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월이 나에게 오면 좋겠어 - 단편영화 '유월' [영화]

잠깐의 자유를 선물해 준 댄스 바이러스
글 입력 2020.08.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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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The Boy Who Made the World Dance)

-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기묘한 일 <2018>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유튜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자신이 즐겨보는 분야의 영상들이 추천 목록에 뜨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 역시 우연히 뜬 영상을 봤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푹 빠져든 경험이 있다.

 

저마다의 알고리즘으로 인해 갑자기 조회 수가 급상승한 영상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도 한다. 단편 댄스영화인 <유월>이 바로 그중 하나였다. 2020년 2월에 올라온 이 영상은 무려 290만 조회 수를 기록하였다.

 

<유월>은 이병윤 감독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졸업작품으로 장르는 드라마/블랙코미디이다. 이는 36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서 관객상, 2회 서울무용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외에도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한시도 몸을 가만두지 않고 춤추는 소년 유월은 어느 날 사립초등학교에 발발한 집단 무용증(a.k.a. 댄스 바이러스)의 원흉으로 지목당하며, 질서에 목매는 담임선생 혜림과 옆 반 선생들에게 추격당하기 시작하는데…

 

 

 

시작부터 강렬한 아이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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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부터 아주 강렬하게 다가왔다. 주인공 유월(심현서)이 아이댄스를 선보이는 장면이었는데, 생소하기도 하고 그 움직임 자체가 신기해서 감탄했던 것 같다. 완벽한 아이댄스를 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심현서 배우가 없었다면 이 장면은 기억에서 지워졌을지도 모른다. 그의 연기를 향한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유월 역을 맡은 배우 심현서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주연이자 발레리노인 빌리를 맡은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정말로 뛰어난 표현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춤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중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게 아이댄스였을 뿐이지. 이후의 댄스 장면에서도 몇 번이나 소름이 돋았다.

 

 

 

퍼져가는 댄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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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한 아이가 유월이를 따라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일명 댄스 바이러스에 전염된 것이다. 유월이가 향하는 곳마다 바이러스가 퍼져 다들 하던 일을 멈추고 정체 모를 춤사위를 선보인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유월이의 동작을 따라 하기도 하고, 합을 맞춰 같이 춤을 추기도 한다. 공사 중이던 아저씨들도, 학교 선생님들도, 방송하던 사람들도, 심지어는 이 소식을 전달하던 앵커마저 바이러스에 전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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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해맑게 웃는 유월이와 그를 따라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진정으로 자유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서서 각기 다른 댄스를 선보이는데, 이는 마치 자유의 몸짓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눈앞에 주어진 일에 집중하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찾아볼 수 없고, 잠시 찾아온 자유시간을 만끽하는 듯했다.

 

특히 합을 맞추는 부분에선 댄스영화답게 박자에 맞춰 딱딱 떨어지는 동작, 그리고 음악과 춤의 아름다운 조화에 전율을 느꼈던 것 같다. 카메라 구도나 무빙이 너무나도 매끄러웠기에 마치 댄스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회전과 장면 전환에 영상미가 더욱 뛰어났던 것 같다.

 

 

 

교복이 아닌 사복으로


 

교실 안에 있던 아이들은 사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뛰쳐나와 자유롭게 춤을 춘다. 행복이 담겨있는 입꼬리에 보는 사람마저 웃음이 나게 한다. 따뜻한 무언가가 가슴 언저리에 전달되는 느낌이 들었다. 묶였던 보따리가 풀어지듯 교복을 입었을 때보다 훨씬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춤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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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자유로워야 할 나이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그러지 못했다. 정해진 옷을 입고, 정해진 수업을 듣고, 정해진 규칙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랬던 아이들이 모든 걸 내려놓고 한껏 즐기는 모습을 보니 벅차면서 안타깝기도 했다.

 

유월이의 댄스 바이러스로 이를 풀 수 있었으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 감사함에 아이들이 유월이를 헹가래한 걸지도 모르지.

 

 

 

댄스 바이러스의 최대 수혜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태도를 보이는 유월이는 혜림 선생님에게는 문제 학생이었다. 그래서인지 유월이는 유일하게 짝없이 혼자 앉아있고, 초등학생에겐 조금 가혹하다고 느껴지는 운동장 10바퀴 돌기라는 벌을 받기도 한다.

 

그런 선생님이 미울 텐데도 유월이는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오히려 댄스 바이러스에 전염된 그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다.

 

 

“혜림 선생님 괜찮아요.”

 

 

그녀는 저절로 움직이는 팔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옆에 놓인 발레 슈즈가 그녀가 발레리나를 꿈꿨음을 알려주는 데도.

 

유월이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내려놓는다. 그러자 서정적인 음악으로 전환되며 둘은 환상적인 발레를 선보인다. 기존에 아이와 어른의 듀엣 댄스는 쉽게 볼 수 없어선지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서로 의지하며 다독이는 듯한 몸짓에 보는 치유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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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림 선생님은 발레를 함으로써 살아나는 듯했다. 항상 딱딱하게 굴었던 전보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에 댄스 바이러스의 최대 수혜자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이들에게 항상 엄격했던 그녀가 아이들과 함께 춤을 추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전과 달라진 그들의 관계에 괜히 뿌듯함을 느꼈다.

 

*

 

사실 이 모든 것은 유월이의 꿈이었다. 정말 달콤했던 꿈. 잠깐의 자유를 선물해주는 댄스 바이러스 같은 게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다만 감독은 한 편의 꿈을 통해 이를 선물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25분 동안 마음이 따뜻해지는 효과를 줬던 치료제 ‘유월’. 유월이 필자에게도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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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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