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난 여름을 담은 '연의 편지' [도서]

글 입력 2020.11.0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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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에게 그렇게 해주었기 때문에,

나도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었어.

고마워.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올해 많은 사람이 소중한 문화생활을 지키기 어려워지면서, 가장 안전한 집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방식을 알아볼 필요가 생겼다. 특선영화, 온라인 중계 공연들, 음악 스트리밍, 도서관 이용 등 여러 방식이 떠올랐다.

 

그중 원하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으며, 무료로도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로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웹툰이었다. 책으로 유통되던 양질의 만화들이 웹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정착해서 지금까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덕분에 웹툰이 대중들에게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특성화된 플랫폼들이 생기고,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핸드폰이라는 작은 기기를 통해 침대에 누워서도 스크롤 하나로 화면 속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들에 빠져들 수 있다.

 

웹툰은 본 방송으로 진행하는 드라마를 보듯 매주 다음 화를 기다리며 보게 되는데, 다음 내용을 기다리는 일주일이 눈치 없이 느리게 느껴지기도 한다. 완결된 웹툰 중 일부는 단행본으로 만들어지는 기적을 경험한다. 단행본이라는 것은 기존 종이 만화책의 형태로 웹툰이 편집되어 담기는 것을 말한다. 아무래도 웹툰은 위에서 아래로 진행되는 형식이라면, 만화책의 경우(한국)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책 넘기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책으로 보기 편한 방식으로 칸의 크기가 조절되거나 내레이션의 위치가 조정된다.

 

앞서 말한 웹툰의 장점(어디서나, 어떤 자세로나, 편하게 볼 수 있는 편의성)이 분명 있지만, 사실 ①다음 화를 위해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는 ②전자기기를 오래 보면 머리가 아픈 ③책의 형태를 더 좋아하는 나는 단행본으로 다시 태어난 웹툰을 더 좋아한다(같은 이유로 영상도 영화를 드라마보다 더 선호한다). 시대가 선물한 편리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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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에 집에서 외롭고 쓸쓸했던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웹툰은 바로 <연의 편지>다. 이 웹툰도 단행본으로 보았는데, 사실 2018년 여름 특선 10부작으로 8월부터 10월까지 연재한 무려 2년이 된 작품이라 많은 분이 이미 제목을 들어봤을 수도, 읽어봤을 수도 있다.

 

책의 표지가 푸른빛이고 전체적으로 여름방학이 끝난 직후 2학기 학교를 다루고 있어서, 올해 긴 장마로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여름을 그림으로나마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학교를 주 무대로 하는 웹툰이고, 어른은 장면 속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열여섯 학생의 대화와 행동으로 이야기는 전개되며, 거의 유일하게 다뤄지는 어른인 김순이 기사님도 흔히 생각하는 아이에게 가르침을 주는 어른의 모습보다는 그저 약간 판타지적으로 신비로운 인물로 그려진다.

 

학생들만으로(자세히 다뤄지는 학생은 다섯뿐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들이 갈등 상황에서 선택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들을 응원하게 된다. 또 어린아이들이 가진 따뜻한 마음과 감성, 그리고 우정을 보면 가을밤 나의 마음에 따스한 빛이 번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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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고 따뜻한 그림체로 작가는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를 다룬다. 주요 내용은 책의 제목처럼 '연의 편지'를 따라 진행되지만, 내용 중에 학교 폭력 상황 속에서 고민하고 성장하는 중학생들을 차분히 그려낸다. '학교 폭력'의 소재를 주인공 '소리'의 심리 변화를 통해 섬세하게 다룬다.

 

작가는 학교 폭력의 상황을 마주할 때 주변 친구들이 내는 용기의 소중함과 필요함이라는 메시지를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전달한다. 이야기 중간에 '소리'가 전학 간 이전 학교 친구의 편지를 읽으며 우는 장면이 있는데 '소리'가 말없이 홀로 견뎌왔을 시간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아이를 무척 안아주고 싶었다.

 

그 어떤 것보다 이 작품을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는, 책의 엔딩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한 후 혼자만의 평가를 할 때, 평가 기준이 되는 요소는 비슷해도 평가 비율은 아마 각자 다를 것이다. 영화의 경우를 예로 들면, 같은 영화를 보아도 음악을 중요시하는 사람, 연출을 중요시하는 사람, 스토리를 중요시하는 사람에 따라 영화 전체에 대한 평가는 달라진다.

 

나는 스토리가 명확히 존재하는 영상(영화, 드라마), 책, 공연(연극, 뮤지컬)의 경우, 전반적으로 편안한 스토리 진행이었다면(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진행이 많으면 엔딩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공감이 잘되지 않는다) 엔딩이 작품 평가의 큰 역할을 한다. 작품의 엔딩에 관해서도 꼭 한 번 오피니언으로 다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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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의 편지>는 전반적으로 공감되고 마음 따뜻한(이 표현을 자주 쓴 것 같은데 책을 읽다 보면 색감의 영향인지 마음의 따스함을 계속 느낄 수 있다) 내용 전개를 보여서 끝으로 갈수록 점점 엔딩에 대한 기대가 생겨났다. 기대는 현실이 되었다. 앞에서 책을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로 이미 엔딩을 꼽았듯 페이지를 넘기던 나의 손을 자연스레 멈춘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엔딩 장면이 가진 분위기가 너무도 따스해서 마지막 편지와 추신 부분을(연의 '편지'라는 제목에 걸맞게 책은 첫 번째 편지부터 마지막(열 번째) 편지, 그리고 추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시 한번 읽었던 기억이다. 아름다운 엔딩은 생각보다 긴 여운을 남겼고, 어쩌면 책을 읽은 시간보다 더 긴 시간 책의 주인공 친구들을 떠올렸다.

 

올해 6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연의 편지>가 다른 네이버 인기 웹툰 2편과 함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웹툰이 드라마, 영화, 공연으로 실사화된 사례는 여럿 본 적 있지만, 웹툰 그림체 그대로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 게다가 <연의 편지>가 애니메이션화 대상으로 선정되었다니 한동안은 이 친구들을 더 기억하고 그리워할 것 같다.
 



2018년 8월 공개된 <연의 편지> 홍보영상
 
 
[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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