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소원>이 <작은 소망>으로? 중국 영화의 역수출

글 입력 2021.02.2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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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어떤 영화가 상영하고 있는지 살펴보다가 아주 눈에 익은 영화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중국 영화 <작은 소망>이었습니다:)

 

아니, 이 영화가 언제, 어떤 경로로 들어온거지!? 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가 좋은 기회로 서울에 있는 대한극장에서 보고 왔답니다. 최근에 한국에 들어온 중국 영화인 <소년적니(少年的你)>는 CGV에서 배급을 했는데, 제가 이 영화를 관람한 시기에는 서울에서는 대한극장과 서울극장 단 두 곳에서만 상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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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망

小小的愿望

 

 

작년 10월 즈음, 중국 동기에게 이 영화를 추천 받았습니다.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작은 소망>이라는 영화가 요즘 재밌다면서 시간 있으면 보러 가라는 말로 시작했는데, 원작이 한국 영화라서 그런지 스토리가 더 탄탄한 것 같다며 한국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가는 대화였죠.

 

한국 원작이 뭐냐고 물어보니 <위대한 소망(伟大的愿望)>이라며, <작은 소망>은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 중국 버전이라고 하더라구요! 한국의 원작도 보지 않았던 저는 그저 끄덕이며 "그래 나중에 보고 얘기해줄게!" 라며 대답을 했고, 2020년의 8월에 이 영화를 한국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보고 와서 중국 친구한테도 이야기 했더니 신기한 역수출이라면서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인 교류가 늘어나는 것 같아 좋다는 훈훈한 이야기로 마무리 했죠.


<작은 소망>의 핵심 인물은 세 명! 서호 역을 맡은 왕대륙(王大陆), 고원 역을 맡은 팽욱창(彭昱畅) 그리고 장정양 역을 맡은 위대훈(魏大勋) 입니다. 아래 사진만 봐도 개구진 세 친구들의 모습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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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 한창 즐길 나이에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고원, 날이 갈 수록 몸은 악화되고 어렸을 적 부터 절친이었던 서호와 장정양은 고원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바다를 데려가는 등 여러가지 해프닝을 벌니다. 하지만 정작 고원의 마지막 소원은 "어른이 되고 싶어, 연애를 해보고 싶다!"라는 말!

 

두 친구는 고원의 여자친구 역할을 해줄 사람을 찾느라 자신들의 동창들에게도 물어보고 (그러나 뺨만 맞고.....) 하는 등 이래저래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에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혹시라도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서 줄거리는 다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스토리적으로는 단순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배우들의 열연에 계속 웃음을 지으며 볼 수 있었어요. 특히 순수한 세 친구의 우정이 돋보이는 영화라서 그런지, 간만에 보는 코미디 장르 영화를 상영 시간 내내 즐길 수 있었답니다.


저는 문화산업의 시선에서 이 영화를 바라보려고 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리메이크에 해당하는 "翻拍"입니다. 줄거리는 앞서 말한 대로 크게 다르지 않아요:) <작은 소망>의 경우에는 시대감을 더욱 살리려고 슬램덩크, 브릿지(머리의 부분만 염색하는 것), 크고 무거운 텔레비전 등 요소를 활용해 1990년대의 분위기를 조성했고 필터 역시 아련한 느낌을 주는 방향으로 설정했다고 합니다. 분위기 조성 면에서는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샀던 영화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2019 9월 중국에서 개봉되었을 무렵, 2억 8620만 위안(한화 약 488억원)의 흥행수익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소망>의 중국 최대 리뷰 사이트 더우반(豆瓣)의 평점은 5.1점으로 낮은 편에 속합니다. 전 분명히 아주 유쾌하고 재밌게 봤는데, 중국 관객들은 어떤 이유에서 점수를 이렇게 낮게 준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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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분석한 결과 아주 낮은 평점을 준 관람객들은 한국의 오리지널 버전인 <위대한 소원>을 이미 본 적이 있었고, 중국 버전으로 개봉한다기에 기대를 크게 가지고 봤다가 실망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고원이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작은 소망'을 어른이 되기 위해 연애를 하는 것으로 밝혔습니다. 그래서 등장하는 여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에 대해서 이는 보통 코미디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성(性)을 희화화해 핵심 관람 포인트를 딱 만든 한국의 오리지널 버전과는 다른 애매모호한, 그런 리메이크 작이라는 평이었습니다.

 

정리하면, 한국의 화끈함은 줄이고!(그래도 <위대한 소원>은 15세 이상 관람 가능입니다!) 중국에서 영화 개봉 조건에 맞게 수위를 낮추다 보니 오리지널의 웃음 포인트를 다 날려버리고 드라마 자체의 재미도 감소시켜 버렸다는 것이죠. 저는 우리나라의 원작을 먼저 보지 않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저 포스터를 보고 귀여운 남고생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별 다른 불만은 크게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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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평점을 보아도 기자/평론가들은 더우반과 유사하게 5점 이하의 혹평을 남겼지만, 관람객이나 네티즌들은 꽤 후한 점수를 주며 "유쾌하다", "배우의 합이 잘 맞다", "학창 시절 생각이 났다, 진짜 우정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라는 긍정적인 리뷰를 업로드 했습니다. 이렇게 중국과 한국, 양국 관람객의 온도차이가 큰 것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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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한국 영화가 중국에서 호응을 얻었고, 그래서 중국에서 리메이크가 되어 그 작품이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는 "역수출" 과정을 겪었습니다. 두 나라에서 "연애"라는 말이 지칭하는 그 경계선과 함의, 또한 중국에는 현재 우리나라의 영화계와 같이 영화 등급 제도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누구든 볼 수 있는 영상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러한 스타일로 영화를 촬영했을 수도 있겠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올 여름에 중국 영화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어서 참 반가웠습니다. 다음엔 또 어떤 영화가 수출되어 들어올지 기대감을 한껏 품어봅니다.

 

 

[배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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