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69세 - 목소리를 내야할 때 [영화]

글 입력 2020.08.25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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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아…"

 

69세 효정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29세의 남자 간호조무사에게 치욕적인 일을 당한다. 긴 고민 끝에 효정은 동거 중인 동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경찰에 신고한다. 하지만 경찰과 주변 사람 모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효정을 치매 환자로 매도하고, 법원 역시 나이 차이를 근거로 사건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다.

 

효정은 피해자가 더 고통 받는 현실에 굴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가해자를 향한 일갈을 준비하는데…

 

아직 살아있는 69세의 나를, 당신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영화는 검은 화면과 목소리만으로 시작한다. 상영관의 암전 속에 오가는 대화는 어딘가 수상하고, 관객은 이내 효정이 치욕스러운 일을 당하기 직전의 상황임을 알아차린다.

 

이 영화는 ‘사건’의 시각적인 묘사를 생략해 관객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사건이 중심이 되지 않고 사건 이후의 시간에 중심을 둔 영화는 이를 견디어 내고 스스로를 구원하는 효정의 모습을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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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정과 동거 중인 동인은 그를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가해자를 찾아가 협박하기도 하고, 목발을 짚고도 여기저기 전화를 걸며 증인을 찾기 위해 바쁘다. 사별한 아내의 기일 날 변호사인 아들에게 효정의 일을 묻기도 한다. 효정에게 진심인 동인은 마지막까지 그에게 용기를 심어주고자 한다.

 

그러나 효정을 위기로부터 꺼내 구원한 것은 동인의 사랑이나 헌신이 아니라 효정 자신이었다는 것에서 이 영화는 완성된다. 끝까지 효정을 도우려는 동인과는 별개로 효정은 본인의 삶을 구제하기 위해 스스로 발 벗고 나선다. 증인을 찾기 위해, 도움을 청하기 위해, 스스로 살길을 찾기 위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곳을 제 발로 들어가기도 한다.

 

피해자인 효정에게 2차 가해를 범하는 주변인들. 도와줘야 할 위치에 놓여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반대로 내가 상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오만하게 만들기도 한다.

 

반복되는 2차 가해 속에서 효정은 숨거나 도망치지 않는다.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거나 변명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무얼 잘못했느냐고 되물을 뿐이다.

 

효정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옷을 멀끔하게 입고, 열심히 수영했을 뿐이다. 그의 행동들이 치욕스러운 일을 당하도록, 혹은 그런 일을 당한 것에 대해 이유 혹은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었을 때, 효정은 자신의 행동을 탓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또 다른 피해 속에서도 꼿꼿한 효정. 그런 시간을 겪었음에도 효정은 자신을 구원하는 데 가장 적극적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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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역사가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타인이라는 존재에게 각각의 나이만큼 역사가 있다는 사실은 자주 잊히곤 한다. 69년이라는 역사를 쌓아 올린 효정은 그 누구보다 강인해 보였다. 그 역사가 곱고 평탄하지 않았더라도, 그 시간을 오롯이 견뎌내 온 효정은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효정은 자신이 당한 치욕을 손으로써 사람들에게 알릴 만큼 강인한 사람이다. 흩어지는 종이처럼 효정은 자유로워 보였다.

 

우리는 숨이 붙어있는 한, 더 나은 삶과 자신의 권리를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 효정의 삶이 내게 도전적인 이유는, 그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69세' 메인 예고편

 




69세
- An Old Lady -
  
 
감독 : 임선애
 

출연

예수정, 기주봉

김준경, 김중기, 김태훈

 

장르 : 드라마

개봉
2020년 08월 20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100분



 
 
[박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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