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퀼리브리엄'을 꿈꾸는 전시 [미술/전시]

인간과 환경의 경계에서 'Equilibrium'
글 입력 2020.12.27 20:0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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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ACC FOCUS
이퀼리브리엄 : 인간과 환경의 경계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 3·4관
2020.11.20.-2021.3.14.

 

 
좀처럼 잠잠해 않는 코로나19와 근 몇 년 전부터 시작된 기후 이상은 우리를 ‘환경 이슈’에 눈뜨게 했다. 모두가 무심히 여겼던 환경 문제는 결국 크나큰 파장을 불러왔고 개선 노력이 필요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했다. 그러던 중, “이퀼리브리엄”전시를 만나게 되었다.
 
 
이퀼리브리엄은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종의 종류와 수량이 항상 균형을 이루는 평형 상태를 지칭한다. 전시는 인간과 환경의 경계에서 생태계의 다른 종들과 마찬가지로 생태계 평형을 유지하기 위한 인간들의 수많은 행위 중에서,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과 관련된 개별 작가들의 기억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 이퀼리브리엄 소개 中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역할을 살려 아시아 작가들과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전시를 기획했고, 작품 속 동질적인 부분을 발견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 국가는 달라도 환경은 우리 모두를 위한 문제임을 상기시켰고, 사회에서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직접 보여주었다.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는 “개인의 기억: 개인의 과거 기억 속 환경, 사운드스케이프”로 작가 개인의 경험에 기반 한다. 두 번째는 “사회의 역사, 정치와 연관된 환경의 과거와 현재”로 사회와 연결된 경험을 선보이고, 세 번째는 “환경을 통한 치유, 미래비전+상상의 세계”로 환경이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작품을 통해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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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가공된 정원, 2013
 
 
첫 번째 주제에 해당되는 김준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는 기억 속에 남은 소리들을 한 곳에 보관해두었다.
 
소리를 보관한다는 것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진다. 어떤 한 장소와 사건으로부터 발생된 소리를 채집하여 책상 속 서랍에 담아두었다. 생각날 때 사진과 편지를 찾아 추억하듯, 소리를 다시 꺼내어 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소리의 감각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작가는 특정 장소로부터 모은 자연석, 식물, 이미지 등을 함께 곁들었다.
 
서랍 속 소리는 다양한 자연을 담고 있었는데, 그 중 처음으로 꺼내본 소리가 ‘지리산 설상사’의 소리였다. 그곳에서 들려오는 크고 작은 자연의 소리와 소음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작가가 꾸민 정원에서 관객들은 도시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자연환경을 느낀다. 개개인의 기억 속 자리하고 있는 가장 생생한 환경의 형태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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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기, 자연사박물관 : 태반류, 2019
 
 
두 번째는 사회와 연결된 환경을 주제로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에 활용된 유리병들은 시민들의 기부로 이루어졌다. 유리병은 닫혀있기도 열려있기도 하며, 하나의 유리병마다 작은 설명들이 적혀져 있다. 예를 들자면 ‘붉은캥거루 : 현존하는 가장 큰 유대목으로 오스트레일리아 전역에 걸쳐 초원지대와 사막에서 서식한다’이다.
 
작가는 지구의 생명체들이 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과, 동종요법의 극소량만을 희석해도 효능이 발휘한다는 원리에 근거하여 작품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모든 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현존하거나 멸종한 생물이 존재하고 있음을, 유리병은 약 800여 종의 포유류를 담는 매개가 됨을 말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은 생태계 이슈 문제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렇게나마 만날 수 있는 태반류를 보며 성찰의 기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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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lyama, 오션원더랜드, 2020
 
 
작가는 무수히 많은 뜨개질로 인도네시아 바다 속 풍경을 구현했다.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관객들이 바다 속에 직접 들어가 하나가 되기를 기원하며 형태를 구축했다. 그리곤 바다 속을 헤엄치는 관객들에게 질문한다. 당신이 그 바다 속 생물들의 일부가 된다면 보존과 파멸 중 무엇을 택할지를 묻는다.
 
직접 바다 속 생물의 일부가 되어본 관객은 안락함과 행복감을 느낀다. 아름다운 생물들에 둘러싸이는 순간 자연이 어떻게 인간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지 깨닫는다. 그러는 동시에 이 아름다운 자연들을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3장의 주제, 환경을 통한 치유 그리고 미래 비전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미래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
 
<이퀼리브리엄>은 환경 이슈를 다루기 위해, 여러 문제를 알리고 이를 개선해야한다는 캠페인식 접근이 아닌, 개인의 크고 작은 경험을 출발선으로 하여 사회·역사로 퍼져나가는 방법의 접근법을 이용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환경 이슈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님을 인식하게 되고, 자연스레 자신이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됨을 인지하게 된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나 역시 <이퀼리브리엄>의 중요성을 이해했다. 환경 파괴는 나의 기억을 앗아가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환경은 동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니라 나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그리고 내가 이 환경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임을 깨닫는다.
 
모두의 노력과 염원으로 ‘이퀼리브리엄’이 조금씩 실현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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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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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푸름
    • 우와 참 새롭고 재미있는 전시네요...! 너무 멀어서 직접 가보지는 못하겠지만,, 좋은 전시 소개 감사합니다!:)
    • 1 0
    • 댓글 닫기댓글 (1)
  •  
  • 지희
    • 2021.01.31 20: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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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고
    • 푸름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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