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예술을 통해 삶의 질문을 던지다 - 미디어아트 유비호 작가

글 입력 2020.08.2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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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이들’, ‘예언가의 말’로 관객과 만나다



글 -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예술이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 어떠한 고민을 던져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이가 있다. 제20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네마프2020, Nemaf) 개막작으로 <떠도는 이들>, <예언가의 말> 2편의 작품으로 관객과 만난 유비호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유비호 작가는 디지털 작업을 통해 아날로그적 감성을 표현하는 작품 활동으로 국내외에서 주목 받으며 미디어아트 작업을 활발히 펼쳐오고 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비디오아트 외에도 설치, 아카이빙, 퍼포먼스 등으로 활동영역을 확장해 활동해오고 있으며 '성곡 내일의 작가상' 및 '글렌피딕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Q. 올해 네마프2020 공식포스터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공식 포스터와 트레일러 영상을 유비호 작가님이 작업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이번 포스터, 트레일러를 작업하면서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셨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2020년은 Nemaf가 20주년을 맞이하는 해면서 제가 작가로 활동한 지 2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작가 생활을 시작한 2000년은 새로운 천 년을 맞이하는 시작점이어선지 새로운 세기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사회적으로 부풀었던 해였죠.
 
하지만 저는 지나친 기대와 희망은 오히려 당시 치열한 신경전과 감시통제 등이 더욱 교묘하고 강력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불안감과 공포감이 무겁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이 시기에 발표한 저의 작업 <검은 질주(2000)>는 감시와 통제사회에서 벗어나려는 개인의 치열한 탈주의 몸부림을 가상의 심리적 공간에서 거친 숨소리와 함께 긴박하게 뛰는 발자국 소리로 억압적이고 불안한 현재와 다가올 미래사회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고심이 묻어난 작업이었습니다.
 
 
유비호 작가가 작업한 트레일러 영상
(작품 ‘검은 질주’에서)
 
 
그래서 Nemaf가 포스터와 트레일러 작업을 제안했을 때, 동시대 이슈를 고민하며 항상 소외된 사회적 목소리를 이 행사에서 소개해왔기에 자연스럽게 20년전에 작업했던 <검은 질주>를 꺼내어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2020년은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전환의 시점에 놓이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알 수 없는 미래는 여전히 핑크 빛을 발산하는 몽환적, 환상적인 세계가 아닌, 아직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계로 펼쳐질 것이며 지금까지 인간을 중심으로 진행해왔던 이익과 편의, 탐욕과 수탈의 욕망과는 다른 방식의 협력과 공존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그래서 트레일러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 어린 아이가 밫을 비추는 행위를 엔딩장면으로 배치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미래는 최악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음 세대들인 어린 아이들은 분명 현재보다 더 괜찮게 만들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유비호 작가_인터뷰 사진(4).jpg

유비호 작가

 
 
Q. 올해 개막작으로 관객에게 상영된 <떠도는 이들>과 <예언가의 말> 작품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작업하면서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보냈어요. 주로 ‘사회는 무엇을 해야만 하고, 예술가는 무엇을 말해야만 하는가?’와 같은 생각들이었습니다.
 
먼저 <예언가의 말> 작품을 구상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제가 2017년도에 베를린에서 1년 동안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했어요. 당시 베를린 현지에 있다 보니까 난민들을 자주 만나게 되었고 그들이 겪는 고통이라든지 부조리들을 많이 목격했어요. 그러던 중 터키 남부 해안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난민 아이의 죽음을 접하게 됐는데, 그런 사건들을 지켜보며 제 기억 속에 스쳐 지나간 영상이 하나 떠올랐어요. 한국전쟁으로 70년 동안 가족과 이산가족이 된 할아버지의 이야기예요. 인터뷰 속 70대 노인은 어렸을 적 아버지와 이별한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 할아버지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어요.
 
제가 베를린에서 봤던 난민들 역시 이 할아버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그분들과 얘기했을 때 다음과 같이 말해요. “우리는 이념 필요 없다, 오로지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나고 싶고, 같이 살고 싶을 뿐이다.” 저에게 이 두 이야기는 상당히 유사하다고 생각했어요. 어찌 보면 동시대에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약간의 공간적. 시간적 차이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어떤 특정한 불가항력적인 외부적 힘들에 의해 부득이하게 고향을 떠나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야 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면 너무나 가슴 아픈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생각들을 작업으로 옮겨 만들어진 게 <예언가의 말> 작품 입니다.
 
 

개막작_예언가의 말_유비호.jpg

예언가의 말

 
 
<예언가의 말>의 가장 기본적인 기조로는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와 관련이 있어요. 사랑하는 애인을 찾기 위해 지하의 신 하데스한테 가서 자신의 장기인 음악적 재능을 통해 모든 신들을 감동시켜 결국에는 사랑하는 애인을 지상으로 데리고 오는 여정이 그것이에요. 우리가 지금 이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현실은 마치 오르페우스가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고 있는 칠흑 같은 어두운 터널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은 순간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랑하는 이와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 현실은 기쁨, 절망, 희망, 기대, 애절함, 안타까움 등의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Q. <예언가의 말> 작업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떠도는 이들>에 대한 작품도 너무 궁금한데요. <떠도는 이들> 작품은 어떤 히스토리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떠도는 이들>은 성곡 내일의 작가상 수상전인 《해 질 녘 나의 하늘에는》(2015)에서 8채널로 소개된 <떠도는 이들이 전하는 바람의 노래>의 영화 버전이라고 보면 됩니다. 곧 철거될 황량한 공간, 건물들 사이를 절름발이 남자가 할머니를 업고 힘겹게 걷는 영상을 통해 도시개발과 성장, 삶의 터전을 떠나 떠돌아야 했던 이들에 대한 엘레지를 표현한 작품인데요.
 
그 작업의 시작은 김기영 감독의 영화 <고려장>에서 시작되었어요. 한국영상자료원에 가면 1963년도에 개봉된 김기영 감독님의 <고려장>을 확인할 수 있어요. 저는 이 영화를 2015년 영상자료원에서 다시 감상하였고, 그때 제 마음이 무척 먹먹했었어요. 2015년은 아직 세월호 문제가 사회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시기이기도 해서, 여러 복합적인 감정들이 나를 힘들게 하여, 결국 이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저는 ‘고려장’ 캐릭터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공간에 놓아보자고 마음먹었어요. 제가 살고 있는 공간에 가져다 놓으면 우리 사회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했습니다. 그걸 관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또하나, 8채널 비디오로 갤러리에서 전시했던 작품이었기에 이번에 영화버전으로 작업하며 처음으로 네마프2020에서 <떠도는 이들>이 상영하는데요. 대형스크린으로 나오는 이 작품을 관객들이 관람하며 어떻게 감상하실지 관객들의 반응도 너무 궁금합니다.
 
 

개막작_떠도는 이들_유비호.jpg

떠도는 이들

 

 
Q. 작가님의 작품들은 시대를 반영하는 작품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작업으로 생각하고 계신 주제나 흥미를 갖고 계신 작업이 있으신가요?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으로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담은 사이언스 픽션과 그 설정들에 관심이 있어요. 오늘날 전 세계의 사람들이 한여름에도 모두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상황을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사이언스 픽션은 우리가 적응하지 못했더라도 인간의 의식으로 충분히 상상 가능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관심을 앞으로도 이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네마프가 20주년을 맞은 것처럼 작가님 또한 작품 활동을 하신 지 20년이 되신 해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감회나 소감 등이 있으시다면 말씀 바랍니다.
 
하나의 페스티벌이 20년 동안 고민을 갖고 진행해왔던 그동안의 기록들은 여러 방면에서 유효한 의미와 주제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에 담겨있는 20년의 보물을 다시 꺼내어 이에 대한 답을 계속해서 찾아갔으면 합니다.
 
 
++
제20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네마프(NeMaf) 2020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은 대안영상에 대한 젊은 영화감독, 신진 미디어아트작가들의 참신한 작품을 발굴해 상영, 전시 기회를 제공하며 현재까지 2천여편 이상의 국내외 작품을 발굴하고 약 1,000여명의 뉴미디어 대안영화와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대중들에게 작품을 소개했다. 인권, 젠더, 예술감수성을 기반으로 작품을 선별하고 있으며 젊은 작가들과 각 분야 전문 감독, 작가들이 함께 어울리며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뉴미디어아트 대안영화예술 축제로서 다양한 융복합문화예술 체험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네마프는 20주년을 맞이하여 약 20년간의 한국 대안영상예술의 발자취를 돌아보고자 했다. 올해의 주제인 '한국 대안영상예술 어디까지 왔나'는 혐오발언이 일상화된 오늘날, 약 20년간 한국에서 창작되어 온 인권, 이주, 민족, 인종, 성차, 학력, 지역, 계급 등에 관해 대안적 내용과 형식을 제안해왔던 대안영상예술 작품들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20년을 새롭게 모색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에 의해 네마프 안팎에 제기된 화두이다.
 
네마프는 약 20년간 영상예술이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들을 예술 현장에서 소개하며, 지금-여기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공유하는 현장의 문화예술의 장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한국 대안영상예술 어디까지 왔나'는 약 20년간 작품에 체현되어있는 한국의 사회문화들을 점검해보겠다는 문화연구적 의미도 포함된다. 한국 사회가 가진 특수성들이 어떻게 대안영상예술로 선보이게 되었는지, 이러한 영상작품이 갖고 있는 영상언어의 가능성을 어떻게 함께 고민할 수 있는지 다각도로 모색하고자 '어디까지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갈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사진_네마프2020 공식포스터.jpg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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