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누구에게나 그런 친구가 있다. 책 '나의 눈부신 친구'

누구에게나 그런 친구가 있다. 인생의 동반자이자 경쟁자이고 애정의 대상이자 증오의 대상이기도 한 그런 존재
글 입력 2020.06.2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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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그런 친구가 있다. 인생의 동반자이자 경쟁자이고 애정의 대상이자 증오의 대상이기도 한 그런 존재.” 옮긴이 말의 일부이다. 이 문장이 책 ‘나의 눈부신 친구’ 내용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친구들의 아름답고 특별한 우정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다. 책을 펼쳐 몇 장 넘기다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 전개되고 있어서 조금 놀랐던 것 같다. ‘친구 그리고 우정’이라고 하면 따뜻하고 편안하면서 감동적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던 나의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조금은 어둡고 사실적인 감정에 대해 직설적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

 

책 ‘나의 눈부신 친구’는 1950년대 이탈리아 나폴리 폐허의 두 여인 ‘릴라’와 ‘엘레나’의 우정을 다루고 있으며, 엘레나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두 친구의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성인이 되기 전의 청소년기까지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서로 어떤 사상과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주변 사람들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등을 상세하게 풀어내어 마치 장편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

 

앞서 장편 드라마라고 말했던 것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놀랍게도 이 책을 시리즈물로 6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그녀들의 우정을 다루고 있으며, 4부작 중 1부작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사실 책을 다 읽어갈 때까지도 이게 4부작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어서 ‘잘못하면 끝이 흐지부지하게 끝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유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세부적으로 내용을 풀어내고 있어 일대기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그게 의도된 부분이라는 것에 살짝 놀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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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성장시키고 사랑해 마지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보다 잘난 점을 질투하고 시기한다. “애증”이란 단어만큼 이 관계를 표현하는 단어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엘레나는 릴라와 함께 있을 때 자신이 돋보이고 한층 성장함을 느끼고 그녀의 뛰어남에 감탄한다. 그 이면으로는 뛰어난 그녀와 자신을 비교하며 질투하고 불만 등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애증의 형태와 주제가 변형되긴 하지만, 둘은 서로가 최고의 친구이자 의지할 수 있는 존재며 뗄 수 없는 관계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친구와 나를 때때로 비교하긴 하지만 그렇게 강력한 질투에 휩싸여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엘레나의 감정이 새로웠다.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친구와의 비교와 질투에 굳이 많은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가졌었다. 그러다 문득문득 주인공의 깊은 속마음에 불편감이 느껴졌을 때, 예전에 혼자 가졌었던 나의 내밀한 감정을 들킨 것 같았다. 감정의 농도와 깊이가 달랐을 뿐이지 나 또한 그런 적이 있음을 떠올렸다.

 

친구가 세상의 전부인 것만 같은 초, 중, 고 시절에는 나와 제일 친한 친구인 줄 알았던 애가 다른 애랑 더 친해질 때 소외감과 질투심을 느꼈고, 내가 더 잘하는 줄 알았던 부분이 어느새 친구가 더욱 앞서 나가있는 것을 발견할 때 자신감이 하락하기도 하고 나와 비교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이 엘레나의 상황과 겹쳐질 때 혼자 간직하고 있는 속마음이 들킨 것 같이 묘한 불편함이 들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위안이 들기도 했다. 나도 한 번쯤 겪어봤을 관계에 대한 고민이라 그런지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

 

책을 읽는 동안 주인공의 관계, 심리를 조금 더 와닿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유려한 문장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순간순간 등장하는 감각적인 표현들이 돋보였고, 나를 사로잡기 충분했다. 어떠한 장소를 묘사한다고 할 때 인물의 현재 심리 상태를 투영하여 보여지고 있었으며, 섬세하면서도 은유적인 표현들을 사용했다. 그중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문장을 공유하자면.


 

“우리 앞에는 아직까지 밝은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보랏빛에 가까운 잿빛 영역에 침범당해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었다. – p.96”

 

 

바다를 가기 위해 몰래 떠났던 릴라와 엘레나가 날은 어둑해졌지만 길을 헤매던 부분에서 등장한 문장이다. ‘보랏빛에 가까운 잿빛 영역’이라는 아름다운 묘사를 활용해 상황뿐만 아니라 불안함이 깃든 그들의 심리 상태도 느껴졌던 부분이었다.


 

“파도가 하얀 계란 거품을 이고 있는 시퍼런 금속관처럼 맹렬히 굴러 들어와서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섞인 감탄사를 연발하며 지켜보고 있는 우리들이 있는 길까지 밀려와서 수천 개의 빛나는 파편으로 부서졌다. – p.178”

 

 

엘레나가 아버지와 함께 찾은 바다에서 느꼈던 것을 그려내고 있는 부분이었는데, 단순할 수도 있는 파도치는 모습을 보고 두려움과 놀라움을 느끼는 주인공의 심리가 잘 드러났다. 어떤 마음으로, 어떠한 느낌을 받으며 바다를 바라보는지 공감이 갔다.

 

 

“보름달이 뜬 바다 위로 하늘에서 거대한 태풍이 시꺼멓게 몰려오면서 빛이란 빛은 모조리 집어삼키고, 달의 경계를 침식하며 그 빛나는 원반의 형체를 망가뜨려 비정한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 p.229”

 

 

이 문장은 동네 주민들의 갈등과 그로 인해 한 인물이 이성을 잃고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고 참담한 심정을 설명하고 있다. 여유 있고, 신뢰 가는 모습에 유쾌했던 오빠의 모습이 눈앞에서 산산이 부서져 가는 것을 보며 충격과 끔찍함을 느꼈던 그 심정이 어땠는지 느껴졌던 문장이었다.

 

*

 

초반에 책 한 권이 450p 정도로 꽤 두꺼운 책이어서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읽어도 내용이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 들어 당황했었는데.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갈 즈음부터는 책에 몰입되어 빨려들 듯 읽었던 것 같다.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니 두꺼워도 좋으니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고, 빨리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물밀듯 밀려왔다.

 

등장인물이 계속 겹쳐서 등장하여 자칫하면 지루할 수도 있는 부분을 특별한 듯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와 직접적이면서도 섬세한 인물들의 심리와 욕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인물들의 남은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궁금증을 자극하니, 빠른 시일 내에 다음 권을 꼭 읽어야겠다.

 

 


 

 

나의 눈부신 친구
- My Brilliant Friend -


지은이 : 엘레나 페란테
 
옮긴이 : 김지우

출판사 : 한길사

분야
이탈리아소설

규격
148*210mm, 반양장

쪽 수 : 456쪽

발행일
2016년 07월 07일

정가 : 14,500원

ISBN
978-89-356-69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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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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