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초현실의 렌즈로 현실을 보다 -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전시]

글 입력 2020.05.0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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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미술관에 간 기억은 살바도르 달리의 전시였다. 꽤 어릴 적에 갔던 전시라 무슨 그림을 봤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고, 달리의 대표작 중 하나인 메이 웨스트 입술 소파에 앉아 찍은 사진이 남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가졌던 초현실주의에 관한 관심만은 아직도 이어져, 그림 취향을 형성하는 데 그 전시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총 8개 도시에서 10곳이 넘는 미술관에 들렀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에 한 번 특별전을 해야만 만나볼 수 있는 여러 유명 작가들의 그림을 상설 전시로 볼 수 있어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여러 미술관을 방문하며 깨달은 점은, 평소 현대미술과는 거리가 있다고 느꼈던 내가 사실주의나 인상주의보다는 초현실주의나 팝아트와 같은 현대미술 장르에 더 매력을 느낀다는 점이었다. 물론 모네의 <수련>, 쇠라의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보며 황홀함을 느끼기는 했지만, 더 재미있다고 느낀 것은 현대미술 쪽이었다.


특히나 실제로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현실 세계의 사물로 표현한 초현실주의 작품에 눈길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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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 La Condition Humane



초현실주의는 이성과 합리의 세계가 아닌, 무의식과 상상 속 세계를 중시하는 사조를 말한다. 무의식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초현실주의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영향을 받았다.


대표적인 예술가로는 앞서 언급한 살바도르 달리, 호안 미로, 이브 탕기가 있고, 작년에 한국을 찾아 인기리에 막을 내린 에릭 요한슨의 사진전도 초현실주의의 맥을 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작품을 보면 몽환적이고 신비한 분위기를 공통으로 느낄 수 있다. 이들은 때로는 현실에 있는 사물을 그리기도 하고, 추상적인 형태로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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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는 벨기에의 화가로, 초현실주의 사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가 중 한 명이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는 도발적 문구로 유명한 <이미지의 반역>, 캔버스의 절반 이상을 채우는 거대한 바윗덩이가 인상적인 <피레네의 성>, 중절모를 쓴 신사들이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장면을 그린 <겨울비>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분명 그림 속 개별적인 사물이나 인물은 사실적이지만, 그것들의 조합은 우스꽝스럽고 익살스럽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일상적 사물을 조합하여 사고의 틀을 깨는 그의 기법을 ‘데페이즈망(Depaysement)’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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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은 분명 철학적인 의미를 담은, 가볍지만은 않은 그림이지만, 그의 작품은 미술관 밖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민음사 ‘밀란 쿤데라 전집’의 표지를 떠올릴 수 있겠다.


2차 사용을 잘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이 사용된 특별한 사례로, 밀란 쿤데라 본인이 ‘이전에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훌륭하다’는 극찬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체코 출신의 포스트 모더니즘 작가인 밀란 쿤데라의 작품이 주는 신비로움과 철학적 면모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과 아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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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외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창문에 그림을 그려 소통하는 SNS의 #StayArtHome 챌린지에서 <겨울비>를 보게 되어 반가웠다. 유리창에 사람들을 그렸을 뿐인데 창밖의 풍경은 금세 낯선 모습이 되어버린다. 이처럼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대체로 현실에 한 겹의 비현실을 더한 모습으로, 생경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시 말해 그의 그림에서 초현실은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 초현실의 렌즈로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르네 마그리트의 회화를 미디어 아트로 표현한 인사 센트럴 뮤지엄의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이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비현실의 공간을 현실에서 만나는 체험은 회화를 바라보기만 했던 것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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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세계에 영향을 미친 르네 마그리트의 삶 또한 본격적으로 조망한다. 작품이 어느 시기에 그려졌는지, 그리고 당대에 어떤 사건이 있었고 어떤 인물이 그와 함께했는지 등의 상세한 정보가 작품의 풍부한 이해를 도울 것이다. 줄글로 된 설명뿐만 아니라 르네 마그리트가 직접 등장한 영화 및 영상 자료도 있다고 하니 지루하지 않게 전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원화가 없는 전시회에 꼭 가야 하나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작품의 양과 질보다는 사진을 찍기 좋게 해둔 ‘인스타그램 전시’에 회의를 느껴왔고, 기대하고 갔던 전시에서 실망하고 온 적도 있기 때문이다. 원화와는 관련이 없는 난잡한 오브제, 전시에 정성을 들였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장식품(미술관 측에서 준비한 전시 구성물)의 질, 작품에 관한 부족한 설명 등의 요소가 주된 실망감의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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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사동 센트럴 뮤지엄에서 열리는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은 그간 접해온 미디어 아트 전시와는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벨기에 브뤼셀의 르네 마그리트 재단에서 직접 전시 기획에 참여한 만큼 전시의 질은 기대할 만 하다.


1998년 설립된 르네 마그리트 재단은 뉴욕의 현대미술관, 시카고 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등 전 세계 유명 미술관의 전시 기획뿐만 아니라 작품 인증 위원회, 르네 마그리트 연구 센터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재단의 명성에 걸맞게 작가의 의도를 살린 좋은 전시가 탄생했으리라 기대해본다.


이번 전시는 이미 밀라노와 피렌체에서 성공을 거둔 전시 구성과 더불어 증강현실, 프로젝션 맵핑 등 새롭게 마련된 체험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르네 마그리트의 회화 작품을 접해본 사람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도 모두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전시임이 틀림없다.


또한, 다른 어떤 작품들보다도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이 미디어 아트라는 전시 형식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묘사와 몽환적인 색채가 어우러진 그의 작품이 실재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진다면, 그림이 선사하는 공간감이 극대화될 것이다.


다양한 미술관을 방문하며 익숙한 회화나 조각 작품을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직접 나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는 작품이나 만져볼 수 있었던 인터랙티브 전시 작품도 꽤 기억에 남는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따분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그 고정관념을 깨는 경험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 Inside Magritte -


일자 : 2020.04.29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
휴관일 없음

장소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만19~64세) : 15,000원
청소년(만13~18세) : 13,000원
어린이(만7~12세) : 11,000원
미취학아동, 만65세 이상 : 6,000원

주최
크로스미디어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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