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힙하게 전시회를 즐기는 법

글 입력 2021.03.1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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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는 보고 싶지만 어렵다. 혹은 명화 재해석형 전시회에 질렸을 수 있다. 그럴 때는 그 중간 지대의 전시회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다. [STREET NOISE]는 바로 그 중간 지점에서, 힙하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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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NOISE]는 단순한 낙서를 넘어서 하나의 장르가 된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통해 팝아트 이후 미술계를 선도하고 있는 그래피티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실제 그래피티 아트가 발전한 미국의 사우스 브롱스를 연상시키는 거리 연출과 작업 특성을 최대한 살려 설치된 대형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전시회는 철저하게 컨셉에 맞춰진 것이 흥미로웠다. 작품 설명의 경우에도 종이를 찢어 테이프를 붙여놓은 것처럼 연출해 전체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코로나 시대 속 위안의 공간


 

코로나 이후 외출의 횟수가 얼마나 되는가? 필자의 경우, 코로나 이후 일주일 이상 집에 나오지 않은 적도 있다. 그만큼 코로나는 인간과 외부의 세계를 단절시키고 어딘가 놀러 가는 것이 눈치 보이게 만들었다.

 

[STREET NOISE]는 그런 코로나 시대를 맞아, 온라인으로 대체되지 않는 오프라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들을 위한 공간이다. 전시회를 들어가기 전, 해당 공간은 굿즈 판매 공간과 전시회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 그리고 포토 스팟과 뛰노는 놀이터와 같은 공간의 구분이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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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를 사랑하는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하듯 먼저 공중전화,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는 공간이 관객을 맞이한다. 90년대 힙합 문화를 즐겨본 적도 없으면서 어째서인지 향수를 느끼게 한다.

 

90년대 향수를 느끼면서 보는 그래피티는 이 시대의 힙함과 고뇌를 느끼게 했다. 미술사에서 보면 많은 화가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혹은 기존 화풍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새로운 화풍을 만들어냈다. 지금의 그래피티가 그 시대의 인상주의, 초현실주의가 아니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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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는 들어오면서 관객 또한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레이저 큐브장비를 이용해 그래피티 체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관객은 펜으로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면 해당 그림이 위의 사진처럼 벽에 전시된다. 그리고 그림은 관객이 원하는 모드에 따라 다양한 3D 입체 효과로 움직인다.

 

스스로 아티스트가 된 기분으로 관객은 어쩌면 보다 수평적인 시선으로 작품들을 관람하게 된다.

 

 

 

힙하게 즐기는 그래피티의 시간들


 

전시는 5가지 SECTION과 스페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그래피티 아트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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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Classic 파트의 경우 초창기 그래피티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크래쉬와 닉 워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빠른 작업을 위해 스프레이와 스텐실을 이용했었다. 그래피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혹은 2000년대 초반의 시부야 거리가 생각나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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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인 것은 Society였다. 셰퍼트 페어리는 자신의 작업에 정치, 사회적 메시지를 녹여 그래피티가 캠페인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을 보인 매드사키가 인상적이었다. 그가 전세계로 소개된 계기 또한 ‘요즘’다웠다.

 

그는 무라카미 다카시가 인스타그램에서 발굴한 아티스트였다. 그는 피카소의 그림을 패러디하는 등 유명한 작품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치환하여 미국 속 이주민으로서의 소외감과 좌절을 표현한다. 피카소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보이며 그래피티가 보여주는 힘과 요즘을 가장 잘 드러낸 작가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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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피티는 자본주의와 가장 맞닿아있으면서도 대척점이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제우스는 익숙한 브랜드 로고에 자신의 시그니처인 흘러내리기 기법을 접목하여 시리즈를 보여주었다. 제우스는 흘러내리는 로고를 통해 상업주의와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결국 부질없음을 표현한다.


그의 작품은 앤디 워홀의 통조림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앤디 워홀 또한 해당 이미지를 통해 자본주의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제우스와 앤디 워홀 둘 다 오히려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캠벨 수프에 대해 모를 수밖에 없는 외국인들도 미국의 캠벨 수프를 안다.


제우스의 로고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한 브랜드가 제우스 작품의 의미를 알지 못해 그의 기법을 표절한 웃을 수 없는 일도 있었다.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두 작가의 작품에는 분명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뜻이 담겼지만, 세상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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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들어 인스타그램 인증용, 혹은 관객 참여형 전시회가 늘고 있다.

 

그러한 전시회를 가는 것도 즐겁지만 분명 현타가 올 때가 있다. 유명한 작품들을 재해석하고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작품 속에 녹아 들어가는 방식은 분명 혁신적이지만, 원본이 없이 그저 프린트되어있는 작품들을 볼 때가 미술의 의미는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옛날의 작품들이 요즘 세상에는 따분하게 느껴지고 그때와 지금의 맥락이 다르다는 점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점에서 이해한다. 그런 면에서 [STREET NOISE]는 미술 작품에 대한 의미를 곱씹고 현대의 맥락에 맞는 전시회였다.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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