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 음악회를 다녀오다 [공연]

글 입력 2020.11.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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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2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신년음악회를 본지 10개월만에 다시 롯데콘서트홀을 찾았다.

 

이번에 볼 공연은 라메르에릴과 한-러 대화의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공연이었다. 일찍 도착해 아래층의 쇼핑몰을 한창을 헤매다 공연 10분 전 공연장이 위치한 8층으로 올라갔다.


공연장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반가운 얼굴로 서로를 맞이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꽉찬 로비는 꽤나 시끌벅적했다. 그러다 공연 5분전 종이 울리고, 입장이 시작됐다.


우리의 자리는 9층 우측 날개 자리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일행과 한 칸 사이를 비워놓고 앉아야 했다. 일행과 대화를 나누며 기다리다 보니 공연장을 밝히던 빛이 점점 약해졌고, 곧 사회자가 등장했다. 라메르에릴과 한-러 대화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이번 공연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공연이 비로소 시작됐다.

 

악기를 든 연주자들이 등장하고 지휘자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연주자들이 자리를 잡자 바로 연주가 시작되었다. 놀란 눈으로 바라보다가 라메르에릴이 챔버오케스트라라는 사실이 기억났다. 챔버오케스트라인 만큼 지휘자는 없었고, 리더인 박준영 씨의 신호에 맞춰 전체가 균형을 이루는 구조인 듯 했다. 한 명의 지휘자가 전체를 통솔하는 일반적 오케스트라 구조에 익숙했던 내게는 조금은 낯선 시작이었다.

 

 

1-롯데 공연.JPG

 

 

공연의 문을 연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서거 1주년을 기념하여 아렌스키가 헌정했다고 하는 ‘차이코프스키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었다. 기존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2대로 구성되었던 곡을 재구성하여 현악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수 있도록 한 곡이라고 했다.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경쾌하게 다양한 테마가 변주되며 새로운 전개를 이끌어내는 곡의 흐름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어지는 곡은 이영조의 <환희>와 임준희의 <소프라노, 대금, 해금과 현악 3중주를 위한 독도 환타지>였다.

 

<환희>의 경우, 1910년의 고통과 1945년의 환희를 음악적으로 풀어냄으로써 우리나라의 굴곡진 역사를 표현한 곡이라고 했다. 한국적 리듬을 연주하는 현악기들 위에 소프라노의 울림있는 선율이 얹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성악발성으로 듣는 "지화자", "뱅글뱅글 머리 돌려 상모 돌려" 등의 가사가 참신하고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환희>의 마지막 악장은 익숙한 아리랑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현악기들의 간략한 전주 후에 울려퍼지는 소프라노의 곱디 고운 아리랑에서 민족의 한, 처절했던 과거와 그것을 이겨낸 강인함, 희망과 아름다움 등이 읽혀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1막에서 가장 깊은 인상은 남긴 곡은 임준희의 <소프라노, 대금, 해금과 현악 3중주를 위한 독도 환타지>였다.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특별 음악회를 위해 위촉 작곡했다는 이 곡은 독도지킴이, 몽돌의 춤, 자유의 섬이라는 세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감칠맛 나는 바람소리를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대금이 돋보였던 1악장과 소프라노까지 등장해 한층 더 풍성한 울림을 주는 3악장도 좋았지만,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2악장 몽돌의 춤이었다. 힘찬 리듬 위에서 해금과 서양 현악기들이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밀양아리랑의 멜로디를 주고 받고 있었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다지려는 굳건함과 의지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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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에서는 러시아 음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었다. 연주되었던 곡은 라흐마니노프와 <그루지야의 노래>와 차이코스프키의 <플로렌스의 추억>이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소프라노의 멜로디와 낮게 울리는 첼로가 도드라져 상실감과 비애감이 흘러넘쳤던 라흐마니노프의 첫 곡과 달리 차이코프스키의 두 번째 곡은 밝고 행복하기 그지 없었다.

 

러시아에 비해 기온이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햇빛이 쏟아지는 이탈리아에서 차이코프스키가 느꼈을 밝은 에너지를 상상하고 들으니 음악이 한층 더 경쾌하게 느껴졌다. 신기했던 것은 제목이 <플로렌스의 추억>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음악의 색채감이 매우 짙게 느껴졌다는 것이었다. 자국의 음악에 대해 차이코프스키가 가졌던 자긍심이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두 시간 가량 이어졌던 음악회는 막을 내렸다. 지쳤던 일상 속에서 근심과 걱정을 뒤로 하고 조금이나마 힘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라메르에릴과 한-러 대화의 성공적인 활동을 빌며 이 글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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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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