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이러니, 반도 [영화]

글 입력 2020.07.2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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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영화계의 부흥이다. 모든 영화가 코로나 19로 "ALL - STOP" 된 시점. 더는 상영을 미룰 수 없었던 영화들이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 선 영화가 바로 연상호 감독의 '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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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를 보며 문득 이 상황이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우리의 일상이 모두 비정상적 체계로 돌아가고 있는 현시점, 좀비 바이러스가 판치는 세상을 마주 본다.

 

바이러스를 피해 바이러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희망을 보려고 하다니, 얼마나 모순적인가. 물론 이 영화가 이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또한 '좀비 바이러스'는 코로나 19 상황 이전부터 영화화되어왔던 코드다. 하지만 이 상황을 모두 이해하고 있음에도 이 상황이 참으로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영화관에 마스크를 끼고 체온을 재면서 막상 바이러스로 희망도 생존자도 없는 세상과 마주한다. 그 사람의 고통이 아프지 않길 바란다. 내가 아픈 세상 속에 살고 있으면서. 이런저런 아이러니에 대해 사고하기 이전 이 작품을 마주 보게 된다. 이 작품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다. 물론 다시 배신당할 거란 생각도 하고 있었다. 기대와 배신 그 사이, 반도는 결국 배신을 선사했다.

 

한국에서 ‘좀비’라는 장르는 해외의 영역이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장르로 호명되던 것을 한국화하여 풀어낸 것이 바로 '연상호' 감독이다. 지금이야 영화 ‘반도’, ‘살아있다’ 무엇보다 넷플릭스 ‘킹덤’을 통해서 한국화된 좀비들을 많이 마주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부산행’이 나올 때만 해도 그의 시도는 칭찬받아 마땅했다. 그 시도를 했다는 것에서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하여 스토리를 잘 다듬는 감독으로도 인정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감독은 영화 ‘염력’으로 질타받았다. 해당 작품을 보지 않았지만 그저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작품을 연출하여 오는 착오라고 판단했다. 이번 ‘반도’는 자신이 시작했기에 자신의 장기를 잘 보여주리라 판단했다. 아니 그러길 희망했다.

 

하지만 그 일말의 기대감이 결국은 실망으로 연결되었다. 더 이상 자본력의 부담이라고 하기에는 ‘부산행’은 무사히 마쳤으며, 새로운 장르도 아니었다. ‘염력’ 그다음의 ‘반도’는 그의 영화적 능력에 의문을 제시할 수밖에 없으며, 그의 그 전의 영화까지도 의심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영화 ‘부산행’도 개인적인 선호도에서는 밀려난 작품이다. 가족적 이념에 똘똘 쌓여 한국의 좀비라는 것 외에는 그 외의 다른 신박한 부분을 찾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선악의 명확한 구분, 가족을 위한 희생까지도 그저 진부한 스토리일 수에 없었다. 오히려 악으로 표상되는 김의성 배우의 악행이 살고자 하는 사람의 목적의식과 더 닿아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그 인물을 악으로 표상되기보다는 인간의 본성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하였으며 그런 부분을 잘 살려내면 감독의 영향력, 연출력이 더욱 향상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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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데도 영화 '부산행'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새로운 시도에 대한 도전 정신이었다. 또한 그 외에도 한 재난 속에서 여러 명의 이야기를 가지고 와서 그 안에서 한 사람만의 스토리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바로 이러한 점이 좀비라는 사건 속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사연이 아닌 그저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이란 생각을 부여해준다.

 

‘부산행’에서 보여주었던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다시 '반도'로 돌아가 보자. 이 영화는 오히려 장점을 버리고 단점만을 선택했다. 가족애, 신파를 극대화하고 사람들 개개인의 스토리가 없어 긴장감을 극대화할 수 있던 것을 오히려 사건을 만들어내서 풀어버린다. 장점을 버리고, 단점을 극대화한 영화를 향해 과연 어떤 평가를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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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도전의 이의를 두자면서 박수를 치기에는 한국인들은 너무나도 많은 좀비 영화와 접했다. 그 공간의 분위기마저 살리지 못하고 오직 강동원 미국 보내기 프로젝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최근 강동원 배우 관련 기사에 할리우드 진출을 희망한다는 그의 기사를 본 영향이 클 것이다.

 

하지만 그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나는 어느정도 편견에 사로 잡혀 영화를 본 것은 사실이다. 감독이 영화가 아닌 배우에게만 신경 쓰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이 영화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영화의 도로 주행 장면에서는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생각나기도 했다. 세상에 미친 자들이 권력을 가지는 것 그리고 그 권력으로부터 도망치는 자의 이야기들이 굉장히 밀접했다. 하지만 그것이 이 ‘반도’란 작품이 좋은 액션을 보여줬다고 말하기엔 어렵다.

 

영화 ‘매드맥스’는 진부함 없는 빠른 전개와 여성과 남성 할 것 없이 모두 총과 무기를 들고 싸웠다. 그들의 목적은 살아남아야 했다는 목적의식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사이의 기타맨은 영화에 화려한 사운드를 더해주면서 이야기가 진부해질 때 다시 활력을 넣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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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 ‘반도’는 남성과 여성 할 것 없이 총은 들고 있지만, 결국은 액션 장면은 모두 강동원 한 사람에게 몰려있고, ‘기타맨’ 없이 진행되는 자동차 액션 씬은 다른 특이점을 찾기 어려웠다. 영화 ‘매드맥스’에서 ‘퓨리오사’는 전사였다. 남성은 헬퍼로서 존재했다면 이 작품은 모든 측면에서 여성은 그저 모성으로서 존재할 뿐이다. 자신의 생명보다 자신의 가족이 우선인 인물이다.

 

영화는 한 가지 오류가 영화의 전반을 평가하게 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오점들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다. 가장 웃겼던 부분은 영화의 마지막 4년간 좀비 속에서 산 아이가 영어를 유창하게 대화하는 모습이다. 이 부분에서 다시 이 영화는 한국인을 위한 영화가 아님을 알게 된다. 외국인 좀비와 대화한 것이 아니라면 영어를 사용할 일이 없을 텐데 그 속에서 영어를 공부한 것도 아닐 텐데란 생각이 이어져 이 작품은 다시 ‘강동원 할리우드 보내기 프로젝트’란 생각만이 남을 뿐이다.

 

영화의 초반 칸 영화제의 마크까지 더해져 이 작품은 한국에 예술과 상업에서 결국은 상업만이 남으면 어떤 식으로 변하게 되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코로나 19로 영화계가 얼어붙은 상황. 더 좋은 영화가 더 완성도 있던 영화가 나왔다면 조금은 변화된 현재가 아니었을까.

 

 

[박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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