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 통역가를 만나다 -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도서]

글 입력 2020.04.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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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의 첫만남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굉장히 멀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 꽤 어린 시절에 클래식을 처음 접하게 된다. 나 역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다들 다닌다는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그다지 음악에 흥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건반을 누르는 느낌과 내 손의 움직임과 피아노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좋았다.

 

사실 나는 음악보다는 음악을 들으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나의 상상이 좋았다. 초등학교 음악 시간에 들은 슈베르트의 <마왕>은 순식간에 나의 머릿속을 어둡고 황폐한 숲의 이미지로 채워주었고 그 감각은 아직도 생생하다. 저자의 말처럼 '음악이 주는 감동은 지식과 상관없이 다가온다.' 그렇게 나는 이미지의 세계에 빠졌고, 클래식 음악을 향한 관심과 흥미는 순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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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무렵에는 애니메이션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고 클래식 음악이 조금 더 즐겁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책에서 모차르트 이야기를 보며 노다메가 모차르트 분장을 하고 '<반짝반짝 작은 별> 주제에 의한 변주곡 K.265' 을 치던 장면이 생각났다.

 

비슷한 시기에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화 속 피아노 배틀 장면은 이후 각종 예능과 프로그램에서 한 번씩은 따라 하는 공연이 되었다. 덕분에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과 흑건이라고 불리는 쇼팽의 <에튀드 Op.10 no.5>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클래식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책


 

클래식의 흥미로운 면만 단편적으로 접한 게 전부인 나는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정도다. 초등학교 음악 시간, 애니메이션과 영화로만 클래식을 만났던 내가 클래식에 관한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했다. 하지만 책을 펼치며 그런 걱정은 금세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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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PD이자 클래식 칼럼니스트인 이채훈이 쓴 책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는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쓰여 있다. 작곡가들의 이야기는 시간순을 따라 정리되어 있다. 책 한 권을 쭉 읽으면 클래식 음악사의 큰 흐름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 QR코드까지 있어서 유튜브 영상으로 그때그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의 설명이 영상의 몇 분 몇 초에 해당하는지까지 친절하게 쓰여있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 책을 읽고, QR코드를 찍어 영상으로 음악을 듣다 보면 유능한 가이드가 길을 안내해 주는 것처럼 물 흐르듯 마지막 장을 덮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음악을 듣는 섬세한 귀가 아직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은 좋은 음악을 들어도 "음, 좋네~"라는 반응이 전부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초심자들에게 클래식을 어떻게 들으면 좋은지 흐름을 유도해준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음악을 끝까지 들으며 자신의 느낌을 파악하는 것이겠으나 1시간가량의 곡이 나오면 초심자는 주눅이 들고 만다.


그렇다면 일단 저자가 들어보라고 하는 부분에 저자의 묘사를 매치해보면서 듣고 넘어가자. 과거와 달리 클래식을 공연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언제든 다시 보고 들을 수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넘어갔다가 나중에 다시 돌아와도 된다.


 

 

음악, 그 너머 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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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클래식 음악의 멜로디는 알아도 작곡가들의 삶은 잘 몰랐다. 영화 <아마데우스>(1984) 를 통해 모차르트에 관한 이야기만 조금 아는 정도였다. 저자의 목소리로 들은 모차르트의 이야기는 내가 영화에서 느꼈던 것만큼 방탕하고 괴짜 같지 않아서 의외였다. 모차르트는 개방적이긴 하나 착실하게 곡을 써서 돈을 벌었고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책을 읽다 보면 아무래도 저자의 애정이 깊고 지면을 많이 할애한 모차르트와 베토벤에 대한 호감이 생기게 된다. 베토벤의 청각장애와 비극적인 삶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가 가진 삶의 철학까지는 알지 못했다.

 

 

"고뇌를 넘어 환희로"


 

베토벤의 인생 모토였던 이 문장에는 삶의 역경에 당당히 맞서려 했던 한 인간의 치열함이 오롯이 담겨있었다. 베토벤은 자신의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힘썼으며, 그는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거장이 되었다.

 

작곡가들의 삶이 어떻게 음악에 녹아 있는지 생각하며 음악을 듣는 경험은 영화를 감상하는 것과 비슷한 체험이었다. 인생이라는 드라마에 음악을 얹으니 한 편의 영화가 됐다. 나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아무래도 나는 음악보다는 이야기와 이미지에 매료되는 사람인가 보다. 그리고 그렇기에 이 책을 보길 잘했다고 느꼈다.

 

 

 

음악에게



이 책은 클래식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책이지만, 저자의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7파트로 나눠진 부분마다 저자가 클래식과 맺은 인연들을 하나씩 알게 된다. 그래서일까, 저자가 책의 마지막 음악으로 선곡한 슈베르트의 <음악에게>를 들으며 읽는 저자의 말은 큰 울림을 준다.


 

 

 

"이제 내 삶에도 곧 겨울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얼어붙는 그 계절에도 음악은 언제나 그랬듯 내 곁에 있을 것이다. 부와 명예를 주지도 않고, 현실의 부조리를 해결해 주지도 않지만 음악이 있기에 삶에 감사할 수 있고, 험한 인생길을 기꺼이 해쳐 나갈 수 있음을 나는 천천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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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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