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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Review] 방 안에 내려앉은 안개 - 우리가 가진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 [도서]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애쓸 때면, 안개가 내려앉는다.
책을 펼치자마자 만난 첫 장에서 한동안 머물렀다. 회한. 깊은 후회. 수치심과 죄책감, 슬픔을 수반하는 것. 마이라 칼만은 단어의 뜻을 하나씩 적은 뒤, 정물화와 실내화에는 과일이 담긴 그릇과 꽃병, 방 안에 놓인 여러 사물들 사이로 어느 정도의 회한이 숨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몇 장을 더 넘기면 한 남자의 그림이 나온다. 톨스토이다. 그림 옆에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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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2026.10.03
리뷰
공연
[Review] 우리 병아리의 이름은 꼬꼬 - 연극 페이백
나의 전원일기와 추억과 육식의 딜레마
여유로운 일요일이었다. 일찌감치 집을 나서 1달 만에 또 머리를 깎은 뒤, 성북 04를 타고 성신여대로 넘어갔다. 여전히 햇발은 강했으나 가을바람이 아련듯 불어오다. 까딱 못 알아볼 뻔한 바람의 뒤꽁무니를 치어다보았다, 초가을은 온 지 모르게 지나쳐버리기 일쑤였으니까. 성신여대의 카페에서 작업을 좀 하다가는 미아리 고개를 걸어 올랐다. 여간해선 버스로 지나
by
서상덕 에디터
2026.10.01
리뷰
영화
[Review] 우리는 '질병'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 알파 [영화]
'줄리아 뒤쿠르노'의 영화 <알파>에 대한 개인적 단상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을 포함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심연의 공포, 낙인, 혐오를 마주하는 바디 호러 영화 〈알파〉는 〈티탄〉을 만든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바디 호러 신작이다. 영화는 신체에 그로테스크한 변형과 파괴를 가하는 특유의 질감 표현과 파괴적 묘사로 인간 심연의 공포와 마주한다. 이 문법은 영화 전체의 주제를 관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육체가
by
문경란 에디터
2026.09.25
리뷰
영화
[Review] 회피했던 과거를 추모하며 - 영화 '알파'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에이즈 파동
<알파>는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평가가 나뉘었던 영화이다. 이는 단순히 영화가 보여주는 세계의 기괴함과 시각적 충격 때문은 아니다.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이 나타내려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느낀 결과이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충격은 두 겹으로 쌓여 있다. 첫 번째 충격은 시각적 충격이다. 영화를 처음 보면 바로 보이는 것들이다. 대리석으로 변하는 질
by
류나윤 에디터
2026.09.24
리뷰
영화
[Review] 변주되며 반복되는 공포 - 알파 [영화]
낙인이라는 병
몸을 석고처럼 굳게 만드는 혈액 매개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도시. 주인공 알파는 파티에서 문신을 새겨오고, 오염된 바늘을 사용했음을 알게 된 엄마는 곧장 혈액 검사를 의뢰한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2주간 학교에는 알파가 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퍼지고 이는 곧 낙인이 된다. 감염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알파를 피하다 못해 폭력을 가하는 모습은 병에 대한 공포뿐
by
조현정 에디터
2026.09.23
리뷰
영화
[Review] '알파'는 어떻게 가족의 기상이 되었나 [영화]
'알파'는 몸이 대리석으로 굳는 병을 다루며 질병과 뿌리, 수치심이 세대를 건너 전해지는 방식에 관한 고찰을 내비친다. 굳어버린 것들이 붉은 사막의 모래가 되어 흩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병으로 이어진 사랑을 탐구한다.
프랑스어로 '기상'이라 불리는 조각이 있다. 중세 무덤 위에 죽은 자의 모습을 본떠 만든 이 돌 조각상은, 눈을 감은 채 영원히 누워있는 자세로 조각된다. 산 사람이 아니라 이미 떠난 이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역설적으로 기상은 그 사람을 위한 애도가 채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말은 정신분석학에서, 해소되지 못한 트라우마가 다음
by
황지윤 에디터
2026.09.19
오피니언
드라마/예능
[Opinion] 2020년대 멜로드라마 속 질병과 사랑 [드라마/예능]
왜 드라마는 상처받은 마음을 사랑의 이야기로 만드는가?
1. 죽음을 넘어서는 사랑 드라마를 살펴보면 당대 사회의 변화와 현대인의 욕망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드라마에서 질병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방식은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 2024년에 방영된 <눈물의 여왕>과 <엄마친구아들>의 여성 주인공들은 불치병과 그에 준하는 암 질환을 경험하지만, 결국 이를 극복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물론 시한부 주
by
김한비 에디터
2026.09.11
리뷰
공연
[Review] 더러운 비둘기 - 인간동물들
나는 연극이 분노를 펼칠 때 조금 더 신중해줬으면 한다
비둘기, 이제와 도시의 시궁창을 목욕재계할 곳으로 삼는 길 잃은 조류. 시궁에 기꺼이 몸을 담그는 것 중 땅을 기는 것으로는 시궁쥐가 있었으니, 나는 것으로는 이 비둘기가 있는 셈이라, 궁창의 불결함을 하늘로 퍼다 나름으로써 명실상부 현대의 흉조가 되었다. 날갯짓 한 번에 수만의 병원균을 펄럭인다 했던가, 사실 관계는 다 알지 못하나 적어도 2주는 씻지
by
서상덕 에디터
2026.09.04
오피니언
공연
[Opinion] 아름다운 신화 속 숨겨진 시대의 병 - 뮤지컬 '엘리자벳' [공연]
한 여성이 짊어졌던 구체적인 억압과 한 시대가 함께 앓았던 불안을 신화적인 로맨스의 언어로 옮겨 담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화려하다. 검은 망토를 두른 죽음이 등장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지고, 이 뮤지컬의 대표 넘버 "나는 나만의 것"이 시작되면 다들 숨을 죽인다. 30년 넘게 독일어권 무대를 지켜온 이 작품이 한국에서도 확고한 팬덤을 갖게 된 건 우연은 아닐 것이다. 화려한 무대, 강렬한 멜로디, 그리고 무엇보다 죽음이라는 존재를 실제 인물로 만들
by
이유빈 에디터
2026.09.02
리뷰
전시
[Review] 얼굴 없는 예술가는 still here - 뱅크시 : Still Here [전시]
화염병 대신 꽃다발을 던져주세요
뱅크시. 예술에 약간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예술가 중 한 명인 신원미상의 백인 남성이자 국경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현실 비판적인 그림을 몰래 그리고 다니는, 일명 ‘아트 테러리스트’. 현실을 기발하게 꼬집는 그의 작품들은 그 자체의 완성도로도 인기를 얻었지
by
김혜원 에디터
2026.08.14
리뷰
공연
[Review] 단순한 병리로 환원될 수 없는 여성의 초상, 연극 ‘플리백’ [공연]
중독, 취약성, 강박증, 트라우마⋯ 이 여자의 삶을 설명하는 방법
2026년 6월 19일부터 9월 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라이선스 초연되는 연극 <플리백(Fleabag)>은 영국의 배우 겸 작가 피비 월러-브리지(Phoebe Waller-Bridge)가 집필하고 초연한 1인극으로, 2013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되어 에든버러 프린지 신작상(Fringe First Award)’을 수상하는 등 비평과
by
이다연 에디터
2026.08.03
오피니언
미술/전시
[Opinion] 살가죽 아래, 매끄럽지 않아 아름다운 것들 [미술/전시]
한병철 '매끄러움'의 미학으로 해석한 '스타티스 로고테티스' 전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쉬이 정의할 수 있을까. 푸른 하늘을 아름답다고 하는 이도, 붉게 타오르는 불꽃을 아름답다고 하는 이도, 모두 틀린 이는 없다. 우리가 이 질문 앞에서 관대해지는 이유는, 그 기준을 정의하는 대상마다의 개인성 혹은 선호에 그 대답이 국한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름다움'은 보편성의 시각에서 그것을 해석하는 것보다, 그것
by
문경란 에디터
202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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