그럴 땐 제 자신에게 말하죠. 내가 보는 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특권인 거죠. 희망과 위안을 주는 것. 그렇게 제가 보이는 걸 나누고 싶어요. 그들은 저처럼 보지 못하니까요. 제 시각이 세상의 현실과 더 가깝거든요."
 
“사람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살아있다는 느낌을요.”

 

-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이렇게 영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반 고흐 예술의 편지]라는 책에서 보면 그는 항상 사람들에게 예술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인지 알려주고 싶었고, 그들을 감동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하였다. 그는 그림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림 이외의 어떤 것에도 주의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그림에 흠뻑 빠져버린 순수하고 천진한 사람이었다.
 
또한 그는 그림에 대해 말할 때만큼은 영원, 행복, 즐거움, 기쁨, 낭만이란 단어를 굉장히 많이 표현했는데, 그렇게 자신의 그림을 통해 무궁무진하고 웅장한 아름다움을 전달하고자 했다.
 
지독히도 외로운 삶 속에서도 자신의 방향성을 잃지 않고 정말로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그림에 대해 올곧게 신념을 가지고 나아갔기에 누구보다 용기 있는 사람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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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그 시대엔 그의 그림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고갱이 말한 것처럼 붓 칠은 너무나 빠르고, 작품은 앞서 바른 물감이 마르기도 전에 덧칠해 진흙 같은 꾸덕꾸덕함을 보이고, 그가 알고 있듯 그의 그림은 굉장히 거친 특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그의 그림은 더더욱 거칠어지고 마치 우리의 시야가 일렁이는 듯한 느낌을 주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가 우리에게 더 열렬히, 절실하게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전달하려 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예술 그 자체 위에 자신의 풍부한 감정을 녹여내 더없이 순수하고 따뜻한 그림을 창조해냈고, 그의 마음이 지금의 우리에게 전달되어 우리가 흠뻑 빠져버리게 되었다 생각한다.
 
 
 
불행한 사람이 아닌 지독하게 외롭고 고독한 빛나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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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가끔 환영을 봐. 꽃들도 보이고 때로는 천사들, 사람들 혼란스러워. 나한테 말을 걸기도 해. 알아듣진 못하지만. 근데 무서워. 날 막 대하기도 하거든.”

 

-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이 영화에서 고흐를 연기한 사람은 ‘윌렘 대포’이다. 그는 실제 고흐의 모습과 가장 흡사한 모습으로 연기를 보여주게 되었는데, 그래서 더욱 그가 고흐로써 생생하게 느껴졌고 그의 감정선이 나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다 보면 그가 화를 낼만한 순간에 고흐를 도와줄 사람 하나 없다는 게 더욱 화나고 울분이 터진다.
 
스스로가 불안하고 무섭게 느껴질 때, 나를 도와주기보다 돌을 던지고 매서운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들만 주위에 있다면 그걸 외로움이란 단어 하나만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보면 그가 바라보는 세상도 참 잘 표현했지만, 그의 감정 또한 우리의 마음에 와닿을 수 있게끔 잘 표현했다 생각된다.
 

가끔 전 모든 것으로부터 동떨어진 느낌이에요. 그럼 신은 당신이 비참하게 살라고 재능을 주신 걸까요?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어요. 가끔은 어쩌면.. 시대를 잘못 타고난 거 같아요. 미래의 사람들을 위해 절 화가로 만드신 것 같아요. 씨를 뿌리기 위해 살지만 수확은 당장 없다잖아요. 전 제 장점과 단점들로 그려요.

 

-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우리는 다 고흐가 외로운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항상 가난했고, 그렇기에 그의 삶은 위태로웠으며, 점점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고, 그의 주변엔 친구 고갱이 잠시나마 함께하였지만 그 기대는 얼마 안가 깨지게 되었다. 그리고 후엔 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줄 만한 사람조차 없다.
 
이렇게 지독히도 고독했던 그이지만, 그를 너무 불안하고 안쓰러운, 불쌍한 사람으로만 보고 싶진 않다.
 
그는 그가 좋아하는 그림을 원도 없이 그렸고 가슴에 와닿을 만한 작품을 캔버스 위에 가득 표현했다. 일상 속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해나가며 자신의 재능을 끝없이 펼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나름대로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행복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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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외로움의 크기는 제각각 다르겠지만, 누구나 외로움은 갖고 있다. 고흐에겐 물론 그 크기가 더욱 컸을 테지만 그에겐 그림이 있었고, 그를 무한한 사랑으로 아껴주고 지원해 주고 위대한 화가라고 말해주는 동생 테오가 있었기에 그는 불행한 사람이 아닌 고독하지만 빛나는 예술가라 생각한다.
 
 
 
고흐의 마지막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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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고흐의 죽음보단 고흐가 어떤 것을 느끼고 싶었고, 무엇에 영감을 받았는지, 그저 예술가로서 그 자체를 느끼게 해주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기에 죽음에 대한 언급은 비중이 크지 않다.
 
하지만 고흐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의 죽음이다. 영화에선 고흐가 자살이 아닌 타살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고, 그가 죽고 나서 장례식 이전까지는 소리를 없애 우리도 그 자리를 함께하고 그의 마지막 순간을 받아들이도록 해준다.
 
실제로 빈센트 반 고흐는 배의 총상으로 사망했고, 죽어가던 30시간 동안 소년들이나 사고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자세하게 고흐가 어떻게 죽게 된 것인지에 대한 진실은 고흐만이 알뿐이다. 그렇게 그의 죽음은 미스터리로 남았기에 그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인간 고흐의 삶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져만 가고, 사람들이 더 그에 대해 들여다보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흐, 영원의 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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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문에서]는 고흐가 세상을 떠나기 3개월 전에 그린 어느 그림의 제목이라고 한다.

 

영화는 계속해서 새롭게 변화하는 자연을 그림 속에서 영원할 수 있도록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다시 재탄생시키는 그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때론 남들보다 타오르는 그의 열정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조금 불편하고 과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조금은 외롭고 추운 그의 이야기이지만 나도 함께 그의 세계에 깊이 있게 빠져들었고, 영화가 끝난 뒤엔 내 나름대로 오래오래 그에 대해 기억하고 그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 내 마음 한구석에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깎아놓은 사파이어나 터키석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하늘 아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느낌의 빛이 끝없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아래, 무겁고 타는 불꽃같은 분위기에 불안을 조성하는 이상한 모습의 자연이 있다. 한순간 완전히 현실적이지만 거의 초자연적이기도 한 자주 과장된 자연 안엔 모든 게 존재와 사물, 그림자와 빛 형태와 색이 격렬한 의지와 함께 솟구쳐 오르다가 가장 격양되고 높은 음으로 자신의 본질을 부르짖듯 노래한다.
 

소재와 자연의 모든 것이 열광적으로 뒤틀려있다. 형태는 악몽이 되고 색은 불꽃이 되고 빛은 큰불이 되고 삶은 끓어오르는 열이 된다. 이것이 고흐의 특이하고 강렬한 작품을 처음 볼 때 망막에 남는 인상이다. 아름답고 위대한 전통적인 예술과 얼마나 다른가? 감각을 이토록 직접 자극하는 작가는 없었다. 형언할 수 없는 그의 생물에 대한 진심의 향기부터 물감이라는 재료를 통해 이 강건한, 진정한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는 최고의 위치에 우뚝 섰다.“

 

-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조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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