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생의 키를 잡고 폭풍을 넘어서 - 어드리프트 [도서]

글 입력 2020.05.1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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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종종 인생에 비유되곤 한다. 1년에 많아 봐야 두 번 정도 바다를 보는 나에게 '바다'란 휴양이며 낯선 풍경일 뿐인데 말이다. 도시의 건물과 흙과 풀이 익숙한 내륙의 사람에게 바다는 인생보다는더 특별한 곳이다. 그렇기에 바다에서 삶을 일궈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바다 위에 몸을 내맡긴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처럼 보인다.

 

책 <어드리프트>의 주인공 태미의 여정은 비극인 동시에 모험담이기도 하다. 태미에게 바다는 인생 그 자체였다. 이 책은 바다가 안겨준 기쁨과 고통, 희망과 좌절 속에서 마침내 인생의 선장이 된 이야기다.


 

 

어드리프트 ADRI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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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하자나'를 운반하는 일을 하던 태미와 리처드는 강력한 폭풍 레이먼드를 만난다. 폭풍 레이먼드는 태미의 연인인 리처드를 데리고 가버린다. 태미에게 남은 것은 상처투성이의 몸과 엉망진창이 돼버린 배 하자나,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카펫 같은 바다와 거인의 커튼 같은 하늘뿐이다.

 

41일 간의 표류를 통해 태미는 비극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책임지는 법을 배운다. 자신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먹을 것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어디로 향할 것인지 등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는 과정에서 태미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한다.


태미의 이야기는 특별하고 고유한 그만의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인생에서 거대한 폭풍을 만났을 때 우리가 어떤 과정을 겪게 되고, 어떻게헤쳐나가야 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스스로 선장이 되어


 

리처드는 스스로 조종실에 남기로 하고 태미는 선실로 들어가도록 한다. 그에게 있어 이 선택은 당연했다. 리처드는 자신이 요트와 태미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위급한 상황에서 태미와 요트 하자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 이는 태미의 주체성을 떠나 리처드에게 상당 부분을 의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리처드가 만든 보트인 '마얄루가'를 타고 다녔기에 그것이 당연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리처드가 죽은 이후 배의 하나뿐인 생존자인 태미는 선장이자 선원이 되어야 했다. 폭풍 후 이틀 뒤에 어설프게나마 세운 돛이 그 첫 번째 발걸음이었다.

 

 

'비로소 통증 이외의 무언가가 느껴졌다. 희망이었다.'


- 107p

 


태미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하나둘 처리해 나간다. 상처를 치료하고, 청소하고, 항로를 확인하고, 식량을 비축한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바다를 겪어봤기에 필요한 지식은 모두 태미의 안에 있었다.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표류 20일 쯤에 태양을 느끼며 명상하는 장면이었다. 태미는 명상을 통해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차분히 받아들인다.

 

 

'명상 덕분에 힘을 얻었다. 긍정적인 기운이 나를 감쌌고,,그렇게 되어야 할 일이었다면 어쩔 수 없다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리처드의 시간은 끝났다.'


- 186p



태미는 41일 간의 표류 끝에 무사히 하와이에 도착한다. 가족을 만나고 마음을 추스른 뒤에야 비로소 리처드를 보내줄 수 있게 된다. 자신의 마음에서 리처드를 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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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했던 삶을 사랑했듯 내 삶을 사랑하고 싶어. 그게 가능하다면 말이야. 이젠 놓아줘야 해. 이제는 당신을 놓아줘야 해.'


- 283p



자신에게 소중한 누군가의 시간이 끝났음을 인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은 홀로 남았으며 도와줄 이 하나 없고 심지어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도 확실치 않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책임지기로 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태미도 충분히 배와 항해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그저 모든 상황을 책임질 순간이 오지 않았을 뿐이다. 표류하는 동안 태미는 하자나와 자신을 책임지는 법을 배웠다.

 

 

 

삶의 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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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폭풍 앞에서 작은 요트와 그보다 작은 두 명의 사람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폭풍은 이길 수도, 피할 수도 없다. 거대한 자연의 흐름에 휘말린 인간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폭풍이 지나간 뒤 고요한 바다 위에서 태미는 리처드를 잃었음을 깨닫고 절망한다. 폭풍이 온 순간 리처드는 조종석에 남았고, 태미는 선실로 들어갔다.


리처드는 죽고, 태미는 살았다. 생과 사의 극렬한 대비가 태미를 죄책감으로 밀어 넣었고, 리처드와의 아름다운 추억은 그리움을 증폭시켰다. 그럼에도 태미는 무너지지 않았다. 끝까지 살아남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했다.

 

우리 역시 삶의 폭풍을 만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누구나 레이먼드같은 폭풍을 맞지는 않겠지만 피할 수 없는 시련을 겪고 홀로 남았을 때 이 이야기를 기억하고 싶다. 누군가가 살아남은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치열한 삶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그 에너지는 폭풍 같은 힘으로 우리를 이끌어줄지 모른다.

 

 

'내 이야기를 통해 나는 바다로 나가는 사람이라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누구나 선장의 역할을 맡을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304p


 

바다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더라도 스스로 키를 잡고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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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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