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코토바 - 날씨의 이름

글 입력 2020.07.1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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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뮤지션들의 음악과 거리 두기를 하면서 지낸 세월이 꽤 오래된 편인데 그 이유는 다분 새롭지 못함에서 오는 상실감이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는 것이 사실이라도 되는 듯 저마다의 색으로 부르고, 연주하고, 적어가는 그 모든 노래의 태반은 결국 ‘사랑’이라는 환승역에 내려 똑같은 노선을 달리는 선율을 서로 바꿔치기 할 뿐임에도 마치 다른 세계인 양 행동하는 것에 꽤 실망했다. 이러한 나의 음악적 상실감은 보이지 않는 언어로 상실을 맞이했다.

 

 

 

Reyn


 

어떠한 상실감에 대한 주제를 전달한다는 문장이 내 눈맛에 잘 맞았는지 소개를 읽다 보니 흥미가 동했다. 특정한 대상으로 지정하지 않은 ‘어떠한’ 상실감이라는 것이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태어나는 연인에 대한 상실만을 전달하는 노래에 점점 지쳐가던 나에게는 숨구멍을 열어줬을지도 모르겠다.

 

상실이라는 것이 본래 그렇게 획일적으로 정의 될 만한 것이 아님에도 여태껏 봐왔던 지나치게 한정적인 접근에 대한 반발심은 두 팔을 활짝 열고서 이를 받아들였다.

 

 

 

 

‘너에게 드릴게요 의미없는 이 세상. 너와 나 둘이서 만들어요 의미를’

 

필자는 노래를 들을 때 기술적이며 학술적인 청선보다는 오직 어떻게 느껴지는가로만 노래를 판단한다.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며 무어라 정의 내리기 힘든 그 곡만의 느낌이 나에게는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기준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골라내는 사람이기에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굉장히 진상일지도 모른다.

 

바다가 생각나는 앨범 표지로부터 떠올린 바는 이 앨범의 콘셉트는 바다라는 생각이었고 그 첫인상 덕분에 트랙을 듣는 내내 서로 다른 바닷속에 잠겨 파도 소리에 취할 수 있었다. 처음 몸을 던진 이 바다의 파도 소리는 상실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고요함을 노래했다. 어떤 것을 잃음에서 오는 상실감을 맞이한다는 것은 있던 것이 사라졌다는 것이기에 있었던 그 무언가가 가지고 있던 의미가 사라졌음과 같다.

 

흐린 하늘과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슬프거나, 절망적이거나, 외롭거나, 고독하거나 한 장면을 묘사하는 전형적인 클리세다. 장마철이라 비가 내리는 요즘 밖을 보고 있으면 괜히 비에 젖어드는 솜처럼 무거워지는 착각에 빠지니 진부하다고 잔소리는 못 하겠다. 요란하지 않고 고요하게 흘러가는 멜로디에 고막이 젖어들수록 비 내리는 날 어두운 방에서 몸을 누운 채로 가만히 있는 나는 비 내리는 고요한 바닷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장마가 끝나고 나면 축축하게 젖은 땅에서 새로운 싹이 트고 빗물 때문에 한층 더 짙어진 풀 내음이 사방에서 진동한다. 비가 내리는 동안에는 모든 것이 가라앉아 있는 것과는 상반되게 다시 날이 개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비교적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 고요히 가라앉아 있던 내 몸은 강렬하게 귀를 때리는 드럼과 함께 나를 휩쓸어가는 강렬한 멜로디에 어느덧 해안가로 내던져진 체로 맑아지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보이지도 않고 빠질 수도 없는 바다는 나에게 그 고요함을 던져주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준다. 모든 것을 잃어 가벼워진 상태는 조금 더 가뿐하게 새로운 것들을 빠르게 채우며 새로운 의미를 찾아갈 수 있다.

 

 

 

여름의 낮


 

더위에도 약하고 추위에도 약한 부실한 20대라 여름도 싫고 겨울도 싫어한다. 내리쬐는 햇볕 아래 있다 보면 있던 기운도 땀과 함께 다 빠져나가는 기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온라인이니 오프라인이니 할 것 없이 여름만 되면 운동이나 바다로의 여행 같은 것들을 내놓으며 기운이 넘치는 계절로 비치게끔 만든다. 이런 세상이 마음에 안 들면서도 더 짜증 나는 바는 겨울의 오후보다는 여름의 오후에 좀 더 활기가 넘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나 자신이다.

 

 

‘지난 일은 돌아보지마라 내겐 앞으로 가야할 시간 마저 부족하다, 부족하다’

 

 

담백한 가사와 함께 귀를 때리는 멜로디가 좋으면서도 괜히 짜증이 난다.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게을러지고 싶은데 괜히 힘내서 열심히 움직여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몸이 신나다 보니 뭐라도 하게 된다. 일상의 치열함을 담은 앨범으로도 충분한데 나까지 치열하게 살아야만 할 것 같다.

 

제목을 참 잘 지은 것인지 더위에 찌들어 녹아내리지만 그 어느 계절보다 열심히 돌아다니며 시원한 곳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 어느 계절의 같은 시간보다 기운 넘치게 살아있는 여름의 낮을 멜로디에 잘 녹여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건 간에 여름을 사는 내 고막은 한여름의 낮을 몰고 오는 이 파도 소리로 살아간다.

 

 

 

Goodnight Lilith


 

공부나 업무에 시달리고 집에 들어와 잠들기 직전의 밤은 꽤 싱숭생숭하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음에 마음 편히 몸을 쉬는 사람에게는 그 무엇보다 편안한 시간이면서도 치열하게 살아남기 바빴던 누군가에게는 조금이라도 빨리 휴식을 취하고 싶은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시간이고 하루를 그냥 허비 한 어떤 이에게는 오늘만큼의 후회가 한 번에 몰려오는 도망가고 싶은 순간이다. 다만 이 모든 사람에게 밤이라는 시간이 고요하다는 점은 똑같기에 우리는 오늘치의 긴장에서 벗어난다.

 

밤은 하루의 마무리이면서 내일의 준비이기도 하다. 잠을 자고 깨어나면 내일이 오고 잠을 자려 눈을 감으면 오늘이 끝이 난다. 지금 이 노래를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오늘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는지는 아직 판단이 안 선다. 다만 이런저런 파도에 휩쓸리고 깊이 가라앉아 젖어들기도 한 1시간도 안 되는 그 순간 동안 나를 지나쳐간 그 모든 파도는 나에게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놓았다.

 

고요한 비에 잠긴 후 뜨거운 여름 햇살에 몸을 말리며 열심히 내달렸던 시간을 지나 이제 잔잔한 물살로 해안을 때리는 밤바다의 파도 소리에 잠겨 오늘의 끝과 내일의 준비를 맞이하는 나는 그 어떤 말도 내뱉지 않았으나 아마도 꽤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으리라.

 

 

 

앨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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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명: cotoba (코토바)

 

앨범명: 날씨의 이름

 

타이틀 곡: 01. reyn | 02. 여름의 낮

 

기획사: cotoba

 

유통사: 미러볼뮤직

 

발매일: 2020년 06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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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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