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상대적 주말 - 상대할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는 상대성 이론

글 입력 2020.07.17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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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나는 사회에 순응하기 위해 그 법칙을 준수하고 있는데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고 있다는 뜻이다. 덧붙여서 주말 아르바이트생이다. 뭐해? 일어나, 알바가야지라는 밈(meme)의 주인공 중의 한 명이라는 소리다. 모두가 쉴 때 나는 일을 하는 억울하게 생각하자면 억울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장점도 있다. 나는 5일의 주말을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지녔다.

 

 

 

월화수목금퉐? 토요일요월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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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Green Chameleon on Unsplash

 

 

한 주일의 끝으로 그냥 어느 일주일의 끝 무렵일 뿐인 주말에 미쳐버린 우리에게 주말이란 노는 날, 쉬는 날, 업무에서 벗어 나는 날의 역할을 하며 자본주의 사회의 노예로서 돈을 버는 시간으로 정의된 평일을 살아갈 원동력을 얻는다. 절대적으로 같은 속도의 시간을 살고 있음에도 주말의 1시간은 평일의 1시간보다 왜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는지 알 턱이 없어서 답답하고 억울하다.

 

시간의 총량은 5일의 평일과 2일의 주말로 다를 수밖에 없음에 통탄을 금치 못하면서도 순응하지만 똑같은 1시간이 지나가는 속도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에서 오는 이 원통함은 어디에 풀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나와 같이 주말 아르바이트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들 비슷하리라.

 

평일과 주말이라는 구분에서 벗어나 언제부터인가 업무가 우리가 사는 시간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 현실이 조금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역사적으로 자아의 실현, 성과를 통한 성취감 등등 다양한 근거를 들어 인간은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말을 학자들이 외친 것에 비해서 21세기의 우리에게는 ‘돈을 벌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이유가 가진 지배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결국 돈이 없으면 놀지도 못하기 때문에 돈은 벌어야 한다. 돈도 벌고 싶고 놀고도 싶은 서로 다른 두 욕심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결국 자신과 타협하여 주말 아르바이트생으로 살고 있지만 남들 놀 때 일 하다 보니 항상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이 좀 더 와 닿는다. 평일은 지루하고 남들 놀 때 일 하는 내 상황은 괜히 짜증이 난다.

 

 

 

상대적 주말


 

무게가 5kg인 물건을 근력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같은 서로 다른 두 사람에게 들어보라고 했을 때 힘이 더욱 약한 사람은 더 무겁게 느낄 것이고 힘이 더욱 강한 사람은 덜 무겁게 느낄 것이다. 여기에 근력 조건이 다른 또 다른 한 사람이 추가되면 그 무거움에 관한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무게는 절대적이지만 무거움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시간은 절대적이지만 주말은 상대적이다. 어느 아무개와 내가 가진 하루는 24시간으로 같지만 24시간이라는 무게를 지닌 7일 중에서 어느 정도를 주말로 쓸지는 결국 내가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서 달라진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주말은 토요일과 일요일이며 달력에도 이 두 요일은 주말로 표시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출근하거나 학교에 가고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쉬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마치 이런 삶이 절대적인 것으로 보여 토요일과 일요일에 출근하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는 주말이 없는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져 살았다.

 

조금만 시선을 뒤집어보면 나는 이틀의 평일을 살고 5일의 주말을 누리며 다수의 사람보다 더 많은 여유를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았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하루를 25시간, 26시간으로 늘리는 것은 한 명의 인간에 지나지 않는 나에게 불가능한 일이지만 어느 요일을 주말로 살아갈 것인지는 순전히 나에게 달려있다.

 

 

 

상대할 가치가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을 꼰대들의 잔소리나 아직 철없는 사람이 내뱉는 속 편한 소리 정도로만 생각했었으나 지금은 이 말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진리의 하나는 아닌가 싶다. 정보가 곧 생명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시대다 보니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사실만 너무 맹목적으로 쫓는 풍토에 절여진 것일지도 모른다. 낮이 있으면 밤이 있고 뜨거운 게 있으면 차가운 게 있듯이 절대적인 게 있으면 상대적인 것도 있어야 세상이 돌아간다. 절대를 외치는 사람들은 지천으로 널렸으니 나는 상대에 대해서 떠들어 본다.

 

절대적인 건 쉬이 바꿀 수 없지만 상대적인 건 이름 그대로 상대적으로 바꾸는 게 쉬운 편이다. 모든 상대적인 것들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여기 붙이느냐 저기 붙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도록 태어난 것들이니 당사자들도 어쩔 수 없다. 시간을 바라보는 처지에서 시간이라는 존재가 달라붙는 기준은 나 자신임을 깨닫고 기준을 조금 바꿔 놓은 순간부터 내가 사는 시간은 쉬는 날이 없는 인생에서 남들보다 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인생이 됐다. 돈 없으면 힘든 세상이라지만 이 작은 변화가 나에게 가져온 선물은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던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유와 휴식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은 순간이었다.

 

나에게 조금 더 많은 여유가 있음을 인식한 이후부터 주말에 출근하는 순간이 이전보다는 즐겁고 보다 덜 피곤하게 느껴지는 일 따위는 물론 없었지만 적어도 피곤함의 원인은 달라졌다. 남들 놀 때 쉬고 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심리적인 피곤함은 사라지고 노동으로 인한 육체적 피로가 몸에 쌓일 뿐이라 집에 돌아와 방에 널브러져 있다 보면 금방 다시 기운을 차린다. 덧붙여 남들 놀 때 일 하는 불쌍한 휴학생에서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희생하는 사람이라는 자기 세뇌를 통해서 아주 미약한 보람을 느끼는 척이라도 하다 보니 희미한 갱생을 이룩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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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Tyler Nix on Unsplash

 

 

커피는 기호식품인데 맛있다는 것과 맛없다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먹는 사람 입맛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맛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음료라는 뜻이다. 평일과 주말은 시간이라는 원두를 갈아서 나라는 사람이 내리는 한 잔의 커피 같은 존재는 아닐까 싶다. 아마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대부분 사건들은 경험하는 자신의 판단에 달린 상대적인 것들일지도 모른다. 주변에서 펼쳐지는 헬조선식 위로라고 부르는 천하제일 불행 자랑 대회를 지켜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더욱 확고해지는데 상대방한테는 힘들어 죽겠는 일이 다른 사람한테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로 다가오는 웃기지도 않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음을 부정할 근거를 찾을 수 없음의 결과다.

 

운명이니 어쩌니 하며 거창하게 떠들 생각은 없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으나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말을 할 생각도 없다. 청춘이 반드시 아플 필요도 없고 아프면 청춘이 아니라 그냥 환자이니 아프니까 병원 가라고 해주길 바란다.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시선은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살아가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카페 아르바이트생인 나를 스스로가 커피나 뽑으면서 돈 버는 사람으로 보는 것과 커피를 대접함으로써 돈을 버는 사람으로 보는 사소한 변화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끌어낸다.

 

별것 아닌 글을 끄적이는 사람으로서 자그마한 삶을 살아가는 요령을 전해본다.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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