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 사랑하고 싶다 [사람]

글 입력 2021.03.1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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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랑하고 싶다.



아니! 사랑받고 싶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

 

최근 사랑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필자는 정말 짧게 살았다. 이제 고작 24살. 누군가는 깊은 사랑을 해봤을 테고, 누군가는 한 번도 사랑해보지 못했으며, 누군가는 실연의 아픔에 시달리고 있을 나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연애’가 아니다. 내가 말하는 사랑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준 사건이다. 당신에게 사랑해 봤냐고 물을 때 당신이 사랑을 모른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사랑해 본 적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사랑 하는 법을 잘 모른다. 내 사랑은 항상 실패였다. 사실 사랑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들도 정답을 알고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한다. 정답은 아니지만 건강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근데 그런 사람들 말고.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왜 사랑하지 못하는가? 우리에게서 사랑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 일까? 우리가 사랑을 못하는 사람이 된 이유가 실은 갓난아기 일 때 정해졌다면 믿겨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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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우리의 상태를 알아보자.


 

내게 인생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사랑하는 법이다. 사람에게는 애착유형이라는 게 있다. 애착유형에는 크게 세가지가 있는데 바로 안정형-회피형-불안형 이다. 애착유형은 우리가 매우 어릴 때 생후 2-3년 정도에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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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애착유형테스트

 

 

나는 테스트 결과 회피 유형이 나왔다. 회피 유형은 대체적으로 남들과 가까워지면 불편해하며, 정서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원하기는 하지만 남을 완전히 신뢰하거나 의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사랑의 감정을 느껴도 마치 불에 데인 듯 멀어진다. 보았는가? 우리의 사랑 유형은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렇게 몇 가지 말로 정리가 가능하다. 우리가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기 위한 첫 번째 단계. 우리의 애착유형을 알아보았다.

 

 


2. 주지마, 술은 주지마



사랑에 도전했다가 연패를 이어나가고 나서야 사랑에 대해서 연구해보기로 했다. 사랑하는 사람은 매번 바뀌지만 사랑하는 방식은 매번 똑같았기 때문이다.


 

오지마 내게 오지마 선 넘지마 please

주지마 술은 주지마

취하면 너 어떻게 해볼라니까

 

내게 진심을 바라면 그 술은 절대 주지마

헛소릴 하고 악마의 춤을 출거니까

 

 

2018년 5월 차트 1위를 달성했던 노래 로꼬와 화사의 <주지마>가사 중 일부를 가져왔다. 그들은 술을 마시면서 서로를 아슬아슬하게 탐한다. 보통 우리는 누군가와 잘 되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면 평소에 잡고 있던 이성을 살짝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가사를 공감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다. 나와 상대방 사이에 술이 있는 순간 우리는 5%의 진심과 95%의 충동으로 사랑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지마 곡을 좋아했던 이유가 모두 가사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모두 좋은 가사라는 것에는 공감할 것이다. ‘술’ 때문에 ‘취해서’ 선을 넘어본 적 있는 사람들이라면 특히나.

 

선을 넘는다는 것은 곧 ‘섹스’를 의미한다. 진심과 충동이 섞인 섹스 뒤에는 높은 확률로 사랑이 따라온다. 그 사랑의 정도는 매번 다르지만 조금의 호감과 미련은 생기기 마련이다. 상대방과 깊은 합일. 그건 내 모든 걸 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모든 걸 주었다가 쉽게 모든 걸 다시 가져올 순 없다.

 

그러나 나는 이 시점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주지마에서 말했듯 섹스는 사랑하기 전엔 하면 안되는 것일까? 왠지 본능적으로 그것이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3.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신뢰가 없는 사랑의 시작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이 감정은 사랑일까?

 

정신과 분석 전문의 김혜남의 책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걸까?>를 읽어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신체적인 접촉과 자극을 원하고 신체의 표면을 섞고자 하는 오랜 열망은, 어린 시절 부모와 밀착되어 떨어지고 싶지 않던 공생적 합일에 대한 열망과 관련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의 행위는 생후 초기의 경험과 많은 연관을 갖는다.”
 

 

우리가 누군가와 신체적 접촉을 하고 싶은 건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정해진 결과 라는 뜻이다. 따라서 닿고 싶은 열망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위다. 그러나 사랑 하기 전의 섹스는 위험하다. 사랑 없는 섹스는 우리의 공격성을 그대로 들어나게 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밀접하게 친밀해진다는 것은 서로의 내부에 있는 원초적 욕망이나 공격성이 변형되거나 승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상대를 향해 달려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가 무차별적으로 섞임으로써 자신이 상대에게 먹혀 버려 결국 자기를 상실해 버릴 수 있는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이 위험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사랑이란 감정이 필요하다.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을 주지마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의 숨겨둔 진실을, 공격성을 보여주기 전에 서로의 신뢰도를 쌓자는 말이다. 그러므로써 새로운 면을 보아도 우리는 불안해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버려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사랑 없는 섹스를 한다. 합일감은 느끼고 싶고 상처받는 것은 두려우니까.

 

영화 헤드윅 ost 가사를 보면 사랑의 기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나는 기억해 두개로 갈라진 후

너는 나를 보고 나는 너를 봤어 널

알 것 같은 그 모습 왜 기억할 수 없을까

피 묻은 얼굴 때문에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하지만 난 알아 네 영혼 끝없이 서린 그 슬픔

그것은 바로 나의 슬픔 그건 고통

심장이 저려오는 애절한 고통

그건 사랑

 

 

실은 하나였던 인간이 두개로 갈라진 후 서로를 끊임없이 원하게 됐다는 이야기. 이 노래가 맘에 드는 이유는, 누군가를 원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이해시켜 주기 때문이다. 특히 회피형인 나에게는 누군가와 가까워져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더 와 닿는다.

 

 

 

내 사랑의 유형은


 

회피형인 내가 말하는 사랑은 이런것이다.

 

 

사랑해란 말은

가벼울 수도

무거울 수도 있지

내 사랑은

네가 짊어질 수 있는 만큼

딱 그만큼만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는 사랑. 나는 이제야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랑을 하는 지 깨닫고 있다. 어떤 걸 했을 때, 내가 불안해하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다. 그걸 통해서 나는 사랑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누군가는 자신의 사랑 유형을 모른 채 이끌리는 본능에 괴로워 하고 있을 것이다. 사랑이 힘들지만 사랑이 하고 싶은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하는 ‘방식’의 문제임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내가 말한 건 섹스와 사랑의 관계였지만 다른 누군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그 사랑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어린시절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랑이 어렵다고 사랑하지 못하는 건 너무나 슬픈 일이다. 우리는 태초부터 다른 누군가를 탐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자신의 어린시절을 돌아보고, 자신이 어떤 사랑의 유형을 가졌는지 더 알고싶은 사람들에게는 오카다 다카시의 <나는 상처를 가진 채 어른이 되었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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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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