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바라보는 앙티 마리스의 세계 - 앙리 마티스 특별전

마음으로 읽히는 시각적 아름다움
글 입력 2020.11.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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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꽃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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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문화예술 중에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전시회 티켓을 받았을 때, 무엇보다 '낭만주의'라는 예술가의 소개에 끌렸다.

 

내가 애정하는 낭만주의 문학, 실의와 허탈에 빠진 시대 정신 속에서 싹트는 신비로움에 대한 환상. 그리고 염세와 감성.

 

문학 작품을 읽을 때 나는 정교하고 잘 짜인 이야기보다는, 화자의 덤덤함 속에서 나오는 감정들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자포자기한 화자와 그 시대를 바라보는 내가 마치 최후의 세계를 바라보는 목격자가 된 것 같은 신비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예술가의 시각보다는 문학도의 시각으로 전시회를 바라보았던 것 같다. 앙리 마티스는 그것을 원치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사랑하는 만큼 세상을 바라보니까.


 

 

붉은 심장의 의미, 이카루스


 

이카루스, 1947.jpg

이카루스, 1947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전시회 소책자와 안내 표지에도 이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이카루스'라는 앙리 마티스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종이를 오려서 붙이는 '컷아웃' 기법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앙리 마티스가 고령으로 인해 예술 활동이 어려워지자 조수의 도움을 받아 오린 종이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카루스는 신화를 기반으로 한다.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는 날개에 밀랍을 붙여 갇혀 있던 미로에서 날아 탈출한다. 그리고 태양까지 가고 싶은 욕망에 태양에 가까이 다가갔으나, 그 열로 인해 밀랍이 녹아 떨어져 죽었다. 매끈하기보다 여기저기 튀어나와 있는 이카루스의 형상이 그의 후회와 비탄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검은색 종이가 깊이 없는 절망으로 느껴졌다.

 

가슴의 빨간 점은 상처받은 심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앙리 마티스는 동경심의 의미로 그린 것이라고 한다. 노란 무늬는 떨어지는 날개의 깃털이다. 태양과 비슷한 색감을 사용하여 마치 강렬한 빛이 날개와 함께 떨어져 나오는 것 같은 감상을 받았다.

 

신화를 재현한 그림이라고만 알고 있다가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한 공군 비행사를 표현한 것이라는 또 다른 해석을 보았다. 그러자 붉게 타오르는 심장이 별안간 인간의 동경심이 아닌, 분노와 절망이 응고된 무언가로 느껴졌다.

 

 


수많은 관람자, 수많은 해석


 

스테판 말라르메 '시집' 중 머리카락, 1932.jpg

스테판 말라르메 '시집' 중 머리카락, 1932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느슨한 베일을 쓴 베두인 여인, 1947.jpg

느슨한 베일을 쓴 베두인 여인, 1947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낭만주의 앙리 마티스를 기대한 만큼, 마티스의 삽화를 주의 기울여 보았다. 부드러운 윤곽선과 함축적인 선묘가 인상적이었다.

 

'삽화'라고 하길래 시 속 특정 장면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대부분 신체의 전부가 아닌 일부, 특히 얼굴을 표현한 작품이 많았다. 이후 해설을 들으니, 시의 내용을 묘사하기보다 관람자의 상상력과 독창성에 맡기기 위해 최소한의 선만을 활용했다고 한다.

 

그것은 나름의 쏠쏠한 재미였다.

 

나는 문학 작품을 읽을 때, 인물을 너무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을 꺼린다. 글을 읽으며 나의 세계 속에서 창조한 나만의 이미지가 있었는데, 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앙리 마티스의 간결한 선의 집합이 마음에 와닿았다.

 

 


내가 꿈꾸는 것은 균형의 예술이다


 

안드레아 세라노, 마티스 채플, 2015.jpg

안드레아 세라노, 마티스 채플, 2015

photo by Andres Serrano © Andres Serrano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이 있길래, 무엇인가 해서 가보았다. 다른 것 없이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있는 공간이었다. 나는 종교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그 색감의 조화에 감탄하여 한참을 보고 서 있었다. 붐비는 사람들 속에서 그 공간만큼은 다른 세상 같았다.

 

간병인이었던 수녀의 부탁을 받아 앙리 마티스가 자신의 마지막 인생을 걸어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노란색은 태양, 초록색은 자연, 파란색은 지중해의 하늘, 초록색은 사막 속 자라나는 선인장을 뜻한다. 지중해와 사막이 양립할 수 없는 공간임에도 색감의 조화가 만들어낸 빛은 아름다웠다. 마치 천국으로 향하는 문 같았다. 

 

시각적인 색의 균형으로도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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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_허향기.jpg

 

 

[허향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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