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 알면서도, 또 그렇게

글 입력 2020.07.05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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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신경써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은 살아가면서 나 말고 다른 사람들과도 생활해야하는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타인을 대하는 건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내가 아닌 타인을 대하는 방법은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한 단어 '배려'로 뭉뚱그려 말하면 쉽지만, 이를 개개인에게 맞춰주는 것은 피곤하고 어려운 일이다. 나는 선의의 행동으로 한 행동과 말이었는데, 타인에게 상처가 되거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그것 만큼 더 머리 아픈 일은 없을 것이다.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배려가 나에게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다보니 더더욱 말을 조심하려고 하고 행동을 조심하려고 하니 인생이 너무 힘들더라. 내가 남들에게 어떤 행동을 받으면 너무 싫고 기분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보니, 내가 그러지 말자라는 중압감, 강압감을 항상 느끼고 산다. 그게 내가 사람들을 만나는걸 거부하고 집순이가 된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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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타인을 대하는게 힘든 이유는 중학생 때의 경험이 가장 크다. 나는 중학교 1,2학년 때, 그다지 좋지 못한 기억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중3부터는 그 어린나이에 늘 이런 생각을 지니고 다녔다. -조용히 누구 눈에 띄지 않게, 마음 맞는 친구 한두명하고만 잘 지내자- 연락처에는 오로지 나랑 같이 다니는 친구 단 세명만이 존재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누군가의 이목을 받는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니고 원래 친구도 한두명 진실된 친구와 사귀는게 더 좋다고들 하니까. 문제는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음에도 그런 일을 겪고 난 뒤라 온갖 네거티브한 성격이 나의 주 성격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중학생 때 그렇게 좋지 못한 일이 있던 후로부터 나는 내 뒤에서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는 들리지만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을 때, 이상하게 꼭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느낌을 들었다. 물론 안 좋은 이야기로. 내 뒤에 있던 사람들이 나랑 그렇게 친하지도, 친하지도 않기에 나에 대해 뭔가를 이야기 할 이유도 무엇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전혀 접점이 없기 때문에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이라면 그들이 날 오해하고 있거나 뭘 잘 못 알고 있었다는 것일텐데, 그들의 이야기의 주체가 정말 나였다면 정작 잘못한 사람은 내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그런 것에 유달리 쉽게 겁을 먹어 '내가 뭘 잘못 했나..?' 하면서 끝없는 수렁에 빠지게 되곤 했다. 사회 공포증이 생긴 것이다. 이제는 전혀 관계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 공포증은 현재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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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번에 읽은 책,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에서는 타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와 어떻게 대하는 것이 나를 좀 더 아끼고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 타인은 정말 쌩판 모르는 남이 아닌 내 지인, 친구, 연인 더해서 형제자매에 부모까지를 포함하는 '낯익은' 타인이다.

 

어찌보면 맞는 말이다. 비록 피가 섞여 있다고는 할지라도, 그들이 '나'인 것은 아니니까. 그러다보니 그렇게 가까운 사이어도 서로를 이해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우리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 하는걸 보면, 부모님도 날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도. 하물며 낯익은 타인도 나를 이해 못 하는데, 낯익지도 않은 타인들이 나를 이해해줄까 싶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너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큰 기대를 항상 품고 살아왔던 것 같다.

 

영화를 보며 운 적은 근래에도 몇 번 있었지만(TMI : 82년생 김지영, 결백), 책을 읽다 눈물을 흘린 적은 이번이 정말 오랜만일 것이다. 부모에게 투정을 부리고, 오히려 가까운 사람이었기에 그들을 나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겼다는걸 알고는 있었지만 외면하고 있었는데, 책을 읽다 내 치부를 들킨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스럽고 다들 그렇게 후회하며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주륵 흐르더라(나이들면 괜히 이런다던데).

 

유독 눈물을 흘린 곳이 바로 부모와의 관계인데 아무래도 애인 친구보다도 쉽게 연을 끊기 어려운 사이이기에 그랬던 것 같다. 그동안 여러 책을 읽고 위안을 받았다고 작성했었는데, 이번이 정말로 위안 아닌 위안을 받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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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를 하나 더 얘기하자면 현재 위염·식도염과 더불어 소화불량, 복부팽만으로 고통받고 있는지가 한달이 넘고 있다. 내과를 두 군데를 가보았는데 들려오는 질문은 항상 "매운거 많이드세요?". "커피 많이 드세요?", "스트레스 많이 받으세요?"인데 나는 매운것도 잘 못먹고 커피도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밖에 마시지를 않는다.

 

범인은 스트레스 밖에 없다. 나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겠지만 역시나 정답은 주변에서 받는, 특히 주변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가장 크겠지. 매일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출근하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편이다. 사람이 많아서 부딪히는 경우야 당연하다지만 앞 사람과의 간격을 맞추지 않고 뒤에서 빨리가겠다고 민다든지, 사람이 옆에 많은데 본인의 동작에 신경을 쓰지않고 맘대로 팔을 휘저어 맞는다든지 등등 다양하게. -제발 키 큰 남자들은 팔가지를 조심하자. 키작은 여자들은 그 팔꿈치가 얼굴에 맞는다- 하루도 맘편하게 출퇴근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한테서까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나와 가까운 사람들한테서마저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아마 없던 병도 생길 것이다. 지금의 내가 그러하듯. 그러다보니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방법은 사실 이미 정답이 정해져있다. 내가 좀 더 '타인'에 대한 관계를 이해하고 나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것. 낯익지 않은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낯익은 사람에게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남'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

 

하지만 안타깝게도 말로만 쉽지 나와 가까운 낯익은 타인에게 이렇게 생각한다는게 과연 쉬운 일일까? 나조차도 나와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이 나를 남으로만 생각하고 그런다면 왠지 마음이 아플 것만 같은데. 이런게 바로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논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정답은 나와있지만 나는 아마 쉽게 결단을 내리지는 못할 것 같다. 이렇게 또 낯익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지치면서 그들을 타인이 아닌 나의 일부라 생각하고 지내겠지. 하지만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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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민지

 

분야 ․ 에세이

 

발행일 ․ 2020년 6월 10일 

 

판형 ․ 120*200

 

면수 ․ 244쪽

 

값 ․ 13,500원

 

ISBN ․ 979-11-88545-85-8 (03810)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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