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언덕길의 아폴론 - 아니 이게 알고 보면 [영화]

글 입력 2020.08.1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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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이라는 문장은 세상만사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환상적인 언어적 조미료다. 알고 보면 괜찮은 사람, 알고 보면 맛있는 음식, 알고 보면 재미있는 영화. 알고 보면이 붙는 순간 대부분의 문장이 감질나게 변한다. 마법 같은 이 ‘알고 보면’이라는 조미료의 매력에 빠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일전에 ‘어쩌다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라는 책을 읽은 뒤로 그림이나 영화, 노래 등 예술 작품의 배경이 되는 역사를 알고서 감상하는 재미를 알게 된 것이 그 계기였다.

 

조지 플로이드 사태를 비롯해서 이래저래 인종과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문제로 시끌시끌한 요즘 같은 시기에 재즈라는 음악을 알고 보는 것은 시기적절한 태도라 조심스레 평가해본다.

 

 


Moaning 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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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Jazz Messenger의 Art Blakey의 드럼 연주로 유명한 Moanin의 멜로디로 영화의 첫 정면이 시작한다.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자주 차용되는 전형적인 클리세인 금발 머리의 양아치 학생이 등장하고 주인공에게 시비를 거는 장면이 지난 후, 여학생이 다가와 그 소년은 이 곡을 좋아하지만 도입부밖에 연주하지 못한다는 설명을 더 한다.

 

하지만 재즈를 사랑하는 이 금발 머리의 센타로는 드럼 스윙에 탁월한 재능이 있었고 시골로 전학 오게 된 카오루와 재즈를 통해서 친해지게 되며 결국 듀엣으로 Moanin’을 완벽하게 연주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모든 과정은 재즈라는 음악이 탄생부터 걸어온 길을 너무나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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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살던 흑인들로부터 태어난 음악으로 당시 그들이 겪었던 인종 차별의 고통과 애환을 경쾌하고도 신나는 음악으로 풀어낸 세상을 향한 외침이었다.

 

차별당하던 흑인들의 음악으로 꽤 무시당하던 재즈였지만 점점 세상의 환영을 받으며 대중문화의 위치까지 올랐고 백인들도 즐겨 듣는 음악이 됐으나 일부는 자신들만의 문화를 백인들에게 빼앗긴다고 받아들이기도 헀는데 아트 블래이키도 그런 부류에 속하는 재즈 아티스트였다.

 

아트 블래키는 주로 비밥이나 하드 밥을 연주 헀는데 이 두 장르는 부드럽고 경쾌한 선율에 몸을 맡기며 춤을 추던 백인들이 춤을 추지 못하도록 빠른 비트와 복잡한 멜로디로 연주하던 것에서 태어난 장르였다.

 

혼혈로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고 성당에서 자라며 차별의 아픔을 겪었고 그 고통을 재즈를 배우면서 음악으로 해소하던 캐릭터인 센타로가 연주하는 Moanin’을 듣고 있으면 영화가 끝낼 때쯤 부드러운 멜로디를 뚫고 들어오는 아트 블래키의 강렬한 드럼 연주에 담긴 그의 애환이 귓가로 전해지는 기분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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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루와 센타로가 보다 가까워지게 한 공통적인 특성은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느낌’에서 비롯되는 고립감과 외로움이다.

 

행복한 가정에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입양아라는 자신의 처지에 얽매여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는 센타로와 아버지와 어머니 없이 친척 가정에 맡겨진 체 외롭게 살아가는 카오루는 서로의 처지를 알아가며 보다 가까워진다.

 

두 친구를 우정으로 묶어주듯이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뒤얽혀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던 뉴올리언스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던 것도 재즈였기에 스윙이나 즉흥 연주가 다른 음악 장르보다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Art Is Horse



나를 아트인사이트로 끌어들인 것은 ‘문화는 소통이다’라는 모토였는데 잰 척, 소위 말하는 있는 척하면서 자기들만의 세계를 거들먹거리는 부류를 굉장히 혐오하기 때문이다.

 

그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결국 ‘척’에서 끝난다는 점이다. 그냥 요란하기만 한 빈 수레라는 뜻이다. 예술은 창작자와 감상자가 서로 소통하면서 세상으로 퍼져나갈 때 빛을 발함에도 예술 작품으로 있는 척하면서 사람들을 배척하려는 태도를 고집하는 양반들을 보자면 양반은 못 된다 싶다. 이들과는 달리 소통이라는 가치를 무척이나 잘 전달해줬기에 언덕길의 아폴론이라는 이 영화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예술이란 이런 것인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기에 상당히 감사했다.


Moanin’이라는 곡을 주제로 하여 재즈라는 음악의 삶을 기승전결을 갖춘 구조로 완벽하게 풀어냈기에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나는 재즈가 태동하던 당시 뉴올리언스의 풍경을 상상함과 동시에 같은 아시아 문화권에 속하는 일본에서 살아가는 재즈를 느꼈다. 동양과 서양이라는 문화권을 구분 짓는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은 것은 물론 시간까지 초월하여 서로 다른 문화와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 사이에 공감을 형성하며 더욱 큰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것이 예술이 지닌 가치이자 매력이라 생각하니 이 영화가 한층 더 깊은 매력을 가진 작품으로 다가오기도 하면서 예술의 역사를 배우는 일이 내 삶을 더 다채롭게 만드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그 책을 읽지 않았고 재즈와 moanin’이라는 곡에 담긴 역사적 배경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아마 이 영화가 이 정도로 재밌고 인상 깊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저 좋은 노래와 학생들의 사랑, 우정 등 사춘기 시절의 감성이 담긴 영화 정도로 끝이 났을 것이다. 머리 싸매고 책상에 앉아서 두통이 몰려올 정도로 공부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 시간을 내 예술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책 한 권 정도를 읽어보는 것은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자신이 감상하는 모든 영화, 음악, 미술, 공연, 전시로부터 얻는 감상은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에 기반을 두기에 이 삭막하고도 지루한 세상을 조금이나마 덜 심심하게 살아갈 수 있는 탈출구를 찾아두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 아는 척하는 사람 말고 아는 사람이 되는 게 나쁠 게 뭐가 있겠는가.

 

 

 

Art Blakey - Moan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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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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