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계절을 끌어안는 이예린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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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의 첫 정규 앨범 [먼 마음] 1/2 앨범 커버
좋아하는 사람의 소식을 들을 때의 설렘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예고 없이 느껴지는 두근거림은 항상 내가 더 많은,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원동력을 심어주기도 한다. 찰나에 번뜩이는 공상을 마주했을 때와 같이. 내게 이예린의 신보는 그런 떨림을 떠안아주었다.
2013년 제24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의 수상을 계기로 이예린은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2017년 EP [순간]을 발매하였고, '우리를 위해', '별 수 있니', '사람은 이상하고 사랑은 모르겠어' 등 다양한 음원을 발매한 후로 2020년 8월 16일 정규 앨범 [먼 마음] 1/2을 발매했다.
이번 앨범에는 싱어송라이터 박현서와 함께한 '우린 흐를 뿐이야'를 비롯하여 '나의 여름', '진짜든 가짜든', '사라진 얼굴들' 총 4곡이 수록되었으며 정규 앨범의 남은 트랙들은 겨울에 발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몇 년 전, '그대의 우주'로 처음 그녀의 음악을 접했다.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수상했다는 소식만을 듣고 음악을 재생했을 때, 먹먹함과 여리함이 공존하는 목소리에 속절없이 이끌렸던 것 같다.
화려하게 엔지니어링을 한 음원도 아니었고, 피아노 반주에 얹은 목소리가 전부인데도 반주와 목소리의 매치가 아직도 생경할 만큼 벅찼던 기억이 남는다. 그때부터 잔잔함이 주는 울림이 깊다는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잔잔하기에 더 아리고, 더 귀기울여 듣게 되는 음악. 모두가 잠든 시간, 눈을 감을수록 오히려 정신이 말똥해지던 그 날들이 날 괴롭힐 때마다 항상 그녀의 음악을 잠자코 듣기만 했던 것 같다.
이예린의 음악은 사계절을 포용한다. 푸른 음색은 먹먹한 여름밤이 생각나기도 하고, 포근한 노랫말은 선선한 봄가을이 생각나고, 무거운 피아노 반주는 묵직한 겨울이 생각난다.
때가 언제든 내가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계절을 불문하고 찾게 되는 음악이 바로 그의 음악이었다. 그녀의 노래는 대체로 담담한 슬픔을 내재하고 있기에 더욱 위로가 된다. 웃으면서 슬픈 이야기를 할 때 더욱더 슬픔을 느끼는 것처럼.
이번 음악 또한 그렇다. 정규 앨범 1/2 [먼 마음]의 트랙들은 여름의 짙은 풀 내음이 나기도 하지만, 눈발이 휘날리는 겨울밤의 전경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또한, 7년 전의 '그대의 우주'보다 더 짙어진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그대의 우주'의 화자가 이제 막 상처를 견뎌내고 있는 여린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면, 이번 음악들은 여린 목소리 안에 숨겨진 힘으로 자신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자가로 치유하고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인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이예린은 genie에서 진행한 [먼 마음] 1/2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가끔 내가 무슨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을 때가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내가 이 음악들에 동요한 것은 아마, 나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그런 상태에 머물러있다고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마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이라도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지 않을까.
누구나 겪었지만, 모두가 겪었기 때문에 입 밖으로 지친 상태를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있지 않을까. 혼자서 그 상태를 감당하기 벅차기 힘들 때, 그녀의 노랫말이 당신에게 묵묵한 위로를 건넬 것이다. 당신의 아픔이 곧 지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주기보다는, 이 상처를 딛고 일어섬으로 인해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이보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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