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대안영상예술에 대한 첫 감상, 2020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글 입력 2020.08.3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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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네마프2020 공식포스터.jpg




Prologue.



영화관에 간다는 것이 아무래도 많이 걱정되는 요즈음이다. 앞서 글을 기고하면서는 다음 글을 쓸 때는 상황이 조금 더 나아져 있기를 바랐으나 오히려 악화된 상황 탓에 문화예술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 안타깝고 또 슬픈 마음이 든다. 어느 곳이든 모두 힘든 지금이지만,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대형이 아닌 중소규모의 제작사나 단체가 얼마나 버텨주고 있을지 예측할 수 없어 걱정이 된다.


더욱이 이번 ‘네마프’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의 한국 대안 영상예술이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코로나 시국이지만 어쩌면 대안 영상예술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올해의 네마프를 잘 기억하고 전달하기 위해, 필자가 보고 온 작품들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려 한다.




낯설지만, 네마프



국내 유일의 영화, 전시를 함께 선보이는 뉴미디어아트 대안영상축제로 200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20회째를 맞고 있다. 대안영상에 대한 젊은 영화감독, 신진 미디어아트작가들의 참신한 작품을 발굴해 상영, 전시 기회를 제공하며 현재까지 2천여편 이상의 국내외 작품을 발굴하고 약 1,000여명의 뉴미디어 대안영화와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대중들에게 작품을 소개했다. 인권, 젠더, 예술감수성을 기반으로 작품을 선별하고 있으며 젊은 작가들과 각 분야 전문 감독, 작가들이 함께 어울리며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뉴미디어아트 대안영화예술 축제로서 다양한 융복합문화예술 체험을 시도하고 있다. (제20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네마프 2020)소개)

 

*

 

네마프는 ‘대안’이 될 수 있는 영상예술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는 페스티벌이다. 화려하거나 북적거리지는 않지만 담고 있는 주제와 메시지들이 뚜렷하고 참신해 대규모의 주류 시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시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무릇 대안 예술·문화의 필요성은 기성의 한계에서 오기 때문에 상업적 목적으로 제작·유통·배급되는 콘텐츠에서 채워지지 못한 여러 갈증을 이곳에서 채워갈 수 있다.


‘젠더, 인권, 예술감수성’이라는 주제만 놓고 본다면 그다지 생소하지는 않지만 신진, 독립예술가들이 그들만의 감성과 문법으로 영상에 담아낸 작품들을 보고 나면 확실히 ‘잘 짜여진, 다듬어진, 어디서 보았을 법한’ 영상물을 본 후와는 그 감상이 조금 다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마무라 쇼헤이 입문



레퍼런스의 레퍼런스가 넘쳐나는 비주얼의 홍수, 정보의 홍수 시대에 창작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고민을 담담하게 풀어낸 것에 공감이 간 작품이었다. 일본 영화 감독 두 명의 연출방식을 비교하며 그들의 작품을 교차편집한 후, 자신은 이마무라 쇼헤이의 스타일이 좋지만 그럴 수 없다고 말하며 10여분 간의 짧은 영상은 끝이 났다.


진정한 창작은 무엇인가, 모방은 창작의 어머니가 맞는가, 온전히 나만의 창작물은 존재할 수 없는가, 하며 과제나 작업을 할 때가 많다. 답이 모두 모르겠다-로 끝나면 마음은 답답해진다. ‘누구처럼, 어떤 느낌으로, 이런 레퍼런스를 활용하여~’ 까지는 좋지만, 결국 베끼는 것에 불과한 결과물을 만들지는 않아야 하기에 창작자의 고민은 나의 origin을 찾는 데에 대부분의 시간이 할애된다.


아마 화자가 자신은 이마무라 쇼헤이처럼 될 수 없다는 것도 비슷한 의미일 테다. 나는 그의 작품을 좋아하고 동경하고 있지만 그 연출 의도까지 온전히 이해한다고 해도,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독립된 창작자로서 숙명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Underground



젠더, 인권, 예술감수성 중 ‘이마무라 쇼헤이 입문’이 예술감수성에 가까운 영상이었다면 ‘Underground’는 인권 언저리 쯤의 영역에 속하는 다큐멘터리 작품이었다. 인권만 해도 주제가 매우 넓지만 내가 본 ‘Underground’는 그보다는 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느낌이었다. undergound라는 단어는 영국에서 지하철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지하의’라는 형용사로서의 의미도 함께 갖고 있다. 중의적 의미로 사용한 제목인지는 모르겠으나, 지하의 지하철 노동자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감상하면 될 것 같다.

 

 
어두운 터널을 헤치고 속도감 있고 트랙을 따라 달리는 전철과 여기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대조적인 삶을 다룬다. 전반부는 세 명의 노동자를 세 개의 트랙으로 교차하는데 취업을 앞둔 성운, 초로의 전철 운전기사, 기계공 엄우철이다. ... 영화는 이 세 명의 전철 노동자들 아에 놓인 선택지들을 제시한다. 이들의 선택지는 버튼맨 되기, 꿈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일하기, 전철운영의 자동화로 노인이 될 자격마자 사라지고 버튼맨이 되기 위한 재교육이다. 이 노동자들이 현재 주어진 몫을 감내하는 감성은 무엇일까? 감성을 다루는 예술은 어떤 감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신현진)
 


일련의 영상을 보며 집중된 세 인물 앞에 가장 우선적으로 놓인 고민거리와, 그들을 둘러싼 지하철의 노동환경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매일 몇 번이고 지나치는 땅 밑의 타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지 고민해보는 것은 조금 새로운 경험이었다. 성운은 자신의 진로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우철은 비정규직 우대에 대한 불만이, 운전기사는 자신의 직장을 잃을 수 있어 보장되지 않는 미래가 큰 문제이다. 영상에서는 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집중도를 더 주기는 하지만 이들에게 지하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유하고 있기도 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노동은 신성하다지만 사회 변화와 본인의 건강을 쉽게 보장받지 못하는 근무환경은 이들을 ‘이 직업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계속해도 되는 걸까?’하는 불안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하지만 마음 한쪽에는 자신의 일과 지금껏 일해온 것에 대한 자부심, 보람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노동을 지속할 것이며, 규정된 이데올로기 속에서 타자는 지하의 사람들을 어떠한 감성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

 

네마프를 다녀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시간상 볼 수 있었던 작품도 세 작품 정도였지만, 내가 보았던 ‘무등산 기행’, ‘이마무라 쇼헤이 입문’, ‘Underground’는 모두 주제는 달라도 담담한 연출이 평소 보아온 방송이나 영화와는 꽤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적지 않은 ‘무등산 기행’의 경우는, 무등산에 사는 생명체들이 모여 보여주는 자연의 모습을 천천히 여러 거리와 각도에서 보여주는 장면들이 계속되어 그 의미가 잘 이해되지 않기도 했다. 아마 나의 경험과 영상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탓이겠지만. 다음에는 보다 반갑고 편한 마음으로 네마프를 찾아와 이번보다는 수월한 감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보며 글을 마무리한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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