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대중을 향한 예술 - 툴루즈 로트렉 展

자기 옆의 사람을 그리고, 자유로운 모습을 왜곡 없이 담아냈던 예술가의 감각적인 그림들
글 입력 2020.04.1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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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전시회가 2020년 1월 14일부터 5월 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선보이는 로트렉의 첫 번째 단독전으로, 15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며, 전시작품 모두가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19세기 후반, 예술의 거리 몽마르트와 밤 문화의 상징 물랭루즈 등을 무대로 파리의 모습을 날카롭게 그려낸 프랑스 화가, 툴루즈 로트렉.


커튼을 젖히고 전시장에 들어가면 음악과 함께 물랭루즈에 대해 특별 제작한 영상들이 상영되고 있다. 로트렉의 작품을 미디어와 접목시켜 본격적인 전시로 들어가기 전, 간단하게 맛보기를 할 수 있다. 또한 타임 슬립을 한 듯이 꾸며 놓은 전시장이 눈길을 끈다. 관객은 로트렉이 살고 즐겼던 파리 몽마르트와 물랭루즈의 분위기에 한껏 빠지며 관람을 시작한다.


섹션은 인트로와 프롤로그를 제외한 7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었다. 각각의 섹션은 드로잉, 뮤즈, 몽마르트카페, 여자, 잡지와 출판, 말과 승마, 현대 포스터의 선구자라는 키워드를 달고 있다. 많은 드로잉이 전시 전체에 퍼져있으며, 각 섹션 키워드에 맞는 로트렉 특유의 포스터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 당연 눈에 띄는 것은 파리 몽마르트의 밤 문화를 홍보하는 포스터들과 그 당시에는 그림으로 그려지지 않았던 카바레 무대 위의 예술가들이었다.



Moulin Rouge, La Goulue.jpg

<물랭 루즈, 라 굴뤼> 1891

Color Lithography | 170×118.7cm



로트렉 이전에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그리는 예술가가 없었다. 하지만 로트렉은 그 여성들의 자유분방한 모습들을 잡아냈다. 그들의 모습을 과장이나 미화 없이 열정과 외로움, 욕망의 감정들을 바라보고 이해했다. 로트렉의 눈에는 이들이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보였다. 이런 로트렉의 태도는 <엘르(ELLES)> 연작에서 잘 나타나고 있었다.


<물랭루즈, 라 굴뤼> 포스터는 지금 봐도 감각적이고 현대적으로 느껴진다. 가운데의 댄서와 배경의 군중들을 색채 대조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또한 전면에 내세워지는 남자를 추가하고, 이 남성 또한 어둡게 그림으로서 중심에 무게를 주면서도 화면을 경쾌하게 구성하고 있다. 또한 ‘물랭루즈’라는 글자를 반복함으로서 강조하는 효과를 준다.



Ambassadeurs. Aristide Bruant Dans Son Cabaret.jpg

<앰배서더 카바레의 아리스티드 브뤼앙> 1892

Color Lithography | 138×96 cm


 

로트렉이 살았던 19세기 말은 프랑스의 벨 에포크 시대였다. 산업과 예술, 문화가 번창하던 시기로, 에펠탑과 파리 지하철이 이때 개통되었다. 유럽 각국의 화가들이 파리로 모여들었고 여러 미술 사조들 가운데 인상주의가 가장 활약했던 때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사조가 인상주의 아닐까? 인상주의 강령함과 우연하고 비형식적인 듯한 구성, 자연스러움은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19세기 말, 유럽의 자포니즘 열풍과 관련이 있다. 보수적인 체계를 거부하고 새로운 것을 갈망하던 인상파 화가들은 일본의 다색 목판화이자 풍속화를 의미하는 ‘우키요에(浮世繪)’의 밝고 명료한 색채, 과감한 구도와 단순한 윤곽선의 모티프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At the Moulin Rouge.jpg

<물랭루즈에서> 1892-1895

Oil on canvas | 123×140 cm


 

로트렉의 작품에서도 우키요에의 영향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의 포스터에서는 사선과 대각선에 기초하고 있는 비대칭적 구도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랭루즈에서>를 보면, 왼쪽 하단의 난간이 그림을 자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림을 침범하는 이런 구도는 관람자를 그림 안으로 끌어들인다. <르 다방 자포네>는 당시 파리에서 유행하던 일본 물건들을 들여놓고 이국적인 인테리어로 사람들을 끌었던 클럽을 그린 것이다. 역시 잘려나간 구도가 보이고 색을 몇 개 쓰지 않았으며, 윤곽선이 뚜렷하다.



Au Pied Du Sinaï.jpg

<조르주 클레망소의 책 시나이 산기슭에서> 표지 | 1897


 

전시는 포스터 작품 외에도 로트렉이 잡지에 기고한 그림들과 실물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석판화 판석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로트렉이 제작한 책표지를 비롯해 메뉴판, 청첩장과 같은 카드 디자인도 볼 수 있었다. 정말 실용적인 디자인들인데 처음 보기도 하고 예뻐서 가장 눈길이 간 섹션이기도 했다.

 

*


툴루즈 로트렉은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처음 배웠었다. 아마 그때 공부하지 않았다면 영영 모르는 작가가 아니었을까? 로트렉과 동시대를 살았던 다른 인기 있는 작가들에 비해, 로트렉은 아직 미술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전시로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 기대된다. 빠르게 그린 수십 개의 드로잉들과 지금 내놔도 손색없을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포스터와 배포물들. 전시는 2007년부터 그리스와 미국, 이탈리아 등지에서 순회 전시 중이며, 이번 서울 전시회는 14번째 전시이다.


자기 옆의 사람을 그리고, 자유로운 모습을 왜곡 없이 담아냈던 툴루즈 로트렉. 로트렉의 작품은 고고할 수 있는 예술이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역할을 했다. 그의 미술 작품은 대중을 위해 여기저기 활용되었다. “로트렉이 없었다면 앤디 워홀은 없었을 것이다”라는 전시를 시작하는 말처럼, 그의 작품은 예술이 특정 계층이 아닌 대중을 위한 것이 되는 최초의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툴루즈 로트렉展
- Henri de Toulouse-Lautrec -


일자 : 2020.01.14 ~ 2020.05.0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2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
현대씨스퀘어
 
주관: 메이드인뷰, 한솔BBK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진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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