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 [도서/문학]

글 입력 2021.03.02 16:0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사람은 무엇으로 죽는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현재까지 이백오십만 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 코로나 이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감염병으로 사망했다. 전쟁도 많은 이들을 죽였다. 전쟁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라고 할 만큼 수많은 전쟁이 있었고, 그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감염병과 전쟁 외에도 질병, 사고, 범죄, 재해, 자살 등 사람이 죽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그 다양한 사망 원인에 사랑은 없다. 누군가가 죽었을 때, 그 이유가 사랑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그저 병 때문에 죽고, 사고로 죽고, 혹은 늙어서 죽을 뿐이다.

 

비스바와 쉼보르스카의 시 <사랑 때문에 죽는 이는 아무도 없다>를 읽었다. 그 제목이 말해주듯 이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없다고 말한다. 절절한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 로미오와 줄리엣마저 결핵과 디프테리아로 죽었다고 말한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사람들은 사랑 때문에 죽지 않는다.

 

그러나 쉼보르스카의 삶을 상상해보면,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제2차 세계대전이 있었고, 나치가 수많은 학살을 행했으며, 파괴와 살상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시대였다.

 

사람들은 사람을 두려워하고, 사람을 의심하고, 사람을 피하고, 사람을 죽였다. 사람이 사람에게 기대어 살 수 없었다. 사람의, 사람을 향하는 사랑이 없었다. 사랑이 부재한 사회는 비극으로 치달았고, 수많은 이들이 죽었다. 사람들은 사랑 때문에 죽었다.

 

 

2093339799_yaXmHtpe_heart-692312_640.jpg

 

 

쉼보르스카의 시와 같은 제목을 가진 이채현의 소설을 읽었다. 약 2047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사랑 때문에 죽는 이는 아무도 없다>속의 세상도 쉼보르스카가 살던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전쟁과 살상이 없을 뿐이지, 사람이 사람에게 기대어 살 수 없는 것은 똑같았다. 오죽하면 말동무가 되어주는 로봇이 상용화되었겠는가. 소설 속 세상의 독거노인들은 사람을 닮은 구식 안드로이드 ‘이안’을 사용했고,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자살했다.

 

신식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던 사람들은 자살하지 않은 걸 보면, 구식 안드로이드가 자살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죽은 진짜 이유를 알 수 있다. 이안은 사람을 닮았고, 그래서 사람들은 이안을 사람으로 착각했다.

 

그러나 이안은 안드로이드에 불과하다. 사람의 감정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이 왜 자살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무리 소중하게 생각해도 보답받지 못하는 마음,

이걸 견딜 수 없었던 거다.”

 

이 한 문장이 말해주듯, 사람들은 사랑받길 원했다. 그러나 사랑을 받지 못했고, 사랑의 부재에서 오는 외로움과 슬픔이 그들을 죽였다. 사랑 때문에 죽은 것이다.


쉼보르스카가 살던 과거와 이안이 사는 미래, 100년 이상이 차이 나는 두 시대 모두 사랑이 필요했으나 사랑받지 못한 사람들이 죽었다. 사랑의 부재는 때때로 사람을 죽음으로 이르게 한다. 그만큼 사랑의 힘은 강력하다.

 

많은 이들은 때때로 사랑 때문에 죽는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