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출판사에서 일하고 싶어졌다. [문학]

문학과 출판사가 걷는 전통적이고 새로운 길
글 입력 2020.04.09 07:4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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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부터 독후감 쓰기를 숙제 이상으로 생각해왔다. 이야기를 읽는 것이 즐거웠고 떠오르는 감상을 남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각종 이야기책들로 다채로웠던 청소년기의 책장과 사뭇 다르게, 지금의 책상 옆에는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에세이와 사회과학, 경제 서적들이 즐비해 있고 드문드문 내 전공 서적이 꽂혀 있다.

 

얼마 전 책상 위에 어떤 책을 올려놓는다는 것은 그것에 관심을 가지겠다고 스스로 선언한 것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리고 문득 적당한 판타지와 현실감 그리고 의무감으로 얼룩진 내 책장이 그 말을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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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민음사TV 채널

 

 

책이 본래의 목적을 잃어가던 와중, 최근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민음사 TV라는 채널을 보게 되었다. 민음사 TV의 문학 편집자들이 자신의 인생 곡선을 당시 읽었던 책으로 설명하는 영상이었다.

 

추억이 담긴 책을 소개하면서도 유튜브라는 채널을 낯설어 하는 듯한 그들의 표정 뒤로 자신만만함과 애정이 느껴졌다. 툭툭 던지는 농담들은 그동안 그들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을지 가늠조차 어렵게 했다. 요즘 어디서나 말하는 빅데이터가 바로 그들의 머릿속에 있는 듯 했다.

 

평소에도 나는 책을 자주 구입하는 편이었다. 소설과 이야기를 꽤나 좋아해서 스토리텔링을 연계전공했지만 내 지갑을 여는 것은 막연히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각종 문제집과 사회과학 분야의 책 들이었다.

 

영상을 시청한 뒤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낀 나는 그동안 깨작깨작 읽던 책들을 한쪽으로 미뤄두고 인터넷으로 재미있어 보이는 문학들을 주문해 읽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곳에 잠시 잊고 있던 세상이 있었다. 복잡했던 내 머릿속을 정리해 주는 것들은 정리되어 있는 사실적 정보가 아닌 허구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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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전공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책과 잡지는 오래된 미디어라는 것이다. 광고와 홍보의 세계에서 책은 가장 나중의 것이었다. 어떤 현상이 관찰되어 책으로 출간되면 그것은 이미 실용하기에는 늦은 이론이 되어 버린 다는 것.

 

그러나 이야기는 다르다. 이야기의 세계에서 책은 그 누구보다 빠른 미디어이다. 가장 많은 소수를 대변할 수 있고 누구보다 깊고 막연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첫 번째 미디어는 책이다. 현재 막 떠오르는 듯한 담론들은 대부분 문학에서 이미 과거에서부터 여러 번 다뤄진 내용일 때가 많다.

 

책으로 먼저 출간된 이야기가 영화나 드라마화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업성이 강한 영화와 드라마는 대중의 마음에 드는 것이 첫 번째이기 때문에 단 한 명을 위해 이야기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이야기는 얕아지고 넓어진다. 그러나 책의 세계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하나의 이야기를 깊이 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로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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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겨울서점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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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tvN 채널

 

 

소중한 이야기들의 원천인 문학은 이제 활자 너머의 것들로 독자들을 만난다. 내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갑자기 소설책을 꽂게 된 이유도 앞서 말한 것처럼 민음사 TV라는 유튜브 채널로 설득당했기 때문이었다.

 

민음사TV는 딱딱하게 책을 소개하던 이전의 타 콘텐츠들과는 다르게 "문학 작품 속 음식 먹방", "동네 도서관에서 무제한 책 토크" 등의 유연한 내용을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별생각 없이 영상을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나도 한 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에 대한 진입장벽은 이렇게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낮춰지고 있는 중이다. tvN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요즘 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글을 대화화, 영상화하여 사람들을 이야기 자체에 끌어들인다.

 

"겨울서점"이라는 북튜버는 여러 분야의 서적을 내용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절묘하게 리뷰하고, 독서하는 일상이나 책장 정리 등 책과 함께하는 삶을 영상으로 올려 북 인플루언서로 발돋움하였다. 함께 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책과 동영상이 함께 어우러져서 콘텐츠화 되어 또다시 그 경계를 불분명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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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출판단지 문학동네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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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출판단지 창비 사옥

 


출판사는 읽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상당수의 독자들과 소통하기 때문에 블로그도 효과적인 이야기의 장이 된다. 여기서는 북클럽 활동, 서평단 활동 또는 이벤트 등의 콘텐츠로 적극적인 독자들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더불어 북클럽과 같은 일종의 멤버십을 만들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출판사와 연대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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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단행본을 넘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민음사는 격월간 문학잡지인 "릿터"를 창간하여 짧은 소설과 다양한 에세이로 하나의 주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편의 인문학"을 추구하는 인문 잡지인 <한편>을 기획하여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문학동네도 101호를 맞이하여 벽돌 책으로 유명하던 기존 디자인을 수정해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갔다. 창작과 비평도 (2020년 봄호 기준) 187호에 달할 만큼 뚝심 있게 우리 사회와 함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갔다. 드문드문 문학을 사랑해 왔던 나 같은 독자들에게는 감동적인 행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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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또 언제 문학과 멀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이다. 문유석 판사는<개인주의자 선언>에서 “신문기사보다 주관적인 내면 고백 덩어리로 보이는 문학이 실제 인간이 저지르는 일들을 더 잘 설명해 줄 때가 많(155p)”으며 “협소한 상식에만 갇혀있는 인간은 비상식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인간과 세상을 깊이 이해하는 데 실패하기 십상이다.(156p)”라고 했다. 문학은 공감과 이해의 원천이며 문제 해결의 원초적인 열쇠이다. 우리는 절대 글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을 버릴 수 없다.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굳건함과 자부심을 스크린 너머로 보고 나는 언젠가는 꼭 그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이 바뀌어도 존재하는 진부한 진리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소통의 창을 놓치지 않는 문학 출판사들. 글을 다루는 사람들의 자연스럽고 정제된 말과 행동 때문에 나도 언젠가 출판사에서 일하고 싶어졌다.

 

 



[추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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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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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빵
    •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사진 캡션에 오류가 있네요! 민음사 사옥이 아니라 문학동네 사옥입니다.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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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합니다
    • 호빵세심히 살펴주심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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