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제목에 속지 마라 -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공연예술]

글 입력 2020.08.30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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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리틀 농구단>이라는 제목을 보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슬램덩크>, <하이큐> 같은 스포츠 만화가 떠오르기도 하고, 오합지졸들의 우당탕탕 농구 대회 도전기 같은 내용이 그려지기도 한다. 꽤나 뻔하고 유치한 학원 청춘물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내용을 예상하며 극장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극장에서는 예상 밖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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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농구 코트 같은 무대에서 펼쳐진다. 청량한 넘버가 흘러나오고, 농구공을 튀기는 역동적인 안무가 무대를 가득 채운다. 그리고 예상대로 폐지 위기에 놓인 상록구청 농구부를 살리기 위한 오합지졸 농구단원들의 훈련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 ‘수현’과 그의 조금 이상한 친구들이 합류하며, 예상 밖의 이야기들을 만들어간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주인공 ‘수현’은 친구들의 괴롭힘을 피해 교실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진다. 정신을 잃은 그가 깨어났을 때, 그의 눈앞에는 조금 이상한 세 명의 친구들이 서 있다.

 

세 친구의 정체는 15년 동안 이 학교를 떠도는 귀신이다. 그들은 수현을 쫓아다니며 소원을 들어 달라 부탁하고, 그가 농구부 코치인 ‘종우’와 만나게 하고, 농구부에 들어가게 한다. 그리고 그 모두가 바다로 떠나게 만든다.

 

여기서 바다는 <전설의 리틀 농구단>이 뻔한 청춘 드라마에 머물지 않게 하는 중요한 장소다. 상록구청 농구부원들에게는 청량한 활력과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의 장소이지만, 종우와 수현의 세 친구들에게는 깊은 슬픔과 아픔으로 가득한 장소이다. 종우의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극은 안타까움과 감동으로 가득 찬다.

 

아직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더 이상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지만, 극장은 소리 없는 눈물바다가 되었다는 것만은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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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리틀 농구단>은 제목이 주는 느낌이 나와는 맞지 않을 것 같아 보지 않으려 했던 작품이다. 하지만 극장을 나오며 나의 편협했던 생각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됐다. 극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내 취향을 저격했고, 따뜻한 감동과 슬픔과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시국이 나아지고, 좀 더 자유롭게 관극을 할 수 있는 날에 다시 돌아오면, 의심이 아니라 확신을 가지고 이 작품을 또 보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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