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타인의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 - 윤곽

글 입력 2020.09.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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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 사물의 테두리나 대강의 모습(네이버 백과사전). 윤곽이 잡히다, 흐리다로 많이 쓰인다. 서로 상반된 이야기를 얘기할 때 쓰이지만, 주관적으로 봤을 때 주로 '뚜렷하다'는 의미로 윤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하지만 도서의 일러스트는 여자가 물 속에서 가만히 누워 있으며 전체적으로 윤곽이 많이 흐렸다. 뚜렷하다의 의미로 많이 사용하는 윤곽과 흐린 일러스트,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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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윤곽>의 흐름은 왠지 일반 책과는 달랐다. 일반적인 소설의 경우에는 주로 화자가 본인의 이야기를 하던가, 또는 사랑 손님과 어머니처럼 화자가 본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이야기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나 카프카의 <변신> 역시 인간이 아님에도 화자의 눈으로 본, 겪은 일을 이야기를 한다.

 

즉, 통상적으로 책의 화자는 본인의 일이든, 남의 일이든 어쨌든 '본인'이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윤곽>은 달랐다. 주인공은 우리 독자들 중 하나였다. 주인공이 직접 그 사람의 생활에 끼어들어서 보고 겪은 일을 직접 얘기하는게 아니라, 주인공과 일면식 없는 사람이, 주인공이 모르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다양한-차마 양심상 많은 책이라고 할 순 없어서- 책을 읽어보았는데, 이런 형식의 도서는 처음 읽어본 듯 싶다.


 
『윤곽』은 기존의 소설 양식을 과감하게 탈피한 여성 서사다. 소설은 이혼으로 삶이 무너져내린 작가가 글쓰기 강의를 하러 아테네로 떠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다. 레이첼 커스크는 이 작품에서 화자, 즉 ‘나’를 거의 드러내지 않고 상대의 독백에 가까운 이야기와 화자의 기억이 콜라주 기법처럼 서로 얽혀 작품의 전체 줄거리를 형성하는 방식을 택한다. 상대의 독백은 기존 이야기의 중심과 대조를 이루며 감추어져 있던 주인공의 윤곽을 서서히 드러낸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은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대부분 행복하기보다는, 어딘가 결여되고 부족한 이야기들이다. 이혼하고, 헤어지고, 그리워하고, 화를 내는 그런 이야기들. 참 웃기게도 이런 이야기들은 귀에 잘 들어온다-사람들이 기쁜 내용보다는 뒷담화에 관심을 더 가지듯이-. 책의 표지에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의 상실 혹은 단절'이라고 적혀있듯이, 그들의 이야기는 무언가가 부족한 느낌이 많이 든다. 갈 길을 떠나며 만나는 사람들의 불완전한 이야기를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들까?

 

또한 책의 설명에선 이 도서가 '여성서사'라고 적혀있었지만,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감이 든다. 분명 책의 주인공은 여성이었으며, 사람들의 말을 듣고 생각하고 어떤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도 여성이었다. 다만, 그래서 무엇이 일어난 것이지? 나는 여성서사라 한다면, 여성의 주인공이 어떠한 사건을 해결한다든지, 개척을 이루어 내는 걸 보여주는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이 부분은 아마 아직 내가 도서를 읽고 이해하는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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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의 주인공은 소설 속에서 하염없이 들어준다. 궁금한게 있을 때 질문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론 그저 듣기만 해준다.

 

그러다가 나를 생각해보니, 예전부터 자신있다고 자부하던 것이 있다면 남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중학생 시절 수련회? 수학여행?을 떠나 하룻밤 자는 날, 옆에서 같이 자기로 한 친구가 잠들기 전 본인 이야기를 하염없이 줄줄 얘기했다. 나는 정말? 진짜? 대박. 과 같은 리액션만 취했을 뿐, 내 이야기를 따로 얹지는 않았다. 그러고 그 친구는 이야기가 다 끝났을 때 나에게 "너는 남 이야기를 정말 잘 들어준다." 해주었다. 그 말이 벌써 10년도 더 지났는데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나는 들어주는 것의 힘을 알고 있다. 요새는 슬픔을 나누면 약점을 잡힌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많이들 얘기하지만, 슬픈 일을 얘기하면 확실히 한결 기분이 나아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비단 슬픈 얘기 뿐만 아니다. 하고 싶었던 말을 그저 꺼내기만 하면, 누가 들어만 준다면 꽉 막힌 가슴 한 쪽이 조금은 풀릴 것이다. 내가 그렇다는 걸 알다보니, 다른 사람이 말을 할 때 안들어줄 수가 없다. 나에게 털어놓음으로써 그들의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면, 솔직히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지만. 또한 그렇게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나를 한 번 더 고찰하는 순간도 마주할 수 있다. 말 속에 상대방의 판단이나 가치관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 말 하는 것을 경청하는 습관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국민MC라 불리는 유재석도 경청의 힘을 얘기하고 다니지않는가.


-TMI로 하나 이야기 하자면-웃긴 일은, 남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던 사람(나)이 화자의 이야기를 듣는 독서는 또 힘들어할 때가 있다. 엄연히 책을 읽는 것도 남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건데. 그래서 요즘엔 어디가서 장점으로 남 얘기를 잘 들어준다고 잘 안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은 참 대단했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땐 내가 직접 겪어본 일이 아니기에 어쨌든 듣다보면 가끔 "뭔소리야..?" 싶은 얘기도 있을텐데, 참 잘 들어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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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제일 보인 반응은 "응?" "응..." 이었다. 하이틴 드라마처럼 '행복하게 끝났습니다'도 아니고, 미스테리 추리물의 실마리가 풀리는 것도 아니었고, 가슴 절절한 새드물로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책은 어떠한 해답을 명쾌하게 내려주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남 이야기만 많이 듣고 열린 결말처럼 끝이 났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엔딩이 이 책과 더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아,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윤곽>이었던걸까?

 

 

윤곽_입체.jpg


 

윤곽

- 삶의 윤곽을 그려나가는 이야기 -

 

 

지은이 : 레이첼 커스크


옮긴이 : 김현우


출판사 : 한길사


분야 : 영미소설


규격 : 128*188


쪽 수 : 304쪽


발행일 : 2020년 08월 10일


정가 : 15,500원


ISBN

978-89-356-6854-0 (03840)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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