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 하루가 덧없던 나에게

글 입력 2020.05.2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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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워낙 만화나 그림을 좋아하다보니 그림이 들어간 책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편이다. 책장 서랍에 일러스트가 그려진 엽서와 다른 사람들이 엮어 만든 일러스트 집, 온갖 굿즈 등등..


그러다보니 '그림책 에세이' 라고 분류된 이 책은 나의 흥미를 확실하게 끌었다-생각했던 그림책과는 조금 달랐지만-. 다르다고 느꼈던 이유가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주었으면> 책은 당시에 있던 상황에 다른 책의 문구를 인용해 적혀있고 간간이 삽화가 들어있는 에세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끼어있는 다른 인용구의 책들도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연쇄작용!)


책은 마치 누군가의 솔직하면서도 은유적인 일기를 읽는 느낌이었다. 가끔 그날 심하게 짜증이나 화가 나는 일이 있다면 욕도 섞어가며 적는 나의 요란한 다이어리와는 달리-차마 보여주지 못 할 정도-, 차분하고 억제된 느낌으로 적어놓은 듯했다. 누군가가 옛날 얘기를 들려주는 느낌도 들었다.


책을 들고다니는 것은 조금 무거웠지만 어디서든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요새는 이상하게 누구 아프고 죽고 그런 슬픈 내용은 잘 못보겠더라-. 그림 역시 휘향찬란한 일러스트가 아닌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색감의 그림이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걸지도.

 


'혼자'와 '함께'는 동시에 있을 수 없지만, 서로 자리를 바꿀 수는 있다. 오히려 '홀로'와 '함께' 사이를 빈번하게 오갈수록 우리는 더 강해지고 우아해질지도 모른다.


 

 

2 [모든게 새롭게 보였던 순간]



저자는 체육을 못했기에 체육 시간을 너무 싫어했다. 그러다 꾀병이 아니라 정말로 몸이 아프게 되어 조퇴를 하려다 멀리서 다른 아이들의 체육을 보게 된다. 그리고 본인 뿐만 아니라 체육을 정말 못 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 체육 시간이 나쁘지 않게 느껴졌단 이야기였다.


나는 항상 나에게 되뇌이는 문구가 있다. "망하면 어때" 물론 나의 존속이나 우리 집안의 문제, 회사의 문제에 관하여 하는 생각은 아니다-여기에 이런 생각 하면 큰일난다-. 그저 내 개인이 무언가를 할때 주문처럼 외우는 말이다. 예를 들어 시험 한 과목 정도라든지, 혼자서 준비해 보는 프로젝트라든지 등등. 사람은 실수를 할 수 있다. 나 역시 실수 참 많이 했다. 잘 하고자 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처참한 적도 여러번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좌절하고 탓하면 나만 더 우울해지고 다시 일어서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망하면 어때", "안될 수도 있지." "안된건 내가 다 귀여운 탓이지" 등등.


어찌보면 현실을 도피하는 말이라고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름 20 몇 년 살아온 인생에서 안될 수도 있는건 분명히 존재했다. 그리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망한 일을 더 붙잡고 있어봤자 시간 낭비가 아닐까? 망한 건 망한거네- 하고 털어낼 줄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멘탈이 중요하다. 현실외면이라고 보일지라도 그것이 남에게 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나를 위해서 그런 생각 정돈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작가도 나처럼 드디어 "못 할 수도 있지"를 깨달았던 것이 아닐까.

 

 

 

3 [내가 놓친 것이 모란뿐일까]



요새 그림 공부를 다시 시작해볼까 하니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은 새롭게 보여지고 있다. 가령 어떤 물체의 색은 빛을 받으면 같은 색의 명도만 다른게 아니라 (ex 연파랑-파랑-짙은파랑) 물체의 질감 등에 따라서 다른 색깔도 보여진다거나. 그러다 문득 내가 하루하루를 너무 의미없이 살아가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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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회사 사무실이 답답해 점심시간에 잠시 건물 옥상에 올라가보았다. 평소라면 귀찮아서 그냥 점심먹고 엎드려 자거나 핸드폰하며 시간을 보냈을텐데 그 날은 유독 올라가보고 싶었다.


너무 간만에 가보는 옥상이라 화물용 엘레베이터로만 올라간다는 걸 까먹어 옥상 바로 아래층에서 내려 계단으로 올라갔다. 가면서도 옥상 문이 닫혀있으면 어떡하지 하고 약간 걱정했던 것은 덤. 다행히도 옥상 문은 열려있었고 그곳엔 나 이외에도 몇몇 사람들이 올라와 사무실 동료와 얘기하기도, 다른 사람과 전화통화를 하기도, 산책을 하기도 했다.


햇빛이 많이 뜨거웠지만 바람은 시원했다. 그리고 쾌청한 하늘이 너무나도 맑았다. 서울임에도 그냥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만약 지금 이 순간을 놓쳤다면 이미 지나가버린 그날을, 시간을, 이와 같은 하늘을 나는 또 볼 수 있었을까?

 

 

 

4



<내게도 토끼가 와주었으면>은 내 일상을 다시 되돌아보기도 하고, 공감받기도 하며 그렇게 위로를 받았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다. 누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내가 생각했던 것을 대신 얘기해주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특별한 사람은 아니지만, 오늘 하루는 나에게 특별할 수 있다는 것도. 평소와 같은 나날이 나중에는 가장 편안한 순간이었던 것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라는 것도. 누군가 나에게 해주지 못 했던 말들을 책이 대신 해주었다.

 


너른 공원에 있는 한 사람을 주목해서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보는 일, 이 섬세하고 정교한 그림책을 발견한 이후 책을 펼 때마다 내가 되풀이하는 놀이다. 누구의 이야기도 다른 이의 그것돠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것, 바로 우리들의 하루하루가 거기 있었다.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_입체표지.jpg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그림책 에세이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지은이
라문숙

출판사
혜다

분야
에세이 

규격
130*188 / 올 컬러

쪽 수
276쪽

발행일
2020. 03. 10

정가
14,800원
 
ISBN
979-11-967194-5-6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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