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덜트, 스튜던트 [사람]

어른들을 위한, 어른들에 대한
글 입력 2021.03.0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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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덜트 스튜던트. 이 두 단어의 뜻은 명확히 다르지만 왠지 모르게 이 단어는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있다. 어른의 사전적 의미는 성인이다. 스튜던트의 사전적 의미는 학생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특히 험난한 고 3의 생활을 끝마친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막 20살이 시작하는 그 때 자신을 스튜던트에서 어덜트로 탈바꿈한다. 머리는 이렇게, 치마는 저렇게. 수 많은 제약에서 풀려나는 그 순간, 대한민국의 스튜던트는 세상을 가진 기분을 느끼곤 한다. 또 그만큼 우리나라의 스튜던트는 ‘어덜트’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기대가 컸던 만큼 ‘어덜트’라는 이름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당장을 바쁘게 보내야 할 것 같고, 남들에게 뒤처지는 건 곧 지는 것이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다.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해서 돈을 벌면 이거 할 거야, 저거 할 거야. 이러한 다짐과 버킷리스트는 어느새 저 구석으로 밀려나고, 당장의 오늘을 사는 데에 급급해진다. 어덜트가 되기 전까지 치열하게 남과 경쟁하며 지냈던 스튜던트의 기질을 아직 버리지 못한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어덜트로부터 점점 도망치기 시작한다. ‘어덜트’의 의미는 나이를 세는 도구로 전락해버리고, 이리저리 도망치다 나 자신은 자라지 못한, 그렇다고 어리지도 않은 어덜트-스튜던트로 남아버리는 것이다.

 

무언가를 잘해야 하고, 하나를 결정하더라도 절대 섣부르게 하면 안 되고, 그로 인한 실패는 더욱 용납이 안 되는 사회에서 어덜트는 스튜던트의 다음 단계가 아닌 아직 스튜던트로 남고 싶은 사람들에게 짐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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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 – 산다는 건, 가치 있는 것.


 

영화 소울이 어덜트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간결하고 복잡하다. 난 잘하는 게 뭐지, 를 고민하는 어덜트에게 '소울'은 ‘잘하는 거 없어도 되는데’라는 정반대의 대답을 전달한다. 그리고 그 간단한 메시지를 들고 어덜트는 한참을 고민한다. 과연 그래도 될까? 잘하는 게 없어도, 특출난 재능이 없어도 될까? 소울이 들려주는 이상적인 현실과 어덜트의 현실의 괴리는 감히 좁힐 수 없는 것이어서, 소울이 주는 메시지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쉽게 생각해보자. 일단 좋아하는 걸 찾아보는 것이다. 필자로 말할 것 같으면, 아침은 안 먹는 걸 좋아한다. 영화를 보며 점심을 먹는 것을 좋아하고 새벽에는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만드는 걸 좋아하며 적당한 바람이 부는 선선한 날씨를 좋아한다.


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걸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이상하게도 평소에는 좋아한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간다. 오히려 좋아하는 것들이 싫어지는 때도 있다. 그들이 내가 ‘잘해야 한다고 믿는 것’에 밀리는 순간이다. 남과 나를 비교하며 현재의 내 모습을 돌아볼 때, 남들과 달리 스펙 하나 없이 초조해하는 내 모습을 볼 때, 내가 좋아하는 것은 초라해지고 한동안은 좋아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복잡하고 생각이 많아질수록 단순화가 필요하다. 이 넓은 세상에 나 혼자만이 존재한다는 상상을 해보자. 누구와 경쟁할 필요도 없고, 누군가에게 뒤처질 수 있다는 부담감도 사라지는 그곳에서 과연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가 아니라,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긴 시간을 살아야 하는 삶에 좋아하는 것이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초라한 삶이 아닐까.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러나 나 자신을 잃는 것은 괜찮지 않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를 잊고 ‘잘해야 하는 것’에 매달리는 순간, 주위는 점차 색을 잃고 결국엔 자신마저도 색을 잃어간다. 마치 ‘소울’의 22호처럼. 지치고 힘든 그 순간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며 잠시 숨을 골라보자. 잿빛 세상이 다채로운 색으로 덮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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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필자가 대학에 입학한 후 전공 책 외에 처음으로 구매한 책이다. 유명하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으나, 대학을 위해 필요한 책은 아니었기에 읽어볼 생각조차 안 했던, 조금의 여유를 가졌을 때에서야 생각이 났던 책이다.


‘기적’에 의지하는 편은 아니지만 ‘기적’이 있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이 책은 필자에게 제목부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중간 부분과 마지막 부분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멋진 날일 것이라는 것’, 그리고 ‘백지에 자신을 마음껏 그려보라는 것’. 가볍게 시작했던 글은 성인이 되었으니 이제 어덜트라고 생각했던 필자에게 많은 질문을 남겼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편지를 남기는 사람들에게 내미는 해결책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올림픽 중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뭘 망설이냐,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어라’, 지금의 부모님이 싫다는 사람에게는 ‘부모님을 따라라, 다 생각이 있으실 거다.’ 그러면서도 편지 작성자들은 사람들이 잊고 지냈던 소중한 무언가를 일깨워준다. ‘사랑’, ‘가족’, ‘희망’, ‘용기’. 쉽게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없기에 바쁜 하루를 살다 보면 잊기 쉬운 것들이다.


나미야 잡화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 간단한 편지를 받으며 몇 번의 고뇌를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되묻는다. ‘그래도 돼요?’ 이렇게. 너무나도 ‘어덜트’스러운 부분이다. 그럼 나미야 잡화점은 대답한다. ‘당연하죠. 되고 말고요.'

 

함부로 무언가를 결정할 수 없는 나이와 위치에 올라있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나미야 잡화점은 믿음과 확신을 준다. 거기에 용기를 얻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결단을 내리는 힘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 힘이야말로 스튜던트에서 어덜트로 넘어가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다.

 

책 속에는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고민 해결소가 있었지만, 그 고민 해결소가 자기 자신이어도 괜찮다. 큰 무언가가 필요한 게 아니다. 나미야 잡화점 3인방처럼, 믿음과 확신을 자신에게 주면 된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나 자신을 믿으면 된다.


나에 대한 '불안'은 미래를 고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렇기에 이것이 마냥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불안감에 잠식되는 건 다른 이야기이다. 불안감 속에 잠겨있지 않고 그 불안감을 다른 믿음으로 탈바꿈할 때, 스튜던트는 나 자신에 믿음을 가진 어덜트가 되고 어덜트는 잊어버린 소중한 가치를 다시 떠올리는 스튜던트로 돌아간다. 진정한 ‘어덜트-스튜던트’가 되는 것이다.

 

 

 

어덜트-스튜던트



어덜트와 스튜던트. 책임질 것이 많은 어덜트와, 어덜트로 자라나야만 하는 스튜던트. 책임에 짓눌려 많은 것을 잊고 지낸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왜 잊었냐는 질책이 아닌 공감과 위로이다. 어덜트로 올라갈 수도, 스튜던트로 남을 수도 없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간단한 물음이다.

  

오늘은 무얼 하고 보냈는지, 오늘 하루 좋았던 건 무엇이었는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속으로 생각해도 좋고, 글로 적어도 좋고, 누군가에게 털어놔도 좋다. 그리고 마무리는 다짐이다. ‘내일은 더 좋겠지’. 꼭 내일이 좋아야만 한다는 것이 아니다. 내일이 더 나을 것이라는 믿음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시나리오를 구상하게 된다. 그리고 도저히 결론이 나지 않아 지쳐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다 놓아버리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기분에 놓일 때마다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이럴 시간이 없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진정한 가치를 찾는 것이다. 이것을 시작한 이유가 뭐였지, 내가 이것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건 뭐였지. 그러다 보면 불안감에 잠식된 나를 저 멀리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나 자신을 끌어낼 때, 잊었던 가치를 찾게 된다. 그리고 답을 발견하게 된다. 답은 나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생각만큼 복잡하지 않고, 오히려 간단하다. 이 모든 건 ‘나 자신’에 집중했을 때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다.

 

조금도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10분간의 숨 쉬는 시간을 가져보자. 평소 좋아했던 걸 하고, 나 자신을 다독이는 10분의 시간은 분명 삶을 사는 데에 작지만 명확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잘하는 것을 잘하는 삶도 좋지만,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는 삶이야말로 현대 어덜트-스튜던트에게 필요한 삶이지 않을까 싶다.

 

 

[안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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