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가 이뤄야 할 미래 -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도서]

글 입력 2020.12.24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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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하게는 생각하지 말기 정말 잠이 올 때면 그 자리에 기대어 / 너무 지친 니 몸을 잠시라도 쉬게 해줘 / 혼자라고 생각 말기 힘들다고 울지 말기 / 너와 나 우리는 알잖아 / 햇살이 참 좋은날에 그런 날에 하루라도 / 또 다른 우리가 되어볼까

 

 

김보경의 <혼자라고 생각 말기> 노래의 가사 중 일부이다. 중학생 때 드라마에서 이 노래가 나오는 걸 듣고 참 위로를 많이 받았고, 힘들 때면 꼭 듣는 노래 리스트에 들어가게 되었다. 마음이 아프려고 할 때, 이미 아플 때 노래 하나가 마음을 위로해주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 덕분에 금방 낫기도 한다.
 
하지만 위로되지 않는 마음이 꼭 인생에 들어가야 할 챕터처럼 생기기도 한다. 그러한 마음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마음을 가지고 있는 상태 자체가 이 사회에서 당당해질 수는 없을까? 이 책은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시작되고 끝이 난다. 나도 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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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감금과 수용

 

어릴 때부터 내 머릿속에 각인된 정신병원은 범죄자 수용소의 모습과 흡사했다. 모두가 같은 옷을 입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밥을 먹고 정해진 활동을 하면서 하루가 반복되는 모습이었고, 나에게는 모두가 비정상이기 때문에 그러한 시설에 감금되어있다고, 사회에서 우리와 분리됨으로써 우리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 최근 '그것이 알고 싶다'의 "다시, 인간의 조건을 묻다- 장항 수심원의 슬픈 비밀" 편을 보게 되었다. 그 영상을 본 날의 충격을 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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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갇힌 그들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고향에서, 자신의 집에서 추방당해 눈 감는 섬 주민들로 둘러싸인 유부도 정신질환자 수용시설에서 지내게 된다. 장항 수심원은 제대로 된 의식주도 챙기지 않으며 인권까지 쉽게 유린해버리는 시설이었지만 모두에게 외면당한 정신질환자들은 계속해서 삶을 살아갔다.
 
1997년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이 취재하여 이 사실이 알려지고, 폐쇄당하게 되었고 갇혀있던 환자들은 드디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인간 대우조차 하지 않는 장항 수심원은 20년이 넘도록 운영되고 있었고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원생들이 직접 땅에 묻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취재팀의 노력으로 시설이 폐쇄되고 원생들은 다른 시설들로 옮겨졌다. 그리고 2016년, 취재팀이 이후 그들의 삶을 다시 취재했지만, 대부분이 수심원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자살과 죽음이라는 결말이었다.
 
이 이야기를 접하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대한민국에 아직도 이러한 시설이 존재한다는 비참함과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신병원에 대한 인식에 내재된 혐오감이 동시에 느껴져 무척 힘들었다. 사회에서 격리해야 마땅할 사람들이라 받아들였던 내가 부끄럽고 그러한 시설이 존재하게끔 방관하는 사람들에 속했다는 생각에 심한 후회가 몰려왔다. 그리고 정신질환자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세상의 인식을 바꾸어나가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할 뿐,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생각이 흐려질 즈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전문가가 바라본 한국의 마음 아픈 사람을 대하는 모습과 참고가 될만한 여러 이야기, 이상향을 통해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음 아픈 사람들

 

 

모두가 공통된 기준의 정상 상태에 있으리라 생각하고, 이 기준 안에서 정상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정상은 실체가 없는 허상일 뿐이다.

 

p.25

 

 
언론에서 만들어내는 정신질환자의 위험성, 우리로부터 격리해야 한다는 공포심 주는, 왜곡된 시야와 진실들, 언론뿐만 아니라 사소한 말 한마디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혐오들이 모두 정신질환자를 비정상으로 규정하여 '우리'와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정상은 실체가 없는 허상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명확한 기준도 없는 사회에 살면서 다수가 자신들의 권력을 보전하고자 하는 기준을 억지로 꺼내와 비정상의 표본을 만들어낸다.
 
그 사회에 살면서 나도 참 일반인, 정상인에 들기 위해 노력해왔기에 어쩌면 이런 말을 하는 게 위선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실체가 없는 허상이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강렬하게 지켜야 하는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기에 이를 허무는 일이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부터 나도 모르게 쌓여있는 구분 짓기와 혐오를 마음속에서 지우고 경계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사람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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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많이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것은 자리를 빼앗긴 자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마땅히 사람으로서 그들의 자리에서 환대받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p.246

 

 
사람에게 나만의 공간, 장소에서 오는 아늑함을 포함한 감정들은 삶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나만의 공간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에서 사람은 큰 안정감을 느낀다. 내가 누워있는 곳이 병원의 베드인지, 내 방의 침대인지는 천지 차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듯, 우리가 뺏어버린 그들의 자리를 다시 내어주고 그들의 자리를 조성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환대받고 살아갈 수 있도록, 웃으며 아프지 않도록, 마음의 아픔이 나을 수 있도록 해주는 환경이 필요하다.
 
 
 
작가의 다짐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질환으로 아픈 사람들이 보다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좋은 치료를 개발하고 보급하고자 한다. 또한 정신병원, 정신건강센터, 행정복지센터를 비롯해 노숙인 시설, 교정시설, 학교 등과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나갈 것이다.

 

p.345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과 그로 인해 치유되는 마음의 상처와 회복을 만들어내는 사회를 꿈꾼다. 작가는 이를 위해서 NGO도 운영하고 해외에 나가 정신질환자를 치료하기도 하고, 이러한 책을 통해 무심했던 사람들을 일깨워준다.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세상, 당연한 세상인 듯싶지만 제대로 실현되기 어려운 세상이다. 이 책을 읽고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작가의 말에 나도 직접적인 행동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정신병원을 비롯한 정신적 아픔에 대한 무심한 관념이 분노를 거쳐 부끄러움으로 바뀌고 행동을 담은 다짐을 만들어내는 순간, 우리 사회는 조금씩 바뀌어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나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에서 냉대와 차별의 시선을 받는 모두를 위해, 모두가 눈을 뜨고 현실을 바라보고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공동체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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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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