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 번쯤은 문학에 미쳐도 보고 싶다 -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도서]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리뷰
글 입력 2020.03.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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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바다에 빠져 지낸 탐독가

로쟈의 세계문학 강의 비밀장부를 엿보다!

 

읽고 쓰고 강연하기. 이 책 저자의 삶은 이 세 가지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이현우'라는 본명보다는 인터넷 서평꾼 '로쟈'로 더 유명한 저자의 세계문학 서평집이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40년 전 문학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경탄과 흥분'을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다고 고백했는데, 이번 책에서도 문학 작품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성실한 자세는 저자 특유의 문장을 통해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2012년부터 2020년 2월까지 8년간 쓴 칼럼과 해설을 선별하여 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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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대한 동경


 

어릴 적, 나는 내가 일명 ‘문학소녀’인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또래 친구들보다 서점이나 도서관을 즐겼고, 친척 집에만 가면 그곳의 책들을 탐독하곤 했다. 국문학과에 진학할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정식 명칭은 국‘어’국‘문’학과이지만 ‘어’보다는 ‘문’을 좋아하는 취향을 버리질 못해 어<<<문 의 비율로 전공 수업을 선택 수강했다.

 

다만 동기들 혹은 너무 책을 좋아하여 고민 없이 관련 진로로 나아가려는 사람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문학에 대해 그들만큼의 미친 듯한 열정은 가지지 못한 것 같다고(이건 무심한 면이 있는 성격의 영향도 있는 듯하다.). 어찌 보면 난 문학을 진정으로 즐긴다기보다는 막연한 환상, 혹은 동경을 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탓인지, 문학에 빠지는 것으로도 모자라 빠져 ‘죽지’ 않기라는 제목을 지닌 이 책이 흥미를 끈 건 당연한 현상이었다. 45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 속에는 문학에 대한 필자의 사랑이 빼곡히 담겨 있다. 필자가 소개하는 모든 도서를 다 읽어보기는커녕 반의반도 못 읽어본 비루한 독서량이지만, 그 열정을 엿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문학 ‘입문자’라면?


 

이 책은 1부 ‘문학이 필요한 시간’부터 10부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까지 총 10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부는 문학 전반을 시작으로 미국문학, 프랑스문학, 중국과 일본 문학은 물론 빠질 수 없는 한국문학까지 전 세계의 문학을 모두 아우른다. 만약 시간이 없거나 흥미 있는 분야가 명확할 경우 원하는 부분만 골라서 읽어도 무방해 보인다.

 

만약 본인이 문학 ‘입문자’라면 문학소개서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각 작품을 다루는 꼭지는 짧게는 1~2페이지, 길어도 5페이지를 거의 넘지 않는다. 부담 없는 분량인 만큼 평소 읽어보고 싶었던 작품 혹은 흥미가 생기는 작품이 있다면 필자의 서평을 계기로 그 작품을 직접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보다 완벽한 ‘적극적인’ 독서는 없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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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문학도 다시 보기


 

나의 경우, 역시 10부에서 주로 다루는 한국문학에 가장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가장 초반에 다루는 작품 <무정>은 내게 애증의 대상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잠시 사설을 덧붙이자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내가 가장 기대한 전공수업은 소설 강의였다. 당시 시나 희곡에는 별 흥미가 없었고, 그렇다고 문법 등의 어학이나 교육 분야는 흥미가 없다 못해 관심도가 마이너스에 가까웠으니 당연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막상 직접 들어본 소설 강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수업에서 직접 다루는 소설은 5편뿐이었고, 그마저도 시간의 한계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교수님의 편애(?)로 인해 첫 번째 작품인 <무정>이 한 학기의 절반을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무정>이 한국문학에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란 것은 물론 알지만 작가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지, 그 당시 수업에도, 교수님의 견해에도 동의하기 힘들었으니 수업이 재미있을 리가 없었다.

 

필자의 서평도 당시 수업 내용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색안경을 벗고 작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정도겠다.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성취라고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작품과 작가를 별개로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는 편이라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다만 필자는 순수하게 ‘작품’만을 다루고 있다는 차이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

 

 

“나는 문학이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길 바라지만, 그 무엇도 인간의 외로움을 달랠 수 없다. 문학은 이 사실에 대해 거짓말하지 않는다. 바로 그 때문에 문학은 필요하다.”  데이비드 실즈,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p.19


 

필자가 이 글을 책의 가장 처음으로 배치한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문학이 인간의 구원은 될 수 없어도 최소한 거짓은 말하지 않는다는 것. 정직이 가장 어려운 덕목이 된 세상 속, 문학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을 말한다. 문학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끝까지 문학에 ‘미치지’ 못하고 동경만 할지라도 살며시 발을 적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는 않을까. 소설 읽기에 ‘소박한 상태’와 ‘성찰적 상태’를 오가는 ‘양다리 걸치기’를 필수적으로 권장하는 파묵의 말처럼, 늘 문학의 세계에 다리를 뻗는 것만으로도 문학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 로쟈의 문학 읽기 2012-2020 -


지은이 : 이현우

출판사 : 교유서가

분야
인문

규격
140*210mm (무선)

쪽 수 : 468쪽

발행일
2020년 03월 03일

정가 : 20,000원

ISBN
979-11-90277-29-7 (03810)





저자 소개

  
이현우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로쟈'라는 필명을 가지고 매일 새롭게 출간되는 책들을 소개하는 서평가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대학 안팎에서 러시아문학과 세계문학, 한국문학, 인문학을 강의하며 여러 매체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 『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책에 빠져 죽지 않기』 『아주 사적인 독서』 『로쟈의 인문학 서재』 『책을 읽을 자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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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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