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차별 없는 세계로의 한걸음 -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도서]

글 입력 2020.09.2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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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어버버한 내가 부끄러워서


 

몇 년 전만 해도 낯설었다. 내가 살았던 세계라는 곳은 남성중심주의가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할 만큼 나는 불만 없이 살았었다. ‘페미니즘’을 알게 되었고,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던 계기가 있었다. 학부 시절, 수업 중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당당하게 밝히는 교수님을 만났다. 교수님 덕분에 ‘혐오 발화’에 대해 배웠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여성 혐오’의 사례를 알게 됐다.

 

내 주변에 ‘젠더’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나 또한 ‘여성’의 범주에서 확장하여 동성애, 트랜스젠더의 문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의 경직된 사회의 외곽에 있는 이러한 문제가 더 이상 소외되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많은 사람이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렇게 나는 좀 안다고 자부했나 보다.

 

오랜만에 한 식탁에 두루 앉아 가족 간의 식사 시간을 가졌다. 어쩌다 대화의 주제가 ‘페미니즘’으로 흘러갔다. 남동생이 자신은 페미니스트들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페미니즘은 결국 ‘여성중심주의’가 아니냐, 남성의 고충은 헤아려주지 않는다고 투덜댔다. 페미니즘에 흔히 가지는 오해를 풀기 위해 나는 반박에 나섰다.

 

좀 충격적이었다. 자신 있게 말을 줄곧 이어갈 줄 알았는데 금방 막혔다. 잘 알고 있지 못했던 거다. 안다고 자부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내 앞에 마주한 책은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였다. 이 책을 통해 흥미롭게 봤고 다시금 인식하게끔 도와줬던 것들 위주로 얘기해본다.

 

 

 

‘나’라는 주체에서 본 페미니즘


 

페미니즘은 심리학, 종교, 철학, 사회학 문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와 접목할 수 있다.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처음 쓴 학자는 프랑스 남성 철학자 ‘샤를 푸리에’다. 나는 ‘남성’과 ‘철학자’라는 키워드에 주목했다.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이름이었지만 참 깨어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나조차도 이 세상의 불평등을 똑바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이분은 20세기에 이런 생각과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위계 범위에서 가장 우선순위라고 여기는 ‘남성’의 위치에서 말이다.

 

‘철학’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 또한 좋은 지점이라고 여겼는데, 타자화되어 왔던 여성이 발화의 주체로 나서기 시작한다. 15쪽에 르네 데카르트의 유명한 말이 나온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 말이 멋있다. 사유 주체로서의 나, 더 나아가 행동과 판단의 주체로서의 나는 중요하다.

 

문학에서 장르를 규정할 때도 ‘나’를 인식하고 있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있기에 내가 아닌 너가 존재하는 것이고 나와 너를 인식할 때 시와 소설 희곡 등의 문학 장르가 탄생할 수 있다. 남성에 의해 정의 내려왔던 여성의 의미에 대해 여성이 스스로 사유하고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어쩌면 먼 과거부터 해왔어야 할 일이다. 또한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인 관점을 벗어나 ‘젠더’의 시점에서 다양한 성 불평등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더 이상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파악해야 한다. 페미니즘의 모토는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이다. 사회의 문제는 개별의 문제가 아니라 나아가 우리 모두의 문제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성이 있다.

 

 

 

페미니즘에 관한 오해 타파


 

페미니즘은 하나가 아니다. 페미니즘은 여성중심주의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이 많은 것 같아 속상하다. 한때 메갈이나 미러링이 핫이슈로 자리 잡으면서 페미니즘에 대해 자세히 모르면서 쉽게 정의내리는 사람들을 자주 봤다.

 

어떤 이론을 도출 근거로 하는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뻗어 나갈 수 있다. 160쪽에 보면 각기 다른 사상적 토대와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그들만의 색깔로 성차별 현실을 타파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소개되어 있는 종류만 해도 약 30가지나 된다. 그중에서 자유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 사회주의 페미니즘, 급진주의 페미니즘에 대해 간략히 다루고 있다.

 

다양성과 복합성을 지닌 페미니즘이 생물학적 남성과 생물학적 여성에게 부여하는 역할과 상징에 대해 비판을 제기한다. 각자가 중점적으로 무게를 두는 부분은 차이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으로서 모두가 평등해야 함을 힘주어 말한다.

 

144쪽에서 언급한 젠더 분리에 대한 내용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또한 성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인 구조에서 페미니즘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여러 성 소수자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남성 또한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기득권을 잡고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남성이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충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

 

책을 읽으며 내가 떠올린 사례는 문학 비평이론에서였다. 문학이 가지고 있는 은유와 상징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고대에서부터 쭉 이어왔던 보편적인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특히 신화와 결합하여 상징을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자크 라깡이 제시한 상상계/상징계/실재계에 대한 개념은 아버지=남자, 법과 규칙, 어머니=여자라는 이분법적인 구조와 성 역할에 대한 이미지를 탑재한다. 또 하나의 정신분석학적 용어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도 아들이 동성인 아버지에게는 적대적이지만 이성인 어머니에게는 호의적인 내용으로 자연스럽게 성 역할을 만들어낸다.

 

일상뿐만 아니라 학문에도 침투해 있는 이러한 편견과 오해를 우리는 알고 있는가.

 

 

 

Outro: 변혁적 도구로써 페미니즘


 

그렇다면 페미니즘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사소한 행동에서 출발한다. 잘못된 인식에 문제 제기를 하고 페미니즘의 목소리를 내는 운동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페미니즘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해서 나만의 관점에서 본 페미니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 사람이 주장하는 ‘페미니즘은 무엇인가’에 대해 배웠다. 이 저자가 주장하는 페미니즘은 궁극적으로 ‘코스모폴리턴 페미니즘’이었다. 책 뒷면에 표기된 말로 긴 시간 동안 이어왔던 페미니즘에 대한 내용을 압축했다.

    

 
페미니즘의 궁극적 지향점은 ‘모든’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사회정치적 권리를 보장받는 그 세계를 확장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인간이 지닌 다양한 ‘존재 방식’을 서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세계가 바로 페미니즘이 꿈꾸는 세상이어야 한다. 21세기 페미니즘은 가장 근원적인 뿌리로부터 평등과 정의를 모색하는 ‘급진적 평등성’이 실현되는 세계를 꿈꾸고, 성찰하고, 행동하고, 연대하는 ‘코즈모폴리턴 페미니즘’으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마치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처럼 이상적이다. 사회라는 울타리에 묶인 인간이 모든 차별 요소를 배제하고 평등한 조건을 살아가기에는 몇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누적되어왔던 차별 요소들이 인간에게는 내재하여 있기 때문에 어렵다.

 

단지 이 책 하나를 완독했다고 해서 페미니즘을 다 안다고 자부할 수는 없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도 말했듯이 단지 페미니즘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점일 뿐이고 이것이 페미니즘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 책의 내용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나만의 이해방식과 내용이 필요하다 느꼈다. 내가 이해한 방향으로 이 책의 흐름을 파악하고 관련 사례를 떠올려보고 어떤 식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고민했다.

 

스스로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곳곳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혐오 발화를 더 이상 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통제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페미니즘’이라는 이론이 파괴적 무기가 아닌 차별 없는 세계를 제시할 수 있는 변혁적 도구가 될 수 있도록 한 발짝 다가서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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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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