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는 죄책감에서 먹는 즐거움으로
여성이 음식과 맺은 왜곡된 관계를 바로잡다
|
살찔 걱정 없이 음식을 먹는 여성이 얼마나 될까? 칼로리가 낮은 음료라는 이유로 아메리카노는 '속죄리카노'로 불리기도 한다. 고칼로리 음식을 먹은 후 속죄를 하며 마신다는 뜻에서 기인한 별명이다.
탈코르셋, 페미니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는 근래에도 다이어트, 몸매 시술, 성형 산업은 여전히 호황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날씬하고자 하는 욕망은 어디에서 기인했을까. 납작한 배, 가느다란 허벅지, 풍만한 가슴이 아름다운 몸의 기준이 된 사회에서 여성은 무엇을 잃고, 어떻게 고통받으며 살고 있을까.
40년간 여성의 심리와 섭식장애 치료에 몰두해온 임상심리학 박사 애니타 존스턴은 '먹을 때마다 나는 우울해진다'를 통해 식욕 뒤에 감춰진 여성의 상처와 욕망을 재해석하여 음식, 몸무게, 칼로리의 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먹고, 표현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방법을 알려준다.
섭식장애 여성의 심리를 분석하고 치료로 이끄는 심리서임과 동시에, 실제 치료에서 사용한 각국의 동화, 신화, 민담을 통해 먹는 행위를 억누르려 하는 내면의 상처를 들여다본다. 즉 현상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을 꿰뚫어보는 은유의 언어를 감지한다. 꿈을 해석해 무의식에 접근하는 법부터 식사 일지를 써 자신의 허기가 신체적 허기가 아닌 감정적 허기임을 구별해내는 법까지 실용적인 변화 방법을 담고 있다.
당신이 느끼는 허기는
진짜 허기가 아니다
“마약이나 알코올과 마찬가지로 먹는 일 역시 불편한 감정에서 도피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혼란스럽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감정을 다루기가 어려울 때 굶어버리면 몸의 감각과 단절되고 따라서 내면의 감정도 느낄 수 없게 된다.” (76쪽)
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위안과 안도감도 얻는다. 따라서 사람들은 신체적인 허기뿐 아니라 감정적인 허기가 느껴질 때도 음식으로 해소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사랑받고 싶어서, 성공하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외로워서 폭식하거나 자신을 굶겨 몸의 감각을 마비시킨다. 그렇게 숨겨둔 상처에서, 드러내지 못한 욕망에서 도망친다.
이 책은 우리가 두 개의 그릇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신체적 허기를 채우는 그릇과 감정적 허기를 채우는 바구니. 이 책은 감정적 허기와 신체적 허기를 혼동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해결 방법이 있음을 알려준다. 섭식장애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몸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치료도 중요하다. 갈등을 해결하는 기술,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는 기술, 관계 안에서 경계를 설정하는 기술 등, 다양한 심리적 기술을 제시하여 섭식장애와 안녕을 고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총 2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감정적 허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던 여러 요소를 짚어주며 그것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준다.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맞게 독자가 스스로 문제를 분석하고 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끌어준다는 것은 책의 큰 장점 중 하나이다.
당신이 물살이 사납게 흐르는 강둑에 서서 비를 맞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갑자기 불어난 물에 강둑이 터져버리고 급류에 휘말린다. 우연히 큼직한 통나무가 떠내려오자 그것을 꼭 붙잡는다. 통나무를 붙잡고 마침내 물살이 잔잔한 곳에 도달한다. 저 멀리 뭍이 보이자 그쪽으로 헤엄쳐 가려 한다. 그러나 헤엄을 칠 수가 없다. 한쪽 팔을 뻗는 동안 다른 쪽 팔이 큼직한 통나무를 계속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을 구했던 그 통나무가 이제는 원하는 곳으로 가는 데 걸림돌이 되고 만다. 물가에 있던 사람들은 발버둥 치는 당신을 보고 통나무를 놓아버리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당신은 그럴 수가 없다. 물가까지 헤엄쳐 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40~41쪽)
우리 사회는 체중 조절을 '자기통제의 상징'으로 여기며 체중 조절에 실패한 사람을 '자기 관리에 실패한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다이어트는 의지의 문제라고 말하고, 무기력하고 나약하기 때문에 뚱보로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통제할 것은 자신의 의지와 음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오해와 편견에 불과하다.
책은 선입견을 걷어내고 진짜 문제와 마주하도록 이끈다. 섭식장애를 앓는 사람들에게 '이제 그만 통나무를 던져버리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들은 위급한 순간에 통나무가 어떻게 그 사람의 목숨을 구해주었는지 고려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섭식장애를 대해 온 태도이다.
책은 섭식장애가 그동안 아픔을 견디게 해준 생존의 한 방편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다양하고 실질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하여 독자가 직접 자신의 상황을 마주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책장을 넘길수록, 곱씹어 읽을수록 의미를 확장해나가는 보기 드문 책, '먹을 때마다 나는 우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