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하고 질투하는 두 여인 이야기 [도서]

글 입력 2020.06.2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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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릴라는 3월이면, 열여섯의 나이에 남편을 얻고 1년이 지나 열일곱이 되면 아들을 낳고, 또 아들을 낳고, 그 후로도 줄줄이 아이들을 낳을 것이다. 내 자신이 의미한 그림자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절망했다. 울음이 터져나왔다.

 

- p.366

 

 

 

릴라의 결혼 소식을 들은 레누의 심정이다. 선망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가장 친한 친구인 릴라는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듣자 자신의 삶보다 릴라의 삶이 더 우월할 것이라고 확신을 한다.

 

<나의 눈부신 친구>는 릴라와 레누의 일생에 거친 우정 이야기,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의 첫 번째 책으로, 여기에는 유년기와 사춘기를 다룬다. 1950년대 배경으로, 두 여자는 이탈리아 나폴리의 가난한 집에서 자란다. 릴라는 구두수선공의 딸이고 레누는 시청 수위의 딸이다. 릴라는 마르고 똘똘하고 강인한 아이인 반면, 레누는 통통하고 성실하고 조용한 모범생이다. 릴라는 중고등학교를 포기한 반면, 레누는 계속 학교를 다니며 공부의 길로 들어선다. 그러나 그럼에도 릴라는 똑똑하기 때문에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독학하며 레누와 함께 공부한다.

 

 

나의 눈부신 친구 자켓 이미지.jpg


 

어떻게 보면, 릴라는 가난한 집안 탓에 진학을 포기했기 때문에 레누를 질투할 것 같았다. 그리고 레누는 스스로 우월하다고 여길 것만 같아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레누는 릴라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있으며 노력에 비해 비범한 릴라를 보면서 자신이 가고 있는 면학의 길이 무의미하다고까지 한다.

 

게다가 레누는 성적이 좋아 선생님의 총애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나를 칭찬하기는 했지만 마지못해 하시는 것 같았다’라며 스스로를 낮춘다. 그녀의 모습을 보아하니 마치 어렸을 적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칭찬을 받아도, “내가 불쌍한가?” 라고 그 칭찬을 부정하곤 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난 가장 친한 친구가 떠올랐다. 그녀는 이혼가정에서 가난하게 자란 친구였다. 상대적으로 높은 성적과 해외 경험이 많은 나는 은근히 우월감에 살았던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럼에도 많은 것들을 못 누리던 그녀를 질투했었다. 그녀는 내가 따라잡으려고 해도 도저히 잡히지 못한 점들이 있다.

 

그녀는 내가 갖지 못하는 화려한 외모, ‘잘난’ 이성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그리고 ‘좋은 대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는데도 갖고 있는 높은 이해력과 독해력, 그리고 나의 장황한 고민을 끝까지 들어줄 수 있는 있는 포용력이 있다. 그녀는 고가의 호텔 결혼식에 하객으로 가본 적이 있다는 소식에 나는 ‘너만큼은 그런 결혼을 하지 않길’ 내심 바라는 내 자신을 보니 스스로 놀랐다.

 

친한 친구에 대해 ‘그녀가 참 잘 됐으면 좋겠다, 그러나 내가 더 잘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누구나 마음 깊이 갖고 있는 인간의 본능인 것일까? 그리고 어쩌면, 내가 그녀를 동경하는 것 만큼 그녀도 나를 질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450여 페이지의 장편 소설 <나의 눈부신 친구>를 단숨에 읽을 만큼 레누의 심리묘사가 섬세하고 긴장이 가득한 호흡이 빠른 책이었다. 책을 덮으면서, 앞으로 2, 3, 4권에 둘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고 성장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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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4부작’ 중 1권 <나의 눈부신 친구>는 전 세계 인기를 휩쓸면서 HBO가 제작하게 되었다. HBO가 이탈리아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한 첫 번째 외국어 시리즈물이기 때문에 더욱 더 화제다. 왓챠플레이는 지난 4월 29일 시즌1~2를 공개하여 시즌1은 2018년 11월에 방송했으며 시즌 2는 올해 2월에 제작 방송했다. <나의 눈부신 친구>는 시즌 당 8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러닝타임은 약 55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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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 My Brilliant Friend -


지은이 : 엘레나 페란테
 
옮긴이 : 김지우

출판사 : 한길사

분야
이탈리아소설

규격
148*210mm, 반양장

쪽 수 : 456쪽

발행일
2016년 07월 07일

정가 : 14,500원

ISBN
978-89-356-6973-8





저역자 소개


엘레나 페란테 Elena Ferrante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출생한 작가로, 나폴리를 떠나 고전 문학을 전공하고 오랜 세월을 외국에서 보냈다는 사실 외에 알려진 바가 없다. '엘레나 페란테'라는 이름조차도 필명이다. 작품만이 작가를 보여준다고 주장하는 페란테는 어떤 미디어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서면으로만 인터뷰를 허락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여전히 작가의 정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소문이 떠돌지만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1999년 첫 작품 『성가신 사랑』을 출간해 이탈리아 평단을 놀라게 한 페란테는 2002년 『버려진 사랑』을 출간한다. 에세이집 『라 프란투말리아』(2003)와 소설 『잃어버린 사랑』(2006), 『밤의 바다』(2007)를 출간한 뒤 2011년 '페란테 열병'(#FerranteFever)을 일으킨 '나폴리 4부작'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를 출간한다. 이어서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까지 총 네 권을 출간해 세계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신간소설 『어른들의 거짓된 삶』은 올해 9월 전 세계 동시 출간될 예정이다.
 
『타임』지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엘레나 페란테를 선정했다.
 
 
김지우
 
이탈리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유럽연합지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 이탈리아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나의 눈부신 친구』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와 파올로 발렌티노의 『고양이처럼 행-복』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등이 있다.
 


 

 

  

[한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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