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양한 삶, 그리고 존재 - 티끌 같은 나

글 입력 2020.04.2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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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같은 나_자켓_도서출판잔.jpg

 

 

도서 리뷰를 남길 때면 대부분 시작글이 '책 제목에 이끌렸다'고 시작되는 듯 하다. 이번에도 전과 마찬가지로 책의 제목에 이끌려 책을 읽기 시작했다. <티끌 같은 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혹은 이미 적응이 끝나 '나'라는 존재에 생각해보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너무도 공감가는 한 줄이라 이끌렸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모국어가 아닌 타국의 소설을 읽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과 문화를 잘 알지 못한 채 읽다 보니 작가의 의도나 유머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올라왔다. 특히나 평소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러시아 작품이라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이번 도서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단출한 서사가 반복되며 독자를 집중하게 만들었다. 책은 표제작 <티끌 같은 나>부터 <이유><첫 번째 시도><남이 우리랑 무슨 상관이죠><어느 한가한 저녁>까지 총 다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책으로 손을 이끌었던 표제작 <티끌 같은 나>를 중점으로 리뷰를 작성해보고자 한다.

 

*

 

가수가 되기 위해 시골마을에서 모스크바로 향한 안젤라는 키라의 도움으로 오디션에도 참가기도 하고 프로듀서를 찾아가는 등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레나와 그녀의 남편 니콜라이를 만나 그들의 집에서 일하게 된다.


후에 안젤라는 그녀가 일하던 집의 주인인 니콜라이가 아내와 별거를 시작하자 니콜라이의 의견대로 그와 함께 살게 된다. 안젤라는 니콜라이와 만나 거액의 돈을 만지게 된다.


그러나 이 거액의 돈은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며 곧 잃게 된다. 이후 처음 만났던 작곡가를 다시 만나게 되고, 그녀의 고향이 개발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으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책을 통해 만난 안젤라는 목표와 높은 이상이 있었고, 행복에 굶주려 행복을 향해 경건하게 나아가 자신의 킬리만자로의 눈을 잡고자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목표와 높은 이상이 있지만 남을 밟고 올라서지 않았고, 자신에게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했다. (니콜라이와의 관계, 그리고 새로운 애인과의 관계는 모두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어떻게보면 안젤라는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녀는 가난한 시골출신이지만 키라를 통해 오디션의 기회와 작곡가를 만날 기회를 얻었고, 계속하여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불륜의 관계인 니콜라스를 통해 거액의 돈과 영화출연의 기회까지도 얻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떠나고 그녀의 주변에 아무도 없어도 공원이 보이는 작은 아파트와 젊음을 가졌으니 말이다. 결국 사람은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온다는 생각이 들었던 대목이다.

 

 

그는 '존재하기'와 '소유하기'에 대해 알려주었다. '존재하면서'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존재해야' 한다. 반면 모든 것을 가졌지만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 p.155

 

 

소설은 안젤라의 고향이 개발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으며 마무리된다. 바다 위에 우뚝 솟아 있는 높은 바닷가에 해변이 파헤쳐진다. 허름한 흰색 집도 철거될 테고 마당도 사리진다. 대신 일자리가 생긴다. 누군가는 기뻐하고, 또 누군가는 속상해한다. 작은 티끌들이 하나의 점을 만든다. 반대로 하나의 점이 흩어져 작디 작은 티끌이 되기도 한다. 매일매일이 내가 얼마나 작은 티끌인지를 깨달으며 동시에 얼마나 큰 점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또 하루를 살아간다.

 

책을 통해 만난 인물들은 각기 다른 형태의 인생같았다. 꿈과 목표가 있는 삶, 행복에 굶주린 삶, 모든 것이 있지만 사랑이 없는 삶, 줄 것은 사랑밖에 없는 삶, 자기 자신을 잃는 삶, 인생의 주인인 삶,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사랑하는 삶 등.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마주한 삶의 형태도 다양했다.

 

이 삶들 중 과연 나는 어떠한 삶을 살고있는지 돌아봄과 동시에  그렇기에 인생은 '소유하기'가 아닌 '존재하기'에 초점을 맞춰 살아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나의 존재가 존재해야지만 티끌이라도 미약한 작은 티끌이 될 것인지, 큰 점이 될 힘을 가진 티끌일 것인지를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






티끌 같은 나
- One of many -


지은이
빅토리아 토카레바
(Виктория С. Токарева)
 
옮긴이 : 승주연

출판사 : 도서출판 잔

분야
러시아 소설

규격
130×195(mm) / 페이퍼백

쪽 수 : 432쪽

발행일
2020년 03월 30일

정가 : 14,500원

ISBN
979-11-90234-05-4 (03890)





저역자 소개


빅토리아 토카레바
 
1937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생. 결혼 후 남편과 함께 모스크바로 이주, 음악학교에서 피아노 교사로 일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1963년 단편 <거짓 없는 하루>를 발표했다. 주로 대도시 여성의 심리, 일과 사생활, 여성의 꿈과 연약함을 이야기하는데, 수많은 단편과 시나리오가 영화로 제작되면서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1990년대에는 '토카레바 붐'이 일어나 대부분의 작품이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재출간될 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로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영어, 프랑스어, 덴마크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중국어로 번역되는 등 전 세계에서 주목받았으며, 작품의 페미니즘 성향이 인기의 비결로 꼽힌다.
 
1987년 소련 시기 문학 부문에서 공로가 인정되어 존경징표훈장을 받았고, 1997년에는 러시아-이탈리아 국제 문학상인 모스크바펜네상을 수상했다. 2000년 제53회 칸영화제에서는 문학과 영화 공로상을 받았다.
 
《운 좋은 신사들》(1971), 《용기를 위한 100그램》(1976), 《미미노》(1977), 《개가 피아노 위를 걸었다》(1978), 《탈리스만》(1983), 《없었던 것에 대해》(1986), 《누가 마지막 열차에 타는가》(1986), 《시국》(1987), 《나 대신》(2000), 《눈사태》(2001) 등을 출간했다.
 
 
승주연
 
안양대학과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학에서 러시아어 언어학을 전공하고 2005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한국어 번역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 제15회 한국문학번역상을 받았고, 국립오페라단에서 공연한 《보리스 고두노프》의 시나리오를 번역하는 등 다양한 문학 행사를 기획했다.
 
《봉순이 언니》 《고령화 가족》 《달콤한 나의 도시》 《불의 강》 《침이 고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두근두근 내 인생》 등을 러시아어로 번역 출간하고, 러시아 소설 《상처받은 영혼들》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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