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출판저널, 책 문화 생태계의 고찰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글 입력 2020.08.0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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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노래 ‘Radio gaga’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십대 시절, 밤을 지새주던 내 유일한 친구. 내가 알아야할 모든 것을 라디오에서 들었었지. (...) 라디오, 너도 한때는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어.“
 


라디오_버튼_ui_ux.jpg

 
 
라디오처럼 과거 빛나는 시절이 있었지만 저물어 가는 것들이 있다. LP, 카세트테이프, 비디오 같은 산업들은 과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추억을 함께 해온 벗이었지만 현재는 역사 속으로 종적을 감추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지나는 오늘날, 책 문화의 전망 역시 어둡게만 보인다. 책은 인류와 함께해 온 ‘꼭 필요한’ 문화 산업이지만 모든 게 빨라진 요즘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나 같은 경우만 해도, 자료 수집을 위해 글을 읽는 것보다는 유튜브 한 개를 보는 게 더 쉽고 빨리 정보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책보다는 디지털 산업에 더 친숙한 세대다. 나는 어렸을 때 책을 좋아하던 아이가 아니었고, 책보다는 디지털 문화와 동영상을 더 많이 접해왔다. 그런 내가 책과 글에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은 어느 정도 다 큰 뒤였다.
 
하지만 그런 나의 눈에도 이 전망은 너무나 어두워 보였고, 그래서 책과 출판 산업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아파왔다. 특히나 요즘 같은 때에 더욱 조용해진 서점과 도서관의 풍경을 보고나면 더욱 그러했다.
 
 

출판저널 518호 입체표지.jpg

 
 
그래서 <출판저널>이라는 책 문화 매거진을 신청하게 되었다. 사랑하지만 아픈 한 구석을 보고 싶은 심정으로 이 산업을 더욱 알아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책 문화를 다루는 잡지가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발행된다는 사실이 놀랍고 애틋했다.

 

<출판저널>의 518호는 생태주의 관점으로 출판업계를 조망하고 개혁을 모색하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작은 서점과 출판사, 세계 속 특별한 도서관을 찾아간다. 책과 독자의 매개이자 책이 있는 공간을 향유하며 책과 출판,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의 의미를 생각하게끔 한다.
 
 

문우당서점 현재 매장.jpg

 

 
어둡고 좁은 길을 가는 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분들이 있기에 우리나라의 출판과 책 문화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름 책을 사랑한다고 주장하던 자칭 ‘애독자’인 나는 얼마나 이 산업이 유지되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는가? 부끄러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책을 사랑하는 이와 같은 분들이 있기에 나 같은 독자들이 여전히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출판저널>은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새롭게 바뀐 책 문화의 전망을 내놓는다. 우리는 코로나라는 유례없는 바이러스 전파 이후 전혀 다른 삶의 패러다임 속에서 살고 있다. 사람 간의 거리두기와 비대면이 익숙해졌고 미덕이 되어버린 사회이다.
 
‘특집좌담 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에서는 코로나로 바뀐 삶의 패턴이 책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함을 제시한다. 이동 소요 시간들이 줄어들고 개인시간이 늘어났을 때, 시간활용 체계를 재구성하면서 책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는 계기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패널들은 정부에서 마련할 수 있는 여러 정책과 보완점들을 토론하고 책 문화 생태계가 회생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한다. 나 역시 이번 호를 읽으면서 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변화의 바람이 책 문화의 변화를 꾀하고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지점에 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 <출판저널>은 다양한 신간들과 전문가의 글들을 소개한다. 여기에는 책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관심 가질 새로운 책들과 요즘 출판계의 흐름 및 트렌드를 훑어볼 수 있을 것이다.
 

 

에임란트 도서관.JPG


 
LP와 카세트테이프, 비디오는 대체될 수 있는 산업이 있었기에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책은 다르다. 책은 다른 산업이 대체할 수 없는, 텍스트가 주는 힘을 지닌 독보적인 한 문화이다. 책은 인류와 함께해온 시간만큼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고 함께할 것이 분명하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책과 관련된 아날로그 산업들은 서서히 문을 닫을 수 있겠지만 여전히 그 좁은 길 위에서 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길을 닦고 애쓰는 이들이 있기에 아마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노래 ‘Radio gaga’의 가사의 또 다른 구절,
 
 
“라디오, 아직 너의 최고의 시간은 오지 않았어. 잘 지내지? 그래도 여전히 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이 문화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책 문화는 여전히 지속가능하며, 최고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말하고 싶다.
 
 
 

백유진.jpg

  
 


[백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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