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이 무의식 중에 행한 차별이 있나 돌아봐주세요 -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글 입력 2020.12.2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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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질환은 당신의 표현이 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아픔은 얼마나 고독한가. 나는 문학 작품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예술인'이라는 소재를 좋아하지 않는다. 원인과 부위를 명확히 판별할 수 있는 육체적인 아픔과는 달리, 정신 질환은 당사자조차 본질을 알 수 없는 병이다.

 

사람들은 때로 알 수 없는 어떤 현상이나 이해할 수 없는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정신병'이라는 '은어'를 갖다 붙이고는 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특정한 의미나 가치를 내포하는 '표현'이 아니다.

 

최근 정신병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 미디어가 자주 등장하면서 정신 질환자에 대한 인식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자면 사람들은 여전히 정신 질환자들을 사회에서 격리하고 있다.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는 보장하지만, 이를 내보이는 순간 더 이상 정상인이라고 취급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당신이 가볍게 말하고는 하는 일상 속 언어들이 얼마나 큰 차별의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전달하고자 한다. 리뷰를 시작하기 전, 사진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그 이미지가 정신 질환자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을 형성한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정신 질환이라고 검색했을 때 나온 이미지에 대한 분노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 지금 아파', '너 지금 아파?'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정신 질환자가 작성한 글이 '소름 돋는 썰'로 공유되는 것을 보았다. 이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글을 읽어보아도 공포심을 조장하는 언어 표현은 어디에도 없었다. 단지 일반 사람들과 다른 사고 체계 아래에 작성된 어색한 글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은 그것을 비웃고 이질적인 무언가로 취급하고 있었다.

 

다소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신체적인 질병은 타인에게 '나 지금 아프다'라고 당당하게 털어놓은 뒤 배려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정신적인 질병은 타인이 '너 지금 아파?'라고 물어보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숨겨야 한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나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 질환은 당신을 위한 형용사가 아니다



물건을 고를 때 고민을 오래 한다는 이유로 '선택 장애', 가스 밸브를 잠그고 나왔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한다고 해서 '강박 장애', 기분이 조금 좋지 않다고 해서 '우울증'.

 

당신도 살면서 한 번쯤은 사용했던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그 말속에는 해당 정신 질환에 대한 우스꽝스러움과 가벼움이 담겨 있다. 오히려 실제 그 병들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그 표현을 사용하지 못한다. 타인의 입에서 나오는 무지로 인한 차별이 나에 대한 혐오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언제부터 질병이 무작위로 갖다 붙일 수 있는 형용사가 되었는가.

 

 

 

정신 병원, 왜 벌써부터 무서운가요?


 

무엇보다 정신 질환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은 '정신 병원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표현하는 정신 병원은 '폐쇄 병동에서 쇠창살을 물어뜯는 환자들의 아비규환'이다. 따라서 정신 질환자들은 사회적인 인식 때문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 자신도 그렇게 변화할 것이라는 공포감 때문에 병원을 기피한다. 그리고 스스로 아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자괴감에 시달린다.

 

사회가 그들에게 '비정상'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무의식중에 차별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정신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배려를 넘어 당연한 우리


 

정신병에는 널리 알려진 공황장애, 우울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위의 두 질병은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소위 '정상'의 범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외에도 더 많은 질병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질병 속에서도 경도에 따라 정신 질환자가 견뎌내는 모습은 다르다.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질병과 그렇지 않은 질병이 있다는 것은 이들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다.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데는 분명 수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를 넘어 당연한 '우리'로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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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향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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