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이돌 그룹의 살림꾼, 리드 보컬 [음악]

글 입력 2020.09.0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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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에는 다양한 포지션이 존재한다. 그룹 안에서 가장 돋보이는 가창력을 소유한 메인 보컬과 멜로디의 흐름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래퍼 그리고 흔히 ‘센터’라고 불리는 메인 댄서 등 다양한 역할들이 곡과 퍼포먼스를 위해 나누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지션은 ‘리드 보컬’이다.


사실 리드 보컬은 그룹 내 공식적인 포지션이 아닐뿐더러, 그 위치마저 모호하다. 그룹 보컬 음악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메인 보컬과 같은 맥락으로 사용되던 단어였다. 아이돌 그룹의 정의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H.O.T. 역시 강타라는 메인 보컬만 존재했지, 이외의 멤버들은 모두 래퍼 혹은 서브 보컬로 불려왔다. 이처럼 아이돌 그룹 속 리드 보컬이라는 포지션은 그 누구도 정의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룹 내 하나의 포지션으로 자리 잡으며 곡의 진행 속에서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리드 보컬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1세대 아이돌 그룹 중 현재 리드보컬의 형태와 역할이 가장 뚜렷한 멤버는 god의 손호영이다. god 역시 데뷔 초에는 메인 보컬인 김태우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서브 보컬과 랩을 담당하였지만, 이후 손호영의 비중이 높아지며 리드 보컬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대게는 후렴구 직전의 파트를 맡으며 곡의 진행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고, 메인 보컬의 애드리브와 함께 후렴구도 도맡아 부르기도 한다.


현대의 아이돌 내에서는 메인 보컬과 리드 보컬을 묶어 ‘보컬 라인’이라 부르며 그룹 이외의 음악 활동을 하기도 하는데, god의 김태우와 손호영도 마찬가지로 ‘호우주의보’라는 유닛 그룹을 결성하여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god의 리드 보컬 손호영은 메인 보컬 김태우와 함께

'호우주의보'라는 유닛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다.

(MBC every1, 주간 아이돌)


 

이전까지는 리드 보컬의 형태만 존재했다면, 대중들에게 리드 보컬이라는 개념을 인식시킨 가수는 씨스타의 소유이다. 소유는 그룹 내 파워풀한 성량의 메인보컬 효린의 목소리와 대조되는 자신만의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곡의 진행에 있어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었다.

 

이러한 효과로 곡의 감성적인 요소에 있어 더 짙은 호소를 할 수 있었고, 메인 보컬의 후렴구를 더욱 부각시켜 주었다. 씨스타가 신나는 곡과 감성적인 곡 등 다양한 컨셉의 곡들이 모두 사랑을 받게 된 것에는 곡 안에서 메인 보컬과 리드 보컬의 조화가 한몫했다.


또한 소유는 개인 활동으로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콜라보 활동을 하였고, 대중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동안 그룹 멤버의 개인 활동은 메인 보컬 등 입지도가 높은 일명 그룹 내 ‘아이콘’들의 영역이었는데, 소유의 개인 활동 성공은 리드 보컬 역시 그룹 내 보컬 중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씨스타의 리드 보컬 소유는 그룹 활동과 개인 활동을 통해

리드 보컬에게 필요한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었다.

 

 

이외에도 리드 보컬이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이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팀과 음악의 정체성을 확립시켜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이 가장 뚜렷한 그룹은 에이핑크와 여자친구이다.

 

두 그룹의 메인 보컬은 정은지와 유주로, 두 멤버 모두 굵고 허스키한 목소리 그리고 뛰어난 기교와 성량을 가졌다. 하지만 청순한 콘셉트를 추구하는 두 그룹에 있어 이 두 멤버의 목소리가 곡의 분위기를 이끌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이때 중심을 잡아준 것이 리드 보컬이었다.


에이핑크의 리드 보컬 윤보미와 김남주, 여자친구의 리드 보컬 은하는 특유의 맑고 청량한 목소리로 팀과 음악적 콘셉트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메인 보컬과 함께 주로 후렴구를 맡아서 부르고, 이외에도 곡의 진행에 있어 주요 부분마다 등장하며 메인 보컬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때도 있다. 심지어는 고음 애드리브까지 담당하기도 한다.

 

 

보통의 고음 클라이막스는 메인 보컬이 맡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자친구의 '해야'에서는 리드 보컬인 은하가 맡았다.

 


이처럼 리드 보컬의 실력이 가장 드러나던 시대는 3세대 아이돌 시대라 불리는 2010년대 중후반이다.

 

이미 수많은 기성 아이돌 그룹이 포진한 음악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그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어야 했고, 대중들에게 가장 드러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실력이었다. 즉, 이전보다 가창력과 퍼포먼스를 더욱 중시하게 되었고, 이러한 영향 중 하나로 리드 보컬에게 메인 보컬 못지 않은 실력을 요구하게 되었다.


2020년 현재는 3.5세대 아이돌 시대라 불린다. 리드 보컬 역할의 유행 역시 이전과는 달라졌다. 3세대 아이돌 시대부터 중시된 실력 상향 평준화의 양상으로 인해 메인 보컬과 리드 보컬을 제외한 나머지 서브 보컬 역시 가창력을 중시하게 되며 리드 보컬이라는 포지션이 다시 애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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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리드 보컬 지민

(출처 : Big Hit Entertainment)

 

 

3.5세대 아이돌 시대 유행의 선두주자인 방탄소년단 역시 과거에는 메인 보컬 정국과 리드 보컬 지민이 곡의 후렴구와 킬링파트, 고음 등 보컬이 두드러지는 파트를 맡아왔다. 특히 리드 보컬인 지민은 특유의 반가성 창법과 높은 음역을 가지고 있어 방탄소년단의 트랜디한 음악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데뷔 초 방탄소년단은 힙합 음악을 추구했기 때문에 랩의 비중이 높았고, 보컬 멤버들은 래퍼 멤버들에 비해 과소평가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현재는 모든 멤버가 안정적인 보컬 실력을 보여주며 실력파 그룹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들의 음악에 있어 돋보이는 발전 과정 중 하나는 보컬의 파트 분배가 점차 균등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여러 이유로 일부 멤버의 비중이 높을 수도 있고 때로는 적을 수도 있지만, 기존의 메인 보컬과 리드 보컬 외에 서브 보컬의 보컬 참여가 높아지며 곡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 더욱 다채로워졌고, 음악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도입부와 후렴구, 고음 등 보컬 진행에 있어 중요한 파트를 메인 보컬, 리드 보컬에 관련 없이 그저 음악적으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멤버가 맡게 되며 보컬 포지션의 경계가 이전보다 허물어진 양상을 띠게 되었다.


앞으로도 아이돌 그룹의 보컬 실력을 중시하는 사조는 계속될 것이고, 리드 보컬이라는 포지션 역시 점차 불분명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리드 보컬이라는 포지션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리드 보컬이 존재하기 때문에 메인 보컬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리드 보컬이 곡의 중심을 잡고 잘 이끌어 주기 때문에 중요 파트에서 메인 보컬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메인 보컬 혼자 끌고 갈 수 없는 그룹 보컬 특성상 서브 보컬의 존재 역시 필요한데, 리드 보컬은 메인 보컬과 서브 보컬 사이의 흐름을 매끄럽게 연결하여 곡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에 맞는 완급 조절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창력뿐만 아니라 곡을 표현하는 섬세함 역시 필요한 포지션이다.


이처럼 곡에 대한 헌신이 가장 높은 포지션이 바로 리드 보컬이다. 때로는 메인 보컬에 묻혀 그 헌신도를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낀다. 나도 내가 속해있는 그룹의 목표 달성을 위해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그룹 내 ‘리드 보컬’이 되고 싶다.

 

 



[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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