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드러냄으로써 사물들을 자유롭게 하기 - 로즈 와일리展

글 입력 2020.12.2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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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 McGorty 2013 Rose Wylie 1.jpg

 

 

로즈 와일리는 '영국에서 가장 뜨거운 작가' 중 하나다. 그는 짧은 단발과 이지적으로 느껴지는 뿔테 안경에 화려한 스팽클이 붙은 치마를 입은 하나의 이미지로 알려졌다. 인크레더블의 유쾌한 디자이너를 닮은 그는 예술가의 스테레오 타입에 정확히 일치한다.

 

예술가로서의 명성만큼 그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해하기 쉬운 그림을 그리는 작가, 밝고 유쾌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 동화 같은 그림을 그리는 순수한 영혼의 할머니 작가. 하지만 실제로 만난 로즈 와일리는 그러한 표현으로만 부르는 것은 부족하단 느낌이 든다.

 

전시회에서 처음 만난 그는 마치 개성적인 내부 구조를 가진 텔레비전 같다. 그는 폭넓은 전파를 수신해서 독특한 이미지로 영사한다. 유명 축구선수, 역사, 신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받은 영감을 캔버스로 옮기는 과정에서 놀라운 변조와 변형이 이루어진다. 매체가 다른 매체를 재매개하는 것처럼, 그는 뉴미디어의 독특한 성질을 캔퍼스로 옮겨 놓는다. 실험은 투박하고 키치해보이지만 결코 가볍거나 간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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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대단한 무언가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림 자체가 메시지입니다. 그림은 그냥 그림이죠."

 

- 로즈 와일리

 

 

그는 일관적으로 이미지의 가독성과 정확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단순히 동화책의 삽화와 같이 '쉽게 읽히는 작품'으로 보이는 것은 대단한 오해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그는 어떤 강렬한 주제를 제시하는 것보다, 사물을 사물로 나타내는 것에 집중한다. 이번에 소개된 작품 중 하나인 <노래하는 북한 어린이들>이 그러한 경향을 잘 보여준다. 그는 영국의 일요 신문 '옵서버'에 실린 사진 속의 북한 아이들의 얼굴 모양, 얼굴, 단정한 유니폼에 주목한다.

 

작가는 이에 대한 설명을 나열하는 대신, 간단한 색과 선을 통해 아이들의 얼굴을 두드러지게 표현한다. 로즈 와일리의 시선으로 재탄생한 아이들의 얼굴에는 이데올로기와 사회적 의식이 흐려지는 대신,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상을 주는 복합적인 결과물로 표현된다.

 

로즈 와일리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이 점에 있다. 때로 주제는 사람을 사람으로 만들지 않고, 그림을 그림으로 만들지 않는다. 로즈 와일리는 반대로 주제가 아닌 사물로 작품을 시작한다. 그는 사물의 시각적 영감을 그대로 영사함으로써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표현 방식이 사물의 매력과 본질을 더욱 두드러지게 표현된다.

 

'북한 아이들'이라는 텍스트에는 이미 수많은 판단과 편견이 샌드위치처럼 겹친 채로 제시된다. 그렇다면 텍스트가 아닌 하나의 선으로 제시된 '북한 아이들'은 어떨까? 우리는 로즈 와일리의 시선을 거쳐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되지만, 주제의식에 얽매이지 않은 색과 선으로 표현된 그들을 본다. 뚜렷하고 거친 붓질로 마감된 작품의 결과물은 때로 영사된 사진보다 사물을 명확하게 표현한다.

 

그래서 로즈 와일리의 표현 방식은 현대인에게 이상한 감동을 준다. 우리는 수많은 미디어 레이어를 동시에 수용하고 오가며 살아간다. 인식 세계는 넓어지기는커녕, 더 좁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세계에서 사물을 뚜렷하게 드러내려는 그의 방식은 이상한 감동을 준다. 가독성과 정확성을 중요시하는 그의 표현 방식이 다소 추상적이라는 점을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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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재밌는 것은 그의 최근 작품에 두드러지는 것이 단순히 일반적인 '사물' 뿐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연속적으로 제시되고, 부분을 캡처하는 필름 이미지를 뚜렷하지 않은 선으로 고르지 않게 표현할 뿐만 아니라, 미디어 테크놀리지의 기본 인터페이스인 스와이프, 재생, 일시 정지, 배속 아이콘을 드러낸다. 캔퍼스 중간에 쓰여있는 작가의 메모는 영상과 이미지에 덧입혀지는 미디어 텍스트를 연상하게 한다.

 

미디어 프레임을 포함해, 로즈 와일리 작품의 원료는 그를 둘러싼 세계다. 그는 영화, 애니메이션, 사물, 축구, 신문을 포함한 다양한 세계를 캔퍼스에 담아놓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의 작품을 실제로 감상하다 보면 그가 세계에 가진 특별한 감정과 관심이 얼마나 거대한지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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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서 그의 작품을 마냥 '순수한 영혼'의 작품으로 보는 것에 약간의 불편함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그 말은 반 정도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가 작품을 그려내는 방식은 진지하지만 때로 하나의 놀이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품들이 이미 그의 특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지만, 전시회 한구석에 재현된 권순학 작가의 로즈 와일리 아틀리에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로 보여준다.

 

로즈 와일리는 켄트의 시골집에서 50년 동안 살았다고 한다. 16세기에 지어진, 나무와 산딸기가 가득한 집에서 로즈는 매일 9시간 동안 서너 장의 캔버스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앉아 작업한다. 그녀의 아틀리에는 정말 혼란스럽다. 제대로 닦지 않은 물감이 물감 통에 아무렇게나 꽂힌 브러쉬에 덕지덕지 붙어있고, 그림의 도안으로 보이는 종이가 마른 물감을 묻히고 꽂혀있다. 물감을 닦은 것처럼 보이는 신문이 다 쓴 휴지처럼 수북하게 쌓여있다.

 

자유로운 시선을 가진 작가처럼 작업실도 자유롭기 그지없다. 그녀의 많은 작품이 여러 종이와 천을 덧댄 캔퍼스로 표현된 것처럼, 그녀의 작업실도 하나의 완성된 현대 작품이나 콜라주처럼 보인다. 그녀의 방식은 분명 슈퍼 아트스타를 바라는 예술계와 비교해 단순하고 반항적이다. 실수한 캔버스를 버리는 것보다 새로운 캔퍼스로 덧대 그리는 그녀는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아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

 

프레임을 다양각색하게 흡수하는 이 전문적인 아티스트는 때로는 사춘기 소년소녀처럼 예측할 수 없고 자유분방하다. 그녀를 어떻게 '할머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녀가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그녀는 이미 나이가 아닌 하나의 스타일로 알려질 만 하다.

 

 

Red Painting Bird, Lemur and Elephant, 2016, Rose Wylie.jpg

 

 

로즈 와일리 전시회는 눈이 즐거웠다. 사물을 적극 드러내는 로즈 와일리의 방식은 다양한 맛을 낸다. 그는 사물을 드러냄으로써 자유롭게 한다. 그의 작품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잠재력이 있지만, 그녀의 모든 작품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것만이 그의 의도는 아닐 것이다.

 

디자인적으로 그의 표현 방식은 매우 뛰어나다. 마티스와 바스키아의 작품이 다시 떠오르는 오늘날의 미적 감각에 그의 작품은 완벽히 부합한다. 미술관 끝에 상품으로 프린팅된 그의 작품은 분명 지금까지 있었던 그 어떤 전시회의 굿즈보다 감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단색 동물 시리즈 레드 페인팅 새, 여우 원숭이, 코끼리>, [NK (Syracuse line-up)]이 가장 눈에 띄었다. 단색 동물 시리즈의 레드는 붓을 사용하지 않고 맨손을 큰 물감 통에 담가 직접 칠했다. 붓이 아닌 손으로 작품을 완성해나갔기 때문에, 거칠고 강렬한 느낌은 줄 수 있지만 세밀한 표현은 어렵다. 흥미로운 것은 그녀가 실수한 부분을 수정한 방법이다. 그녀는 스테이플러를 이용해 다른 천들을 덧대어 수정한 것을 드러냈다.

 

<단색 동물 시리즈>는 유독 전시회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거대한 캔퍼스 위에 두드러지게 남아있는 거대한 물감 자국과 누더기처럼 덧대 붙인 천들은 묘한 매력을 자아낸다. 가까이서 보면 작가의 동선이 보이고, 강렬한 색감과 터치감이 묘한 야성미를 지니고 있다.

 

[NK (Syracuse line-up)]은 엄마 옷을 빌려 입은 어린 아이같아 보이는 니콜 키드먼을 표현한 방식이 관객들에게 아이러니하고 재밌는 느낌을 준다. 니콜 키드먼은 비싼 드레스를 입은 성공적인 여배우다. 하지만 로즈 와일리의 시선으로 재탄생한 그녀는 옷을 터는 방망이를 들고 엄마의 저녁 드레스를 걸친 아이처럼 보인다. 로즈 와일리의 방식이 두드러지기도 하고, 그런 방식으로 재탄생한 니콜 키드먼이 상당히 사랑스럽다.

 
 

NK (Syracuse Line Up), 2014, Rose Wylie.jpg

 

 

코로나 바이러스로 역동성과 움직임이 제한된 오늘날 로즈 와일리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축복할 만한일이다. 이 성실하고 역동적인 현대작가의 전시회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묶인 오늘날도 하나의 소재로한 그림이 소개 되고, 그가 특별히 좋아하는 축구선수와의 카톡 내용이 공개된다.

 

전시회와 그리 많은 인연을 가지 않은 일반적인 대중으로써, 전통적인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미술 전시회는 유물 박람회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래서 로즈 와일리를 만나는 것이 더 특별했다. 그 누구보다 젊은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로즈 와일리는 단순히 '최첨단'의 '핫한' 명칭보다 더 솔직하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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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와일리展

- Hullo Hullo, Following on -

 

 

일자 : 2020.12.04 ~ 2021.03.28

 

시간

10:00 ~ 19:00

(입장마감 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초, 중, 고 학생 13,000원

유아 11,000원(36개월 이상)

 

주최/주관

유엔씨

 

후원

주한영국대사관, 주한영국문화원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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