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별이 되고 싶었다. [사람]

글 입력 2021.03.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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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의 나는 별이 되고 싶었다. 특별함을 가진 반짝이는 별. 다른 사람들처럼 말라비틀어진 삶이 아닌 생기 있는 삶을 살 거라고. 나는 특별한 존재니까 그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성인이 된 후의 나는 평범함을 갈구했다. 저 멀리 보이는 평범함을 향해 비틀거리기도, 넘어지기도, 다시 일어나기도 하며 어떻게든 잡으려 손을 뻗었다.


나에게 있어 평범함은 절대 허용될 수 없는, 나와는 거리가 먼 존재였다. 그러나 현실은 잔인하게도 그렇지 않았다.

 

 


죽을 만큼 노력해서 평범해 질 거야



청춘시대.JPG

  

 

특별한 것을 동경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특별한 운명을 타고났다고.

남다른 삶을 살 거라 믿었다.

죽어도 평범해지지는 않을 거라 다짐했었다.


평범하다는 것은 흔한 것

평범하다는 것은 눈에 띄지 않는 것

평범하다는 것은 지루하다는 의미였다.

그때의 나에게 평범하다는 것은 모욕이었다.


회사원이 될 거야.

죽을 만큼 노력해서 평범해질 거야.


나는 지금 평범 이하다.

 

 

위 대사는 드라마 ‘청춘시대’에 나오는 대사이다. 극 중 윤진명(한예리)은 등록금을 벌기 위해 길었던 휴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사회에서 요구하는 일명 ‘여자의 취업나이 마지노선’에 걸려있다. 학교에 다니는 중에도 3개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치열하게 살았지만 결국 그 끝은, 그러니까 윤진명(한예리)의 최종 목표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실제로 많은 20대 사회초년생들이 이 대사를 듣고 크게 와 닿았다고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레이션으로 읊어주는 대사가 귓속으로 들어오던 순간, 머리를 크게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때 나는 정지 버튼을 누르고 가만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웃기게도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떠다니는데,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러고 한참을 있었다.


아, 나도 결국 평범 이하였구나.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평범하다는 건


 

나에게 있어 평범하다는 건 보편적인 것을 뜻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누구나 다 하는, 묻혀갈 수 있는 그런 것. 과거의 나에게 평범하다는 건 죽기보다 싫었던 것이었고, 현재의 나에게 평범하다는 건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다.

 

 
평범하다: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통념에 따른 평범함의 기준은 무엇일까. 아마도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인생을 살아감에 자연적인 순리라 여겨지는 것들을 말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무탈하게 학창시절을 거쳐 대학을 졸업해 취업하는 것, 화목한 가정 속에서 별 탈 없이 자라는 것, 나이가 들어 때가 되면 누군가와 결혼 하여 가정을 꾸리는 것. 다시 말해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당연하다 치부되는 것들 말이다.


언뜻 보면 보통의 보통 같은 말들이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나는 잘 안다. 누군가에게는 학창시절을 무탈하게 보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고, 누군가에게는 대학이라는 선택지가 없을 수도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좋은 자격조건을 가졌지만 취업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고, 처음부터 자신의 인생에 화목함이라는 단어의 부재가 생긴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당연해지지 않아져 버렸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원래 당연한 것은 없었는지도 모른다.


평범하다는 것도 타고나야 하지 않을까. ‘평범’조차 ‘평범’하지 않은 세상이 와버렸다.


평범함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 오늘도 나는 평범해지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캡처.JPG

 

 

 

그럼에도 나는


 

내 머릿속 뇌에는 특징이 있다. 하나의 특정 주제가 있으면 그때부터 무수히 많은 생각 가지들이 펼쳐져 숲을 이루는 것. 그리고 대게 그 숲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뿜어내곤 한다.


특별함을 꿈꿨던 내가 평범 이하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고, 자신을 많이 학대하기도 했다. 끝없는 자기혐오. 자격지심. 타인과의 비교. 열등감. 우울한 감정이 들기 시작하면 그것으로부터 손을 탈탈 털고 다시 일어나기까지가 어찌나 힘든지, 한 번 나를 잠식한 부정적인 단어들을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조금씩 변화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ing', 즉 현재진행형을 쓰고 싶다.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기에 진행 중임이 옳은 표현인 것 같다. 생각의 전환이 된 계기가 하나 있다면 ’일기‘이다. 올해부터 새롭게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종종 쓰긴 했지만,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하루의 일과를 나열하는 식의 일기였다면, 현재 쓰는 일기는 감정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마음을 다잡고, 자신을 스스로 위안하고, 미래에 대한 소원을 적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마음가짐을 적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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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어느 날 내가 쓴 일기 일부분이다. 위에 적힌 내용은 차마 다 공개할 순 없지만, 저 날의 일기가 생각의 전환점을 제공했다. 일기장을 덮고 침대에 누워 평소와 같이 생각 가지들을 펼쳤다. 도출된 결론은 특별함과 평범함의 명확한 기준은 없다는 것. 오로지 사전적 정의만 존재할 뿐, 사람에게 적용되는 순간 특별함과 평범함은 개인이 생각하는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부족함을 느끼며 자신을 스스로 평범 이하라 단정 짓던 내가, 오직 나에게만 집중함으로써 자신을 발전시켜나가자는 가치관을 장착하면서 나를 특별한 존재로 여길 수 있게 되었다.

 

 


평범함을 꿈꾸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


 

여전히 많은 사람이 ‘많은 건 안 바라니 그저 평범해지고만 싶어요.’ 또는 ‘특별함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워요.’라는 말을 한다. 물론 내가 모든 사람의 사정을 일일이 따져가며 완벽한 답변을 낼 순 없지만, 그럴 자격도 없지만, 그래도 말해주고 싶다.


나의 경우는 일기를 통해 실은 나도 특별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분명 모두가 각자만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아직 찾지 못했을 뿐. 내가 성공한 이상 모든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


겉으로 빛나는 사람이 있지만, 반대로 내면의 빛을 가진 사람도 있다. 이 말은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반짝이는 별과도 같은,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니 당신도 특별한 존재이며 반짝이는 별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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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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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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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연
    • 본래 평균이 가장되기 힘든법이죠.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된 것 같아요. 저도 특별한 별이라는 것을 일깨워줘서 감사합니다. 힘 받아 가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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