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편집과 창작윤리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9.3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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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공기가 제법 쌀쌀하다. 후텁지근한 공기를 벗어내고 포근함을 입을 때가 찾아왔다. 아직도 얼굴을 덮고 있는 마스크는 답답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도 멋을 찾아낸다. F/W 시즌을 보낼 옷가지들을 종이 한 장 크기의 화면에 겹겹이 쌓아두곤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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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매거진 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한

룩북(Look Book) 아카이브

 

 

패션브랜드에게 '룩북'이란 건 매우 중요하다. 시즌별로 그 브랜드의 컨셉과 상품을 보여주는 개별 '잡지'와 같은 개념이니 말이다. 브랜드 홈페이지에서 빠져있는 걸 본 적이 없고, 이젠 유튜브에 영상 콘텐츠로 업로드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편집'이라는 개념을 기본적으로 내재하고 있다. 콘텐츠를 만들고 선보이는데 편집이 없을 수 없고 그 편집의 방향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느냐, 마느냐를 결정하게 된다.


이제 아이디어는 나올 만큼 다 나왔다. 그 아이디어가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달되는가는 확실히 에디팅의 힘이다. 인스타그램에 사진 하나를 올려도 필터를 씌우고 편집을 한다.

 

그런 만큼, 편집은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최근 <다큐플렉스> 설리편에 대한 논란을 보고 8월에 관람했던 연극<마우스피스>가 떠올랐다. 마우스피스가 담고 있는 대주제는 '창작윤리'다. 스토리텔러가 가진 책임의 무게는 절대 가벼워서는 안 된다.

 

심지어 지금은 스토리텔러의 시대라 모두 '누군가'의 이야기를 통해 먹고 산다. 그 스토리 안에는 어떤 종류든 간에 '의도'라는 것이 존재하며 그 결과물과 의도는 늘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만 했다. 더 세심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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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이후, 해당 회차의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다큐플렉스>는 제목처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20대 시청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그들이 이번에 다룬 인물은 고인이었고, 그의 죽음이 이 사회에 얼마나 큰 안타까움과 파문을 불러왔는지를 생각한다면 이번 회차의 등장은 너무 섣부르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송출할 수 있었던 것이 개탄스럽다. 고인에게 또 다른 상처를 안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 내가 보여주는 것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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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과의 사적 대화를 무단으로 인용해 논란이 되었던

단편 '그런 생활'이 수록된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문학동네),

김봉곤 소설집<시절과 기분>(창비).

논란은 전에 없던 서적 전량 회수・환불 및

젊은작가상 반납 사태를 부르기에 이르렀다.

 

 

김봉곤과 기안84의 사례도 그렇다. 그들은 콘텐츠를 창작하는 자들이다. 김봉곤은 지인과의 사적인 대화를 도용하고, 기안84는 시대착오적 설정과 여성 혐오적 표현을 사용해 타인의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했다. 어떤 종류의 자유이든 간에 각자의 책임을 다할 때 주어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떤 창작자는 이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 영향력은 미디어를 장악하고, 누군가의 가치관을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도구로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 웹툰 '헬퍼'에서도 이런 혐오 표현에 대한 논란이 일자 SNS에서 웹툰 내의 혐오 표현을 멈춰달라는 내용의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소비자들의 목소리와 지금의 시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작금의 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표현의 자유와 무지'를 구실삼는, 혐오 표현 재생산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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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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