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소년의 춤과 사랑, 그리고 성장 이야기
글 입력 2020.11.26 15:3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티저 포스터.jpg

 

 

리듬감 있는 북소리가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그리고 그 리듬 위에서 춤을 추는 소년 메라비가 있다. 그의 낯선 몸동작은 금세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지아 국립무용단의 댄서 메라비는 늘 춤으로 성공하기를 꿈꿔왔다. 가끔은 현실의 가난이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새벽같이 연습실에 나와 춤을 추고 다시 집에 돌아가서 밤새도록 춤을 출 만큼 그에겐 춤이 세상의 전부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경쟁자 이라클리. 메라비의 춤이 우아하고 섬세한 반면, 이라클리의 춤에는 특유의 절도와 카리스마가 있다. 무용단의 메인 댄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기 시작하는 그들. 그런데 둘만의 연습이 계속될수록 둘의 감정은 점점 묘한 방향으로 뒤바뀐다.


두 소년의 춤과 사랑, 그리고 성장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는 2019 칸 영화제에서부터 2020 선 댄스 영화제까지, 전 세계 40여개 영화제에서 초청 및 수상하며 전 세계를 열광시켰다.

 

 

 

DANCE : 춤



11.jpg

 

 

영화의 중심을 담당하는 조지아 전통 무용은 조지아 국가의 정체성 그 자체다. 조지아의 전통적인 춤은 강렬하고, 독특하며, 국가의 혼이 담겼다. 그리고 경직된 조지아 사회가 그러하듯이, 보수적이고 고정된 성 관념을 강조한다. 이에서 벗어난 모든 것들은 전통에 대한 모욕이다.

 

우아하고 가느다란 선을 가진 메라비의 춤은 실력과 관계없이 학교의 마음에 들기엔 쉽지 않다. '남성성'을 강조하는 학교는 그에게 ‘약함은 조지아의 춤에 설 자리가 없다’고 경고할 뿐이다.

 

메라비가 전통과 부딪히는 첫 번째 순간이다.

 

 


LOVE : 사랑



10.jpg

 

 

첫사랑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랑이다.

 

메라비와 이라클리가 붙어 있는 시간이 늘어가며, 점차 그들은 서로가 사랑임을 깨닫는다. 메라비의 감정을 가장 먼저 눈치챈 사람은 여자 친구 메리. 오랜 시간 메라비의 댄스 파트너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의 여자 친구가 된 셈'이었던 그녀는 이라클리를 향한 메라비의 커져가는 감정을 두려워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무용단에는 동성애가 발각된 자자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와 같은 소문이 파다했다. 소문에 따르면 자자는 발각되자마자 국립 무용단에서 쫓겨났고, 집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수도원에 가게 되었으며, 신부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지금은 살 길이 없어 서커스단 옆에서 몸을 판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조지아의 성 소수자들이 처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그들을 받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가족으로부터, 학교로부터 버려진 그들의 선택지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 세대가 옛 세대와 부딪히고 상처를 입는 또 한 번의 순간이다.

 

 


YOUTH : 청춘, 그리고 그들의 성장



12.jpg

 

 

하지만 메라비는 그 모든 것들을 감수하고 결국 사랑을 택한다. 물론 그 결과가 완전한 사랑의 결실은 아니지만.

 

두 무용수의 사랑은 보수에 대항하는 청춘들을 대표한다.


“이제 네가 추고 싶은 춤을 춰”


그리고 마지막 오디션 장면에서, 메라비는 억압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유로운 독무를 만끽한다. 그 춤은 ‘남성적’이지도 힘이 있지도 않지만, 카리스마 있고 우아하며 메라비답다. 이는 세상에 짓눌리던 소년이 마침내 세상에게 진짜 자신을 보여주는 순간이다.

 

방황하던 청춘은 마침내 자신의 길을 찾았고, 그 표정에는 열정과 해방감이 가득하다.

 

*

 

영화는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지아 사회에 등장한 최초의 LGBTQ 장편영화로, 개봉 전부터 난항을 겪었다.

 

제작 중에는 살해 위협으로 세트장 내에 꼭 경호원이 있어야했으며, 무용단들은 ‘조지아에는 동성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촬영을 거부했다. 시사회에서도 영화는 조지아 교회와 극우 세력의 극심한 개봉 반대 시위에 부딪혀야만 했다.


그럼에도 티켓은 13분만에 5000석을 매진하며, 많은 이들의 지지와 응원을 얻었다. 그리고 그 응원은 지금도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영화에서는 전통 문화와 새로운 세대 간의 강렬한 대립이 나타난다. 그러나 청춘은 억압에 굴하지 않고, 꿈과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좌절할지라도 끝내 꿈에 가까워지는 주인공의 모습은 조지아 사회에, 그리고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청춘들을 지지하며, 누가 뭐래도 그들의 인생을 살아낼 것을 응원한다.

 

 

I stepped on the lawn of some forbidden dawn

난 금지된 새벽의 잔디밭을 밟았어

And declared myself so free

 

그렇게 내 자신에게 자유를 줬지


Days of Dust – Molly Nilsson

 


[신지이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