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끊임없이 책을 읽는 이유 -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 [도서]

글 입력 2020.12.0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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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삶을 대충 살아갈 수 없는 운명을 지닌 것 같다. 하다못해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가장 기초적인 행위를 할지라도 우리는 항상 ‘무엇’에 몰입한다. 이렇듯 전제로 깔린 몰입에 겹겹이 몰입을 추가해가니, 쌓여가는 몰입이 부재할 때는 무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인 김은섭은 대장암에 걸려 하루를 버티면서도 깊은숨을 마시고, 입술을 깨물면서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가 인용한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였다. 폼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이 될 때>, 김혜남의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그리고 등등. 그들은 모두 자신의 병에 몰입하지 않기 위해, 그러면서도 이를 잊지 않기 위해, 그 순간을 기록했다.

 

책을 읽는 내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저자도 배웠고, 필자도 배웠다. 한 마디로, 무척이나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었다. 이 리뷰안에 밑줄 쳐놓은 인용문을 얼마나 많이 배치해야 하는지가 가장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 라는 제목에 맞춰 극심한 고통에 휩싸이면서도 왜 책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중심으로 꾸려본다.

 

 

 

책은 이래서 읽는다.


 

먼저 우리는 책을 통해 무언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인생의 정형화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기보다는, 개인이 처한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매 순간 결정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나 자신의 지침, 그 모든 것이 결정하기엔 부족할 때가 있다. 혹은 내 선택에 이견이 존재할 때 자신감은 하락하고 결정은 미뤄진다.

 

그럴 때 책은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 걱정의 무게를 덜어 비교적 가볍게 문제를 해치우게 만들고 어쩌면 마음속에 이미 정해놓은 정답을 확신하게 해준다.

 

 

“내가 품은 고민의 답은 책 속에 있다기보다는 내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단지 독서를 통해 만난 수많은 문장과 단어 속에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있었고, 그 실마리가 키워드가 되어 무의식의 저 끝에 숨어 있던 결정적인 해답을 끄집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했을 뿐이다.” (75p.)

 

 

저자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책을 ‘선배 같은 책’이라고 말한다. 딱 적합한 말 같다. 부모나 애인보다는 가벼운 지침이지만, 그래서 더 따라가기 쉬운, 그런 역할. 가볍게 조언을 들을 수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아무 생각하지 않고 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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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리는 책으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사물 객체에서 공감을 얻는다는 비문 속에서 한 명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것이다.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인간이 줄 수 없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을 테니깐.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하지만 누군가와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결코 없앨 수 없는 개인의 고독 또한 존재한다. 특히 바쁘디 바쁜 현대 사회에 들어서게되면, 관계 형성은 무사하고 각자 놓인 과제를 처리하기 바쁘다. 그 와중에 ‘내’가 병에 걸리게 된다면? 병을 자각한 그 순간부터 나를 제외한 시공간은 원망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지나간다.

 

대신 아파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지만 원망스럽다. 오히려 나로 인한 걱정을 줄이기 위해 의식적으로 피하면서도 얄미운 건 어쩔 수 없다. 이 책의저자 또한 그렇게 느꼈다. 나 홀로 세상에서 떨어져 나온 듯한 고독을 뼛속까지 사무치는 고독을 책을 통해서 달랜다.

 

 

“가족들이 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 건 정작 나인데, 그들이 평화롭게 자는 모습이, 나를 더 슬프게 했다. 어느 순간 사무치게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위로할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으며) 나는 이 대목을 찾아 읽으며 마치 찾아 헤매던 동지를 만나듯 이반 일리치에게 격하게 공감했다. (…) 나는 한참 동안 숨죽여울었다.”

 

 

정말 좋은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책은 연쇄적인 공감을 일으킨다. 저자가 이처럼 여러 책에 위로를 받고 남긴 책은 또다시 나를 위로한다.

 

 

 

P.S. 지극히 개인적인 추천 구절



죽음과 밀접했던 선배의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듣게 되면, 앞으로의 ‘인생 계획’ 보단 ‘인생 살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짧게나마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열심히 살면 오래 살 수 있다고, 그리고 예전처럼 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폴의 착각이었다.” (34p.)

 

 

열심히 하기 때문에 찾아올 보상을 당연시하는 것은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 인생에 기호 ‘=’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병상에 누워 배운 게 하나 있다면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은 빨리 인정하고 수용할수록 덜 힘들다는 것이다.” (69p.)

 

“'오늘의 나를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의 내가 ‘제대로 사는 법’이 아닐까.” (97p.)

 

“남과 비교하지 말고 온전히 나만 들여다봐야 내가 제대로 보인다. 정말이지 난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117p.)

 

 

이렇듯 ‘나’의 속도로 살아가면서 필자 또한 끊임없이 책을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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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

- 책 속에서 살 길을 찾다 -

 

 

지은이

김은섭

 

출판사 : 나무발전소

 

분야

에세이

 

규격

140*195

 

쪽 수 : 240쪽

 

발행일

2020년 10월 31일

 

정가 : 14,000원

 

ISBN

979-11-86536-72-8 (03810)

 

 

[박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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