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으로 그려낸 판타지와 현실 - 라스트 북스토어

K 현대미술관: 라스트 북스토어
글 입력 2021.02.0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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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2020년은 책의 해였다. 사회, 소설, 예술, 철학, 경제 등 흥미 있는 분야의 책들을 읽었다. 자유롭게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나 제한이 걸려 있지 않았고 시간적 여유도 많았다. 원하는 지식과 간접적인 경험들을 마음과 머릿속에 담았다. 이렇듯,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책’을 주제로 한 라스트 북스토어를 처음 보았을 때, 걱정과 설렘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이 앞섰다. 너무 지루하고, 따분하게 구성된 건 아닐까? 예술가들이 책으로 어떤 틀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 냈을까?

 

전시는 K 현대 미술관의 4층, 5층에 펼쳐져 있다. 1층의 안내데스크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이동했다. 책으로 만든 출입구가 전시의 시작을 알렸다.

 

빛과 형태, 공간을 이용한 설치미술은 하나의 가상 세계를 만들어 냈다. <책 모빌>, <문학의 별들>, <어떤 단어가 떠오르시나요> 등 판타지 세계에 온 것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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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책의 기본인 언어를 만국 공용어인 영어의 알파벳으로 표현했다. 책을 만드는 재료와 가장 비슷한 나무를 작품의 재료로 선정했다. 작품을 보며 다양한 단어, 책의 제목, 문구를 상상하기를 바라는 의도에서 둥둥 떠 있는 알파벳들은 순서도 없고, 특정 단어를 나타내지도 않는다.

 

<어떤 단어가 떠오르시나요>는 문자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무작위로 배치되어 있는 알파벳들 자체도 아름다웠지만 중앙의 전구가 만들어내는 빛이 그림자를 만들어 내며, 바닥과 벽에 또 다른 알파벳을 형성했다. 빛과 공중의 알파벳, 벽과 바닥에 비춰진 그림자는 공간의 확장을 만들어 냈다. 작품의 전체적인 모습이 신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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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 눈길이 머무른 작품은 <캔버스가 된 책>이었다.

 

오래 되어 색이 바랜 책 페이지에 검은색 물감으로 그림이 그려져 있다. 흑백의 작품은 예스러움, 빛바랜 추억 등의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잘못된 퍼즐 조각처럼 이리저리 분절되어 있는 그림 조각들은 기괴하면서도, 호기심을 유발했다. 작가에 의해 가족, 연인 등의 전체적인 주제가 제시되었지만 주변의 어떤 상징물에 초점을 두는가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생각해 낼 수 있었다.

 

책에 그린 그림이라는 것 자체가 개인적인 경험과도 연결되어 친숙했다. 수업이 지루해질 때쯤, 교과서 한 편, 사진에 끄적이는 낙서들. 그 낙서들을 친구들과 함께 보며 지루함을 달래고, 학교 생활의 낙을 찾고는 했다. 친숙한 표현방식이 작품을 통해 발전한 것을 보니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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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과 마찬가지로 4층 역시 빛을 이용한 전시물이 눈에 띄었다. <숨겨진 보석>은 빨간 실타래로 책을 엮어 내고 주변에 앙상한 가지들을 배치했다.

 

책을 둘러싼 배경은 음산함과 고난, 고통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얽힌 실 속에서 걸려 있는 책들은 빛을 받아 환하게 빛난다. 책이 삶의 고난을 돌파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책의 특질은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듣고 싶을 때,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모를 때 등등 책은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조언자이다. 독서가 주는 차분함과 획기적인 아이디어들이 좋다.

 

책의 역할, 작가, 상징, 의미 등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전시물들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각각의 전시물들이 연결되기 보다는 분절되어 있다. 이러한 다양성이 정신을 산만하게 하거나, 본래의 의도를 흐리지 않고, 각각 개성 있게 다채롭게 전시를 완성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설명이 부족했던 부분들이 많아 작가의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다. 어떤 전시물은 책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전반적으로 눈으로 즐기고 가볍게 좋은 전시로, 심도 있게 분석하기에는 전시의 설명과 연결성이 부족했다.

 

책이 아름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책은 일상에서 정말 쉽게 볼 수 있다. 도서관에 빼곡히 찬 책들, 카페에 걸려 있는 잡지들, 애증의 전공책 등등 학생의 신분으로써, 나의 일상은 항상 책과 함께 한다. 일상적이고 친숙한 대상이라 예술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어려웠고, 당연히 예술의 재료,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일상에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것. 나는 이러한 종류의 예술이 사회의 행복 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
 
라스트 북스토어
- The Last Bookstore -


일자 : 2021.01.05 ~ 2021.06.06

시간
10:00 ~ 19:00
(입장마감 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K현대미술관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청소년 12,000원
어린이 10,000원
 
주최/주관
K현대미술관
 
관람연령
36개월 이상 관람 가능

 

 

[박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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