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나는 나를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글 입력 2020.12.3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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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아직도 수능이 끝나고 20대를 앞둔 그때 같은데 어느덧 20대 중반이 되었다.

 

“이 드라마 한 지 벌써 몇 년 지났다”, “우리 수학여행 간 게 벌써 몇 년 전이다”라며 시간 빠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친구의 말처럼 시간은 참 빠르기만 하다. 빠르게 느껴지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 나는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생겼고 그렇게 벌써 졸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대학 생활을 이렇게 보내게 되어 아쉬울 따름이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시험을 보고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내게 되니 무기력해졌다. 침대 위가 가장 행복했던 나도 매일 같이 붙어 있으니 지겨웠다. 올해 나의 경우 딱 5주 대면 수업을 했다. 반년 넘게 붙어 있어서 지겨웠던 침대가 학교 가기 시작한 하루 만에 다시 사랑스러웠다.


과거의 나는 좋아하는 것만 할 순 없지만 좋아하는 것만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 번 사는 인생 길지도 않은 데 싫은 걸 참고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싫다고 생각되는 것은 무조건 피하기 바빴다. 다시 말해 호불호가 아주 강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발버둥 쳐도 어쩔 수 없이 싫어하는 것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싫어하던 것인데 재밌기도 하고 오히려 좋아하는 걸 해냈을 때보다 큰 뿌듯함이 오기도 하고 싫어하는 것 덕분에 좋아하는 게 더 소중하기도 하더라. 그래서 나는 요새 일부러 싫어하던 것들을 해보려고 한다.

 

 

 

이건 나랑 안 맞는다고 확신할 수 있나?


 

내가 불호였던 것 중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은 새로운 사람과 만남이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처음엔 큰 목소리로 밝게 인사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러다 처음 보는 손님들에게 살갑게 이야기하는 나를 발견하고 종종 칭찬을 들을 때는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항상 낯가림이 심하지도 않았다. 추석에 민속 박물관에서 주최하는 행사 스태프로 일하면서, 오신 손님들에게 소원 카드를 소개하면서 체험 부스를 진행할 때 오히려 즐겁기도 했다. 어쩌다 친구의 친구를 만났을 때, 온라인으로 만난 사람을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 편하게 대화하고 즐겁게 논 적도 많다.

 

오히려 스스로 ‘난 낯가림이 심해서 새로운 사람과 대화하는 건 싫어’라고 나의 한계를 정해놓고 내가 생각하는 나에 나를 맞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내가 싫어하는 게 진정 싫어하는 게 맞나 라는 의심이 생겼다.


최근엔 내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인 민트초코에 도전해보았다. 초등학생 때 외가 식구들이 다 모여있는 자리에 삼촌이 조카들 먹으라고 아이스크림을 사 왔었는데, 그 속에 민트초코가 있었다. 그때 먹었던 그 민트초코가 치약 같고 그때까지 먹었던 달짝지근한 아이스크림과 다른 것이 이상해서 나는 그 이후로 한 번도 먹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에 혼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데 갑자기 민트초코가 지금은 어떨지 궁금했다. 여전히 치약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어쩐지 맛있는 치약처럼 느껴졌고 먹기 싫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사람 취향은 참 신기하게도 계속 같을 거 같지만, 어떤 경험을 하냐에 따라, 그때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냐, 그때의 나의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한순간 바뀌기도 하고, 서서히 바뀌기도 한다.

 

 

 

나에게 글쓰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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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 지원한 계기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매주 한 편씩의 글을 제출하는 과제가 있는 과목이 학기마다 있었는데, 어렵지 않은 주제였고 분량도 많지 않았지만, 다른 과제보다도 매주 다른 주제로 한 두 페이지 이상 글을 쓰는 과제가 가장 버거웠다.


나는 사진이나 영상 같은 시각화된 이미지가 좋았지 글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글은 나를 다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어 항상 쓰기 싫고 불편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드러난 내가 별로라는 평가를 받을까 두려운 마음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렇게 어찌어찌 과제를 해나가던 중, 학점을 채우기 위해 타과 전공을 들어야 했는데, 많은 과 중에서 문예창작과 수업에 관심이 갔다. 문예창작과면 글솜씨가 뛰어난 친구가 수도 없이 있고, 내가 싫어하는 내 글을 많이 써야 하겠지만, 제대로 부딪혀보면, 어쩌면 싫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수업은 기초 수업으로 아빠 하면 떠오르는 세 가지 기억 이런 식으로 교수님이 주제를 주시면 그거에 대해 수업 시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토대로 글을 써오는 형식이었다. 나를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 내가 남들 앞에서 정말 사적인 경험도 이야기해보고 교수님께 종종 피드백도 받으며 나는 글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나갔다.


그러면서 복수 전공도 할까 고민했지만, 문예 창작학과 수업의 글들은 감성적이고 내 전공의 글은 이성적이어야 했고, 그것을 동시에 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복수 전공은 하지 않았지만, 타과 전공을 들어야 하는 일이 생기면 무조건 문예 창작학과의 수업을 들었었다.


그렇게 글쓰기에 관심이 생기고, 막 학기가 되니 매주 글을 쓰는 과목을 듣지 않아도 되었고, 그만큼 여유가 생긴 나는 막 학기에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찾아보던 중 아트인사이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마침 에디터 지원을 받고 있었고, 운이 좋았는지 합격까지 할 수 있었다.


매주 하나씩 글쓰기는 여전히 쉽지 않지만, 그래도 나의 글이 쌓여가고, 이번 주에는 이렇게 써볼까. 이 내용은 어떤 식으로 써볼까 고민하는 시간이 전처럼 버겁고 힘들지 않다. 한 번씩 이번 주에는 이 주제로 써야지 하는 순간이 생길 때 재밌기도 하다.


이렇게 나는 나의 취향을 넓혀가며 나를 만들어나간다. 취향이라는 게 나의 경험을 제한하기도 하더라. 내가 할 수 없는 것과 싫어서 하지 않는 것은 다르니까 나는 취향이라는 이유로 나에게 핑계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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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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