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었어. -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도서]

글 입력 2020.11.2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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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러 이야기나 주변에 일어난 사건들을 통해 예상치 못한 구석에서 충격을 받기도 하고 위안을 얻기도 한다. 어느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모여 거대한 바람을 만들어내듯, 단 한 권의 책이 어떤 사람에게 큰 위로와 힐링을 선사할 수 있다. 이 책도 그런 존재로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정말괜찮은사람띠+표1.jpg

 

 

이 책에 들어 있는 56개의 글을 찬찬히 머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지게 된다. 이 책은 김용은 수녀가 <가톨릭 평화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 종교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왠지 모르게 수녀의 모습을 떠올리면 경계보다는 포옹으로 다가서고 싶고,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이 글에서도 내가 상상하는 수녀의 모습이 뚝뚝 묻어났다. 한 편으로는 업으로서의 수녀님의 모습이 아닌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에 대한 작가의 모습들도 볼 수 있어서 신선하게 충분히 공감하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깜박하지 않고 사랑하기



 

"바쁘고 분주한 가운데에서도 온유하고 친절한 사람은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살레시오 성인은 말한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에 사랑으로 누군가에게 주의를 기울여줄 때 내가 행복하다. 정말 그렇다.

 

p.58

 


최근에 생일을 맞아 여러 친구에게 생일 편지를 받았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손편지를 자주 썼지만, 성인이 되고 난 뒤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주로 생일 축하를 하거나 받다 보니까 편지를 쓰거나 받을 일이 거의 드물었다.

 

하지만 고맙게도 친구들이 여러 생일 편지들을 써주어서 편지 읽어보는 재미와 감동에 요즘 푹 빠지게 되었다. 그중 한 편지에서는, 내가 기억도 하지 못하고 있던 2년 전 이야기를 꺼내며 그때 내가 카카오톡으로 써주었던 메시지에 아직도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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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대학교에서 주최한 특별 강연에 참여했는데, 그 강연자의 태도와 모습에서 그 친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전하며 친구의 방식과 방법대로 계속해서 하나둘 이뤄나가기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톡을 썼었다.

 

나는 '그냥' 너무나 좋은 강연을 혼자서 들었다는 아쉬움을 달래면서 '그냥' 그 친구가 떠올라서 이야기를 전했던 것뿐인데, 친구는 지금까지도 고맙게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톡의 내용이 뭔지도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하지만 일상에서의 사소한 말과 이야기들로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큰 위로와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친구의 편지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의 편지에서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 마음을 담은 편지들 덕분에 이번 생일은 더욱 특별했다.

 

그리고 '말'은 하는 내가 아닌 듣는 너의 것이라는 작가의 이야기처럼 내가 말하는 것은 발화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의 영향력을 듣는 이에게 미친다는 사실을 마음에 품고 더욱 신중하게 언행과 글쓰기에 임해야겠음을 다짐했다.

 

 

 

과거를 업고 다니는 사람



그동안 나는 과거의 아쉬운 모습들에 후회하며 힘들어했다. 그때 더 잘해줄걸, 왜 그런 말이 튀어나왔을까 자책하며 친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후회하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를 보고 아니어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기 위해 읽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친구들의 진심을 담은 편지를 읽으며 내가 생각보다는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사람임을 느끼게 되었다. 아직 부족한 건 맞지만, 그래도 친구들이 나의 말 한마디를 기억하며 힘을 낼 수 있었다는 말에 덩달아 나도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그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고 너무 힘들어할 필요 없다는 위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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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과거를 업고 다니면 현재가 무겁다고 말한다. 나는 과거를 업고 다니는 사람 편에 속한다. 오래전의 기억이 아니어도 어제의 기억, 방금 지나친 사람과의 기억에서도 내가 용감하게 행동하지 못한 이유와 내 의견을 분명히 표현하지 못한 이유를 캐물으며 자책한다. 완벽해야 한다는 믿음과 그를 이룰 수 없는 현실과의 격차로 힘들어한다.

 

성격, 성향 검사에서도 항상 완벽주의에 가까워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유형이 나온다. 이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상당히 커서 성인이 된 이후로는 이 문제를 진단하고 조금은 해결해보고자 교양 수업이나 책들을 읽고 명상을 해보기도 하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노력을 통한 깨달음을 현실에 직접 적용하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도 몇 시간 전 일어난 일에 후회하며 무기력함을 느끼고 다른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그럴수록 다시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을 해본다.

 

*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일을 같이 하게 되기도 하며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나를 휘감아 버거울 때가 많다. 작가는 그 과정에서 진정한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자기 스스로 찾게끔 도와준다.

 

일상 하루하루를 모두 좋은 감정들로 채워나갈 순 없지만, 내 생각을 바꾸어 나간다면 부정적인 태도보다는 긍정적인 태도로 주어진 임무나 역할을 해내고 어쩌면 내가 느끼고 있는 장벽들도 하나씩 부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 장벽들이 사실은 내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아 성찰하며 나를 돌보며 장벽을 깰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외부에서 이미 만들어진 장벽으로 힘들어한다면, 나의 마음가짐을 최대한 가볍게 하고 토닥여주며 앞으로 나아가도록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공동체가 생기고 장벽을 깨려는 사람들이 모인다면 결국엔 장벽들, 방어벽이 모두 깨질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나부터 생각을 다시 해보고 기억하며 나는 '나'이기 때문에 충분히 행복한 존재임을 마음속에 새겨본다.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었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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