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냈던 화가 - 툴루즈 로트렉 전

글 입력 2020.07.24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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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포스터의 아버지, 물랑루즈의 작은 거인. 후기 인상주의 화가였던 툴루즈 로트렉을 수식하는 어구들이다. 하나같이 힘이 넘친다. 어떤 그림을 그려냈기에 이런 수식어를 얻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현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툴루즈 로트렉 전시에서 얻을 수 있었다.

 

 

 

프롤로그


 

붉은 커튼을 열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세기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이 섹션은 19세기말 파리의 몽마르트 거리와 물랑루즈 분위기를 재현해 놓았다.  모니터에서는 로트렉의 작품들이 미디어 아트로서 생동감 넘치게 우리를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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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면의 한 켠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추함은 아름다움을 함께 가지고 있으며, 진흙 속의 진주를 발견하듯, 그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은 짜릿하다는. 그동안 내가 봐온 예술가의 명언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그는 어떤 삶을 살며 예술을 했던 사람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겨났다.

 

 

 

1. 연필 드로잉


 

이 섹션부터는 본격적으로 툴루즈 로트렉의 생애를 다루기 시작한다. 재밌었던 점은, 연필 드로잉이 모두 캐리커쳐 형식이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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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놀랍게도, 툴루즈 로트렉의 아버지를 그린 것이다. 1분 안에 사람의 특징을 포착하여 이를 과장되게 그리는 방식인 캐리커쳐. 로트렉의 초기 작품부터 알 수 있는 점은, 그가 인물의 특징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났다는 점이다.

 

 

 

2. 로트렉의 뮤즈들


 

로트렉의 작품 중 유명한 것은, 파리의 밤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광고 포스터이다.그는 무대에서 공연하는 인물들을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그려냈고, 연예인들은 로트렉의 포스터 덕에 인기를 얻기도 하였다.

 

그의 포스터에는 3명의 뮤즈가 있다. 제인 아브릴, 아리스티드 브뤼앙, 그리고 이베트 길베르.

 

로트렉은 이들을 단순화된 선과 색만으로 그렸다. 제인 아브릴의 경우 항상 한 발을 높이 들고 춤을 추는 모습, 아리스티드 브뤼앙은 까망 망토에 빨간 목도리, 그리고 검은 챙모자로. 이베트 길베르는 검은 장갑 하나로 묘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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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브뤼앙이 로트렉에게 의뢰하였던 브뤼앙의 카바레 공연 홍보 포스터이다. 브뤼앙만의 개성과 특징을 포착한 그림을 보고, 브뤼앙은 무척 만족스러워 했다고 한다.

 

로트렉의 포스터가 인기를 끌면서, 브뤼앙은 자신의 카바레 미를리통의 포스터도 의뢰한다. 이때도 로트렉은 몇 개의 선과 네 가지 색만 사용하여 브뤼앙의 냉소적이고 복잡한 성격까지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브뤼앙은 이후 20년동안 자신을 홍보하는 이미지로 이 포스터를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으로 따지면, 20년동안 카카오톡 프로필을 바꾸지 않았던 것이다. 브뤼앙이 로트렉의 포스터를 얼마나 마음에 들어했는지 알 수 있었던 부분이다.

 

사람의 특징을 파악하여, 단순화된 이미지로 표현하는데 능했던 로트렉. 그가 요즘 시대를 살아간다면, 광고와 브랜딩 및 마케팅 분야에서 활약을 펼쳤으리라. 특히, 10초에서 15초 안에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 광고제작자로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 외로움


 

네 번째 섹션의 제목은 '추한 것이 아름답다'이다. 프롤로그에서 보았던 문구랑 일치했다.

 

여기서는 19세기 후반, 로트렉의 <엘르(Elles), 1896> 석판화 연작 포스터와 <엘르> 작품집이 전시된다. 특히 <엘르> 연작은 처음 발표된 이후 여러 차례 한정판 책으로 묶어 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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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피사체의 고독과 외로움이 비져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로트렉과 그의 피사체들이 공통으로 갖는 '고독감'.

 

사실 로트렉이 '작은 거인'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그의 신체적 특징이 영향을 미쳤다. 19세기 프랑스 귀족 가문에서는, 근친혼이 유행을 했고, 로트렉의 부모 역시 이 방식을 통해 혼인을 한 사이였다.

 

그래서 로트렉은 태어날 때부터 뼈가 잘 부러지는 희소병을 앓았다. 보통 귀족들이 취미로 승마를 향유하며 살아갈 때, 몸이 불편한 로트렉은 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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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장애로 인해, 평생동안 고독과 함께 살아간 그. 그의 자화상 속에서는 그의 외로움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다른 이들이 본인을 조롱하려는 시도를 애초에 차단하려는 듯, 본인을 희화화하여 그린 이 그림은 마음 한 구석을 슬프게 만들었다.

 

 

 

4. 일러스트, 만화


 

19세기 말 프랑스는 각종 잡지가 쏟아져 나오는 매거진 저널리즘의 황금기였다. 당시 여러 잡지들로부터 요청을 받은 로트렉이 잡지를 위해 제작한 일러스트, 만화, 그래픽 디자인 등은 로트렉 예술의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이다.

 

당시 '비웃음'이라는 의미를 가진 잡지 <르 리르(Le Rire)>에는 스타들의 밤 문화와 연예인들의 가십거리들이 넘쳐났다. 로트렉은 <르 리르 (Le Rire)>에 풍자 그림을 자주 기고하는 단골 작가였다. 이 섹션에서는 그가 기고했던 그림들과 잡지의 실물을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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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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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연필 드로잉부터, 그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생사의 갈림길에 있을 때까지 그의 그림에 한결같이 등장한 것은 바로 '말'이었다.

 

어렸을 때는 스승의 영향으로 말을 그렸고, 신체적 조건으로 인해 승마를 즐길 수 없어서 말을 그렸다. 말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근육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그린 걸 보면, 그가 동경했던 힘과 에너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말에 대한 열정이 컸던 로트렉, 이 섹션 중 일부는 로트렉의 청소년기 작품들이다. 또한 로트렉의 말 그림 중 대표작인 <경마(The Jockey), 1899년>와 <조랑말 필리베르(Pony Philibert), 1898년>을 감상할 수 있다.

 

*

 

현대 광고의 선구적 역할을 했던 로트렉의 포스터들은 상업적인 광고 포스터를 예술 작품으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는다. 당시의 수집가들은 그의 포스터들을 높이 평가하였으며 벽에 붙은 포스터를 떼어 가지려고 혈안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는 그의 뛰어난 업적이지만, 나는 그의 '동등한 시선'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아름다움, 추함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어떤 겉모습을 하고 있는 사물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려 했던 툴루즈 로트렉. 나는 그의 평등하고도 동등한 시선이 그의 가장 빛나는 능력이었다고 생각한다.

 

 

*

툴루즈 로트렉展
- Henri de Toulouse-Lautrec -


일자 : 2020.06.06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2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관: 메이드인뷰, 한솔BBK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최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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